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선 후보 18년 만에 0명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여성 후보 없이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11일 후보등록 마감으로 7인의 후보가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자유통일당 구주와, 무소속인 황교안, 송진호 후보 모두 남성이다.
여성 후보자가 한 명도 없는 대선은 지난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 이후 이번이 18년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선 여성의 대표성이 오히려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대 대선은 역대 최다 4명의 여성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선거엔 118명의 후보자가 나와 99명이 완주했으며, 이중 여성 후보는 9명이 등록해 7명이 완주했다.
여성 후보들의 대선 출마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때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7명이 후보에 등록했는데, 이중 4명이 여성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외에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무소속 김소연 후보, 무소속 김순자 후보가 출마했고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며 완주한 후보 6명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19대 대선에선 당시 등록한 15명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한 여성 후보였다. 20대 대선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출마해 완주했다.
18대 대선부터 네 번의 대선 모두 여성 후보가 있었던 셈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는?
대선에 출마한 최초의 여성 후보는 직선제 개헌 직후인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한 홍숙자 전 사회민주당 후보다.
홍씨는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전인범 전 장군의 모친으로 1958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뉴욕 총영사관 부영사, 주 유엔대표부 3등 서기관을 지낸 바 있다.
13대 대선에 '정치 기적은 여성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로 출마한 홍 후보는 그러나 12월 5일 김영삼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했다.
대선에 최초로 완주한 여성 후보는 다음 대인 14대 대선에 출마한 김옥선 후보다.
김 전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시 '무공약이 공약'을 내세워 출마했다. 김 후보는 그러나 1% 미만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한 최초의 후보는 제18대 대선에서 약 51.55%의 득표율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전 대선인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하긴 했지만, 약 48.1%의 득표율로 49.6%를 기록한 이 전 대통령을 위협했다.
여성으로 가장 많이 출마한 기록은 두 차례 대선을 완주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가지고 있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9대, 20대 대선에 출마해 각각 약 6.17%, 2.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성 후보 실종, 여성 대표성 약화?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긴 했지만, 17년 만에 여성 후보가 출마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대표성 확보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의 비중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현 22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전체 300명 중 60명으로 20%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평균인 27%, 아시아 평균인 2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대표와 진보당의 김재연 상임대표 외엔 주요 정당의 여성 지도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주요후보들의 공약에서 성평등 의제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0대 공약엔 여성만을 위한 별도 항목이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여성희망복무제' 등을 내걸었을 뿐 별도의 여성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성별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접근이 이번 대선 공약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