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리아 정상 간 만남… 시리아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시리아 과도정부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과 만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알-샤라의 세력은 수십 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끝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힘들었던 이례적인 만남으로, 짧았지만 의미 있었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37분간 알-샤라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와 관련된 조직의 일원이었으며, 미국 정부가 그에게 걸었던 현상금 1000만달러(약 140억원)는 지난해 12월에야 해제되었다.
공개된 영상 속 두 정상은 화려한 사우디 궁전에서 만나 통역사를 통해 대화하며 초반에는 어색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정상 곁에 앉았으며, 튀르키예의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전화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제재 해제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사우디와 튀르키예 지도자들의 설득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13일 밤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 소식을 깜짝 발표하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는 그가 과거 SNS를 통해 미국은 "시리아에 관심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던 점을 생각하면 급격한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간 이어질 자신의 첫 번째 공식적인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에게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터프가이, 매우 강력한 과거(를 지닌 인물)"라고 표현했다.
과거 알카에다와 연계되어 있었던 알-샤라 대통령의 과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포장된 표현이다.
알-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이슬람 단체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은 시리아 내 알카에다의 계열 조직이었으나 2016년 알카에다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HTS는 현재까지도 UN, 미국, 영국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에 권력을 잡은 후 알-샤라 대통령은 서양식 정장을 입는 한편 모든 시리아인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써왔다.
과도정부의 힌드 카바왓 사회노동부 장관은 "이제 이 터널 끝에 새로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카바왓 장관은 BBC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해방의 날" 이후 시리아 정부는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과 극심한 고통 속에서 국민의 90%가 빈곤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전역에서는 미국의 이번 제재 해제 결정에 대해 축하하는 분위기이다.
시리아를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시켰던 이번 제재가 해제되면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 해외 투자, 무역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나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어느 호텔에 머물렀다. 여분의 호텔 키 카드를 달라는 말에 프런트 직원은 "우리는 중동의 북한"이라고 했다.
이 직원은 눈물을 흘리며 "카드가 부족하다. 사실 모든 게 부족하다"고 탄식했다.
이번 제재 해제는 국외 망명 중인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에게 진지하게 귀향을 고려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신생 과도 정부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고, 재건 사업을 시작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를 옥죄고 있는 광범위한 제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일부 제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즉시 해제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겹겹이 쌓인 제재를 해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 이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제재 완화를 약속했을 당시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바 있다.
테헤란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현지 기자들은 괴로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왜 자신들은 여전히 은행 계좌조차 개설할 수 없는지 거듭 질문을 던졌다.
시리아의 새로운 동맹국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같은 역내 강국들은 새 시리아의 미래 설계에 영향력을 행사히고자 노력 중으로, 트럼프와 미 행정부가 시리아 문제에 계속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애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관계 정상화에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가 내건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여러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1기 행정부의 주요 외교적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 관련 표적"이라며 시리아 내 공군 기지, 군사 시설, 무기 저장소 등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측근들로부터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알-샤라 대통령은 이미 주변국가와의 관계 구축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시설과 무기가 "잘못된 세력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샤라 대통령은 지난달 시리아를 방문한 코리 밀스 미 연방하원의원에게 시리아는 "적절한 조건"하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및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알-샤라 대통령과 HTS 세력 및 외국인 전투원이 있는 다른 여러 단체들에 대해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전투원의 철수는 미국 측의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이는 시리아 지도자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도전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제재 해제 결정을 "위대한 기회"라고 높이 평가했다. 시리아 국민 수백만 명은 그저 자신들의 삶이 이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반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