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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첫 TV 토론서 '차별금지법·노란봉투법' 두고 설전

4시간 전
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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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18일 첫 TV 토론을 펼쳤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첫 TV 토론을 펼친 가운데, 후보들의 신경전이 토론 다음날인 19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토론회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협공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파고들며 강한 비판 발언을 내놨는데, 이는 중도 보수층을 겨냥해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후보는 토론회 이후 이준석 후보에 대해 "우리 당 대표를 한 분이고, 생각이 다를 게 없다"며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의 공약 공세에 중립적인 입장이나 다소 모호한 모습을 보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일찌감치 앞서가는 이재명 후보가 현재 여유가 있는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토론 직후 상대방 주장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하겠다며 여러 개의 반박문을 내며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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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TV 토론 다음 날인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를 향한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어제 TV 토론에서 특유의 무책임과 무사안일주의, 스스로 극단적 가정을 해놓고 이를 지적하는 상대를 극단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의 태도, 말문이 막히면 '그래서 어쩌라고요'라고 조롱하거나 성을 내는 연산군 같은 면모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TV 토론에서 김 후보의 사고와 경험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돼 있는지 국민이 직접 느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그럭저럭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문수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첫 TV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삶이나 대한민국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어떤 방식으로 난제를 타개할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더 나은 국민의 삶,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연구하고 토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이 조금 심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했는데, 그때 이 후보가 사과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보고 '왜곡'이라고 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 후보를 향해 "전북 군산 유세에 가셔서 커피 한 잔의 원가가 120원이라고 발언해서 굉장히 시끄럽다"며 "커피 원가가 지금도 120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커피의 원재료 가격은 제가 말씀드렸던 2019년 봄경 정도에는 120원 정도 한 게 맞다"며 "원재료 가격이 이 정도 드니까 가게를 바꿔서, 닭죽을 파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영업을 하도록 지원해주겠다는 말을 한 것인데 그 말을 떼어 내서 그렇게 왜곡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준비가 많이 안 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후보가 반계엄 분위기에 도취해 아무렇게나 비전을 제시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감세 문제로 복지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등에 관해 얘기하는 후보는 저밖에 없었다"며 "노동자, 서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진보 후보로서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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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전날 첫 TV 토론회를 마친 뒤 "국민의 삶이나 대한민국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어떤 방식으로 난제를 타개할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교 정책 공방

앞서 각 후보들은 전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회에서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토론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친중국적'이라고 협공하며 공세를 퍼부었고, 이재명 후보는 실용주의 외교관을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최근 중국·대만에 관여 말고 '셰셰'(중국어로 고맙습니다)하면 된다고 해 비난받았다. 너무 친중국적 입장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너무 단편적 생각이다.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고 대만과 중국의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현상을 존중하고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전남 해남 솔라시도 부지에 해안 풍력발전을 이용한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공약한 데 대해서도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시장에 우호적인,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거듭 "저를 친중으로 몰아보려고 애쓰는데 매우 부적절하다"며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를 기본적으로 쓰는 게 표준"이라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 시절 사드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주한중국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도 침묵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이 후보가) 계속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미동맹은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확장·발전해 가야 한다"며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 포괄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 외교 기본 축인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그렇다고 거기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안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 배제하거나 적대적으로 갈 필요 없다. 외교는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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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는 토론회 이후 이준석 후보에 대해 "우리 당 대표를 한 분이고, 생각이 다를 게 없다"며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에너지정책 경쟁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가 먼저 이 후보를 향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하자고 하는데 원전을 짓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라며 "과거 문재인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냐, 안 하냐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며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한데 다만 그 비중을 어떻게 할 거냐는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좀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또 "폐기물 문제라든지 사고가 났을 때의 엄청난 피해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가급적이면 원전을 피하는 게 좋다"면서도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은 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정도의 소형 원자폭탄 같은 게 그 위에 떨어져도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의 고장이 없다"며 "문 전 대통령처럼 영화 하나 보고 그냥 원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체르노빌은 왜 사고 났나"라며 "지금 당장은 눈으로 보기에 안전할지 몰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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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감세 문제로 복지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등에 관해 얘기하는 후보는 저밖에 없었다"며 "노동자, 서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진보 후보로서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입장은?

후보들은 토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와 관련해 "이것으로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권영국 후보의 발언에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지금 현재는 너무 현안들이 복잡한 것이 많이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권 후보는 "이번 광장에서 2030 청년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 총재 시절 앞으로 이 땅에서 영원히 차별을 없애 나겠다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07년 노무현 정부도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며 "2013년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차별이 어떤 특정 요소에 의해 생기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긴 하다"고 대답했다.

이준석 후보는 '차별금지법 입법 제안된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어떤 입장을 지지하느냐'고 물었고, 권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며 "학력, 학벌, 고용 형태,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 나이 이런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여러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정의당에서 과거 공천 기준을 보면 차별금지법을 말하지만, 전과에 대해선 엄격한 것 같았다"며 "보편적 차별금지법에서 전과가 있는 사람은 기본권이 제약돼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권 후보는 "전과에 대해선 법적으로 제한이 있지 않나, 거기에 따라선 법적인 제한을 받아야 한다"며 "(이미 형을 살았다면) 형을 살았던 부분과 기존의 전과와 자기가 하는 업무의 관계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노란봉투법 두고 설전

후보들은 노란봉투법,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조항, 주 4.5일 등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특히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그동안 정부가 노란봉투법에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또 밀어붙일 것인가"라며 "이 법은 헌법에도, 민법에도 안 맞다.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가 다 인정하는 법으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김 후보는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 법이 악법이라니.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었나"라고 가세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원래 반도체특별법에 '왜 52시간 예외를 못 해주겠나'라고 하지 않았는가"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본인이 노동부 장관으로서 직접 유연 근로제 단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가 빠져 있고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만 말한다. "원래 사람들이 어려울 때 옆에 사이비 종교가 다가오는 것처럼 가장 위험한 형태의 사람"이라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의 다음 TV 토론은 사회 분야를 주제로 오는 23일 저녁 8시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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