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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5년 만 관계 재설정' 영국과 EU가 각각 원하는 바는?

7시간 전
런던의 의회를 배경으로 펄럭이는 유럽연합(EU)의 깃발
EPA

"바깥세상은 냉혹합니다. 우리는 함께 뭉쳐야 합니다."

어느 유럽연합(EU)의 외교관이 내게 한 말이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가 EU와 영국을 서로에게 끌어들이는 힘이 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EU와 영국 모두 내부적으로는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재조정하거나 수정하려는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지금은 "2020년대 중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로 촉발된 여러 갈등, 협상, 분노, 선거 이후 꽤 세월이 흘렀으며, 어떤 사건들이 벌어졌는지를 상기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국방에 대한 논의를 바꿔놓은 분명한 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및 유럽에 대한 안보 지원을 꺼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공연한 태도였다.

브렉시트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이 어떠하든 간에 2016~2020년 끊임없이 등장해 우리에게 피곤함을 안겨주었던 브렉시트 관련 헤드라인이나 표현이 앞으로 적어도 24시간 동안 다시 들려올 수 있다.

수산물, 주권, 자금, 사법권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이미 양측 고위 관료들은 막판 조정 가능성과 함께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는 EU 협상의 고전적인 표현까지 재언급하고 나섰다.

중요한 전환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브렉시트 관련 논란으로 어지러웠던 시기가 지나고 (한동안) 조용했으나, 브렉시트가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내용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영국 정부는 관세동맹(EUCU), 단일시장, 역내 자유로운 이동 등 EU의 3대 핵심 체제로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전히 논의할 사안들이 적지 않다.

지난 주말에도 협상은 계속되었다. 영국 측에서는 EU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닉 토머스-시먼즈 주계관장이 이끌었다. 아울러 올해 1월 내각에 복귀한 마이클 엘럼 정무차관 또한 실무 차원에서 EU와의 협상을 이끌고 있다. 엘럼은 과거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총리실 홍보국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최근 몇 시간 동안 화상 회의 형태로 진행되었으나, 지난 몇 달간 직접 대면 협상도 몇 번 성사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영국-EU 협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거나 또는 기대해야 할까.

지난해 총선에서 노동당이 내세운 공약을 통해 현 내각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고, 실제로 이들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당시 노동당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117페이지에는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EU와의 개선되고 야심 찬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나와 있다.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영국의 대 EU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무역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식품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가축 관련 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밴드 등 예술가들의 공연 투어를 원활하게 하고, 전문 자격증을 상호 인정하며, 안보 관련 협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이번 협상의 세부 사항이 공개되면 약속한 내용 중 이미 성과를 거둔 부분,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 전혀 합의되지 않은 부분, 당초 약속한 바는 아니나 새롭게 합의된 부분 등을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측은 국방 및 안보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EU 국가 방문 시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EU가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EU는 청년들의 EU와 영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청년 이동성 프로그램에 매우 적극적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이러한 제도를 실행할 계획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최근 몇 주 전부터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는 한편 장점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영국 정부 또한 일각에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자유로운 이동권을 슬쩍 부활시키는 조치로 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부 사항이 합의되었는지,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의 공식적인 명칭이 무엇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PA Media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9일 런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EU 협상에서 늘 빠지지 않는 쟁점이 바로 수산물이다.

그리고 브렉시트 관련 협상의 단골 소재는 자금 및 사법권이다. 영국은 다양한 EU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얼마나 큰 자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분쟁이 발생할 경우 EU 사법재판소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관한 문제이다.

오랫동안 브렉시트를 원했으며, 과거 보리스 존슨 총리가 협상한 EU와의 합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현 내각이 일명 '동적 조화' 합의에 서명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동적 조화' 합의란 단순히 현재의 EU 규칙을 따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규칙이 바뀔 경우에도 계속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이들은 이를 브렉시트 핵심 요소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로 바라본다. 비판가들은 이 같은 내용은 노동당의 공약에도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후 양측간 합의 내용이 공개될 때 세부 사항이 중요할 것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과 집권 다수당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자신에게는 EU와 더 긴밀한 관계를 추진할 권한이 있으며, 여론 조사 결과도 이러한 EU와의 밀착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달 인도, 미국과 맺은 협정과 더불어 최근 EU와의 협상이 브렉시트로 인한 자유를 이용하면서도 EU와 더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브렉시트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켜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화나게 할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반대파들을 진정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위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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