우크라가 사살한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수장' 이고르 키릴로프는 누구인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폭발로 사망한 이고르 키릴로프는 러시아의 핵·생물·화학 방위군 수장으로,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화학 무기 사용을 감독한 인물이라며 비난했던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SBU가 이번 폭발의 배후라면서 정당한 표적을 겨냥한 특수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관리들에 따르면 키릴로프와 그의 보좌관은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프로스펙트에 있는 자택을 나서던 중 전동 스쿠터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며 사망했다고 한다.
한편 키릴로프는 러시아 국방부에서 허황된 주장을 펼쳐 악명을 떨친 인물로, 영국 외무부로부터 "크렘린궁의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주요 대변인"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키릴로프는 그저 단순한 대변인 이상이었다. 러시아 '티모셴코 핵·생물·화학 방위 아카데미'를 이끌다가 2017년에는 러시아의 핵·생물·화학 방위군 수장을 맡았다.
영국 외무부는 키릴로프의 이 부대가 우크라이나에 "야만적인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면서, 폭동을 진압하고자 광범위하게 화약 물질을 사용했으며, "질식을 일으키는 독성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했다는 여러 보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살해되기 하루 전날, SBU는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전선에서 금지된 화학 무기를 "대량 사용"한 혐의로 키릴로프에 대한 궐석 형사 재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적이 화학 무기를 사용한 약 4800건의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드론전 및 수류탄에도 화학 무기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키릴로프는 이번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겨냥한 여러 주장을 펼치며 악명을 얻었으나, 그 어느 것도 사실에 기반한 주장은 없다.
그중 가장 터무니없는 주장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생물학 무기 실험실을 건설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다.
아울러 키릴로프는 2022년 3월 러시아가 2월 24일 침공 당일에 압수한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는데, 러시아의 친정부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독립적인 전문가들은 이를 조작된 서류로 본다.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키릴로프의 거짓 발언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국경 지역에서 반격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 점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한 발표 자료를 통해 발전소에서 사고 발생 시 오직 러시아 영토만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키릴로프가 꾸준히 주장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우크라이나의 '더티밤(방사능 물질이 들어 있는 폭탄)' 개발설이다.
2년 전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 내 조직 2곳이 일명 '더티밤'을 제조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명서를 지니고 있다"면서 "이들의 제조 단계는 현재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명백한 거짓"으로 치부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만약 자신들이 이런 종류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러시아 측이 주장한다면 이는 오히려 러시아가 이러한 무기를 제조하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라며 반박했다.
키릴로프는 올해 여름에도 이러한 더티밤 제조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 인근에서 화학무기 실험실을 발견했다는 주장이었다.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시안화수소산(청화수소), 염화시안뿐만 아니라 환각을 일으키는 화학무기인 BZ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루며 국제사회의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그의 죽음은 친 크렘린궁 충성파들에는 타격이겠으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고위 관리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상원 부의장은 키릴로프 사망 소식에 대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