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생률을 높일 후보는 누구인가?

한국이 초저출산사회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저출생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는데 어떻게 알을 낳고 기르겠나."
"자신의 생존조차 버거워 새로운 생명을 들이길 거부하는 사회."
최근 온라인상에는 출산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체념과 분노가 담긴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지난 4월, 24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 유튜브 채널이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다룬 영상 'South Korea is over(한국은 끝났다)'를 공개했다. 영상은 한국의 인구 감소가 노동력 부족, 지역 소멸, 복지 재정 압박 등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15일 기준 조회 수 1100만 회를 넘겼다.
댓글에서는 자신을 한국인이라 밝힌 네티즌들이 끝없는 경쟁과 불안정한 주거 현실이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출산 장려금, 주거 지원금, 무상 보육 같은 대책은 망가진 시스템에 붙인 작은 반창고일 뿐"이라며 단순한 금전적 인센티브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처럼 구조적 위기에 대한 경고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선거에 나선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이재명 VS 김문수, 저출생 해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육아·돌봄 체계 강화 등 저출생 대응책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재명 후보는 자녀 수에 비례한 세제 혜택 확대, 신혼부부 공공임대 확대, '우리아이 자립펀드' 도입 등을 통해 출산·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영유아 교육·보육비 지원 확대, 온동네 초등돌봄체계 구축 등을 통해 돌봄 인프라의 공공성 확대를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24시간 돌봄시설과 긴급돌봄 확대, 최대 9년간 청년 주거비 지원 등을 통해 결혼·출산과 주거 안정성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난임세포 보존 건강보험 적용, 산후조리원 평가의무제 도입 등 임신부터 양육까지의 국가 개입 확대를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라는 방향은 유사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돌봄·교육 확대에 무게를 둔 반면, 김문수 후보는 청년 주거·의료 복지에 보다 집중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들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출산 장려금이나 혜택 중심의 대책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지만,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출산 이후까지 지속 가능한 양육, 일, 주거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저출생 대책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지난 9일 다자녀 가구에 '핑크색 번호판'을 부착해 교통·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러나 상징성에 그칠 뿐, 저출생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주 4.5일제' 워라밸 잡는 출산율 대책 될까?
"부모에게 단순히 '밤 9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BBC에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 공무원, 공기업과 같은 일부 안정적인 직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출산과 동시에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며 "출산 이후 20년 가까운 양육 기간 동안 여성이 자신의 삶을 전부 희생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말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주 4.5일제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양측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정 근로시간 자체의 감축을, 국민의힘은 근무시간 배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0일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주 4.5일제 도입과 장기적 주 4일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책 부담을 기업에 전가한다"며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에선 주 4.5일제 실현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국민의힘은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식이다. 이 경우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은 유지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는 노사 간 합의만 있다면 현행 제도 내에서도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책적 새로움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여성 정책 어디로 갔나… 10대 공약서 사라진 '성평등'
저출생 문제는 여성의 삶과 직결돼 있지만,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의 10대 공약에서 '여성'이나 '성평등' 관련 정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 안심 평등사회'를 3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여성 관련 내용이 일부 노동·소상공인 정책 안에 제한적으로 포함되는 데 그쳤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과 여성 자영업자 안심콜 시스템 구축 계획 등이 그 예다.
지난 12일 10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본부장은 "여성 공약이 축소됐다"는 지적에 대해 "10대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뿐, 전체 공약집에는 별도로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군가산점제 도입과 함께 여성희망복무제를 통해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별도의 여성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여성 정책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같은 공약을 내걸고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지만, 여성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권익을 보호해온 부처를 없애겠다고 말하는 건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던 전직 대통령 시기에 디지털 성범죄가 심해졌고,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여성 비율도 30%(민간 통계)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지금 가장 시급한 여성 정책은?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이번 대선 공약에서 성평등 의제가 배제된 현실을 지적하며 "성별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접근이 이번 대선 공약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 조사관은 젠더 이슈를 지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현재 가장 시급한 여성 정책으로 "경제적 평등"과 "안전 보장"을 꼽았다.
그는 "경제적 기회가 부족할수록 여성은 폭력에도 더 취약해진다"며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겪고도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개별 여성 중엔 남성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임금 격차, 경력 단절, 직장 내 성희롱 등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불이익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는 "폭력 피해자 보호, 성범죄 대응, 경제적 기회 보장이 여성 정책의 핵심"이라며 "이런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저출산이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