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군 수뇌부' 빠진 김정은의 방중 수행 명단… 누가 동행했나

3시간 전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의 방중 수행단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경제부장,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최선희 외무상 등의 모습이 담겼다.

전체 수행단의 명단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국방성이나 인민군 고위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이 군사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고위 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이 탄 특별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자, 중국 내 서열 5위로 알려진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베이징역에서 직접 김 위원장을 영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베이징 곳곳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현장에는 경찰과 병력이 동원되고 촬영이 제한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모습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6년 만에 또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5차 방중 수행단

전승절 행사에 참여한 김여정
JADE GAO / Getty Images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3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군 수뇌부가 빠지고 외교 인사들이 명단에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군사안보'보다는 '외교적'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수행단에 포함된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북한 권력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자 김 위원장의 '그림자 수행원'으로 불린다.

지난 2021년부터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에 가장 많이 동행했으며, 각각 2021년 26회, 2022년 43회, 2023년 30회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간부들의 평판과 인사를 다루는 조직의 총괄비서인 그는 북한 내 상황을 챙기는 차원에서 이번 방중에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원은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56호를 통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사실상 이번 수행단의 유일한 유엔 제재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2018년, 2019년 방중 때도 조용원은 늘 김 위원장을 동행해왔다.

지난 2월 이후 한 달 넘게 자취를 감추며 신변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다시 외교 무대에 등장하며 권력 핵심으로서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앉은 조용원
NEWS1
조용원은 사실상 이번 수행단의 유일한 유엔 제재 대상이다. 사진은 2022년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앉은 조용원
최선희 외무상
NEWS1
북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외무상인 최선희는 북한의 외교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사진은 2018년 성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실무협의를 마친 후 포착된 최선희

김 위원장을 동행한 또 다른 이들은 북한 외교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최선희와 김성남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는 다자외교 무대에 그동안 양국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에 주력해온 북한의 주요 외교 인사가 모두 자리한 것이다.

김성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 겸 당 국제부장은 지난 달 4일 카즈베크 타이사예프 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공산당 대표를 만나 담화를 나눈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최고정책결정기구인 정치국 위원 네 명을 연달아 만나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외무상인 최선희는 북한의 외교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의 1주년을 기념하는 공동 연회에서 양국 관계가 '불패의 동맹관계'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만나 북러 밀착 관계를 더 심화하겠는데 뜻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진 속 포착된 김덕훈 경제부장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 문제 논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방중에 동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 고위간부 왜 빠졌나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김정은
Getty Images
북한이 유엔 제재 명단에 오른 군 고위간부를 방중에 동행하기에는 중국의 '눈치가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2023년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군 고위인사들이 수행단에 다수 포함됐다.

북한군 수뇌부 다수는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어 외국 방문이 제한된다.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더욱 긴밀한 북러 군사협력을 도모하는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북한이 유엔 제재 명단에 오른 군 고위간부를 방중에 동행하기에는 중국의 '눈치가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BBC에 "군사안보적인 면에서 북한이 이번 행사의 주최자인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적으로 양국이 협력하는 모습은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 군사적 연대를 하면 너무 많은 부담을 안고 있고, 북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죠."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3자 간 반서방 연대를 한다고 하지만, 그 연대는 외교적 연대이지 군사안보적 연대가 아닙니다."

임 교수는 러시아의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기 때문에 보란듯이 북한과 군사안보 연대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국과 북한은 이와 같은 관계를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북한 군의 상징적 인물이 동행해봤자 중국 측이 협의를 하지 않으면 카운터파트조차 없을테니 동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