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정상 66년 만에 한자리에…주요 관전 포인트는?

오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일 오전 북한 로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중국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이날 중국과의 양자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김 위원장의 첫 다자외교 무대일뿐더러, 북중러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이례적인 자리다.
일부는 북중러 간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이번 만남이 본격적인 안보 협력으로 발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 정상 간 이례적인 만남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그 어느 때보다 세 정상의 입과 행동에 관심이 쏠리는 지금, 주의깊게 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의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의전 수준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얼마나 긴밀하게 가져가고 싶은지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열병식 행사에서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상석과 그다음으로 좋은 자리에 각각 러시아와 북한 정상을 배치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특히 북한에 있어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중국 전승절 70주년 때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편을 지켰다. 푸틴 대통령의 옆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섰다. 당시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시 주석 오른쪽 줄 맨 끝자리를 배정받았다.
일반적으로 시 주석의 왼쪽에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내빈이 자리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에 좌석 배치에 더해 김 위원장이 베이징역에 도착했을 때 "(중국 측에서) 누가 영접을 나오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급 인사가 직접 영접을 나올수록, 방문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는 당시 중국 내 권력서열 5위 정도로 평가되던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그를 맞이했다.
다만 양자 간의 만남이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의 경우 여러나라 정상들이 참석하는 만큼, 영접을 비롯한 의전이 과거에 비해 간소화될 가능성도 있다.

북중러 3자 회담 열리나?
북중러 3자 회담 성사 여부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다만 성사되더라도, 2023년 8월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회담 등에 비해 느슨한 분위기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흔히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사안을 보는데, 중국은 그런 그림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라며 3자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중국이 한미일 협력을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비판해왔을 뿐더러, 국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와 북한을 규합해서 대립 구도를 만드는 일이 중국에는 큰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 등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관세를 내세운 일방주의 등에 반발해 다자질서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러시아와 북한 등 여러 국가를 맞이할 만큼 지정학적 영향력도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거예요."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이러한 의도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도 3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한미일을 향해 북중러의 결속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북한의 경우 북중러 3자 회담 등을 통해 협력 구도를 강화하길 원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는 상대적으로 소원한 듯 보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경우 러시아와의 협력에만 의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북한에 있어 '북중러' 3자 구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대하고 있는 북미 대화에서 유효한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접촉
중국 열병식에는 한국 측도 참석하는 만큼, 남북 간의 유의미한 접촉이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열병식에 참석한다. 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앞서 우 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우리와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에 있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고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국회가 계속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열병식에서 남북 간의 만남과 관련해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지금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특별한 만남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왔지만, 북한은 최소한의 상응 조치를 하는 것 외에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2023년 12월 한국과의 통일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모든 대화를 단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