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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달로 콜센터는 사라지게 될까?

5시간 전
콜센터 직원의 모습
Getty Images
콜센터에 전화하기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응대한다면 나아질까?

'챗GPT'에 앞으로 고객 서비스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지 물어보면 대체로 외교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요약하자면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인도의 IT 기업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의 K. 크리티바산 CEO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발달 덕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머지않아 사람이 직접 응대하는 콜센터(전화상담실)의 필요성이 "최소한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즈니스 및 기술 연구 기업인 '가트너'는 오는 2029년까지 AI가 고객 서비스의 80%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른바 'AI 에이전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스스로 결정도 내릴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러한 AI 에이전트는 '규칙 기반 챗봇' 즉 정해진 질문에만 답할 수 있는 기존 챗봇의 성능을 매우 강화할 수도 있다.

최근 택배업체 '에브리'의 챗봇을 이용하며 현재 AI를 사용하지 않는 챗봇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내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문의하자 에즈라(챗봇의 이름)는 "바로 해결해드리겠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운송장 번호를 요청해서 입력했더니 이미 배송 완료된 상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내가 배달 증명서를 요청하니 사진 하나가 화면에 떴다. 다름 아닌 다른 집 현관 앞에 놓인 내 택배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증거'를 보여준 후 마저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에브리는 BBC에 서비스 개선을 위해 5700만파운드(약 1070억원)를 투자 중이라면서 "자사의 지능형 채팅 시스템은 추적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유용한 답변을 제안하며, 고객의 택배가 최대한 빨리 배달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 데이터에 따르면 대다수 고객이 채팅 서비스 이용 시 필요한 답변을 몇 초 만에, 첫 시도에서 얻습니다. (다만) 서비스를 더욱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검토하며, 수시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택배 업체 'DPD'는 AI 챗봇을 도입했으나, 해당 챗봇이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내뱉고 심지어 이용자에게 욕설까지 하는 바람에 결국 기능을 중단해야만 했다.

챗봇과의 대화 화면
Getty Images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기존 챗봇 서비스에 AI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AI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구현하며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다.

가트너에 따르면 주요 고객 서비스 기업의 약 85%가 AI 챗봇을 도입하거나 시험 운영 중이지만, 이 가운데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하는 프로젝트는 20%에 불과하다.

가트너의 분석가인 에밀리 포토스키는 "AI와는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챗봇은 거짓을 만들어내거나, 오래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완전히 틀린 답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택배 서비스처럼 물어볼 질문의 유형이 제한된 경우에는 (기존의) 규칙 기반 툴이 좋습니다."

한편 사람 직원에서 AI 고객 서비스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자원 재배분과 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포토스키는 AI가 인간 상담원보다 반드시 저렴하지는 않다고 했다. "매우 고가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AI로 대체하려는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방대한 훈련 데이터 확보다.

포토스키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를 도입할수록 데이터 관리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소프트웨어 대기업 '세일즈포스'의 조 인제릴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콜센터는 AI를 훈련시키기에 매우 훌륭한 환경이라고 했다. 특히 인도, 필리핀 등 비용이 저렴한 지역의 콜센터는 이미 직원 교육 자료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있기에 AI가 이를 기반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콜센터에는) 방대한 문서 자료가 존재하는데, 이는 AI가 최전선에서 대응할 때 활용하기 매우 유용한 자료들"이라는 설명이다.

세일즈포스의 AI 기반 고객 서비스 플랫폼인 '에이전트포스'는 현재 '포뮬러1'부터 보험사인 '프루덴셜', 레스토랑 예약 사이트인 '오픈테이블', SNS 플랫폼인 '레딧'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사가 애용 중이다.

인제릴로 CDO에 따르면 초반 테스트 과정에서 AI가 조금 더 사람처럼 말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아 그렇군요. 불편하게 해드렸습니다'라고 말하겠지만, AI는 그냥 티켓만 생성했다"고 한다.

이에 AI 에이전트가 고객이 문제를 겪고 있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 더 공감하며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자사 AI에 경쟁사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막아둔 규칙도 문제가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인제릴로 CDO는 "고객이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세일즈포스 통합과 관련하여 정당하게 문의하였을 때 (이러한 언급 차단은) 역효과를 냈다"면서 "자사 AI 에이전트는 기존에 지정해 둔 경쟁사 목록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질문에 답변하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후 세일즈포스사는 이 같은 경직된 규칙을 수정했다.

세일즈포스사는 AI 에이전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출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품고 있으며,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94%의 압도적인 비율로 고객들이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는 선택지를 고른다고 주장했다.

인제릴로 CDO는 "인간 상담원보다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AI가 차세대 고객 서비스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고객 서비스 비용을 1억달러나 절감했으나, 인제릴로 CDO는 이로 인해 일자리 4000개가 사라졌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서는 경시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해당 인력의 상당수는 고객 서비스 관련 다른 부서로 재배치되었습니다."

피오나 콜먼
Fiona Coleman
피오나 콜먼 CEO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오나 콜먼은 AI를 활용하여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 교대 패턴의 유연화를 돕는 기업인 'Q스토리'의 CEO다. 주요 고객사로는 이베이, 냇웨스트 등이 있다.

콜먼 CEO는 AI가 분명 근무 환경을 높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술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가끔은 나도 디지털 상호작용이 아닌 인간과 직접 대화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5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지켜봐야 합니다. AI가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처리하거나 개인 채무 문제를 상담해 줄 수 있을까요. AI가 충분히 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실제로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이미 반발에 직면한 상태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해외로 이전된 콜센터를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법안이 제안되었는데, 해당 법안은 기업들이 AI 사용 여부를 공개해야 하며, 요청 시 반드시 고객을 인간 상담원과 연결해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가트너는 2028년까지 EU에서는 소비자 보호 규정 일환으로 '인간과 대화할 권리'가 명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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