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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갈매기, 필리핀서 최소 114명 사망자 낸 뒤 베트남 관통

2시간 전
망가진 가로수를 정리하는 작업자의 모습
AFP via Getty Images
지난 6일 태풍 '갈매기'가 접근하면서 베트남 중부 잘라이성의 퀴논 해변가 나무들이 강풍에 쓰러졌다

올해 가장 치명적인 태풍 중 하나인 '갈매기'가 지난 6일(현지시간) 149km/h의 강풍을 동반하여 베트남 중부를 관통한 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향하고 있다.

이번 주 초 '갈매기'로 인해 필리핀에서는 여러 지역이 침수되며 최소 114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실종되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부 닥락 성에서는 민가가 붕괴하여 최소 1명이 숨졌으며, 잘라이성에서도 2명이 숨졌다. 베트남 정부 재난관리 당국은 현재까지 사망자 수 및 예상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태풍은 베트남 중부 지역에서 지난주 약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록적인 폭우 뒤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시기에 강타했다.

태풍 상륙 전, 베트남 군 당국은 구조 및 구호 활동을 위해 병력 26만 명, 차량 6만700여대, 항공기 6대를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베트남 내 일부 공항과 고속도로가 폐쇄되었으며, 수십만 명이 대피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 29분 태풍이 베트남에 상륙한 직후, 닥락 성 주민 수백 명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닥락 성은 호찌민에서 북동쪽으로 350km 떨어진 지역이다.

강풍과 폭우가 계속해서 해당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주민들이 주택 붕괴 혹은 침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태풍 경로
BBC

베트남 기상청은 7개 시와 성 내 수백 개 지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여러 성에서 피해 보고가 접수되었다. 강풍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호텔유리창이 깨진 사례도 보고되었으며, 농촌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기도 했다.

5일 아침, AFP통신 기자는 해안가 주민들의 집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촉구하는 공무원들을 목격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팜민찐 총리는 온라인 회의를 소집하여 "고립된 지역에 반드시 접근하여 주민들에게 식량, 식수, 필수품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고 있는 주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엉망이 된 호텔 내부를 청소하는 작업자의 모습
AFP via Getty Images
심각한 피해를 본 퀴논 해변 인근 한 호텔은 지난 6일 대대적인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필리핀 현지에서 '티노'로 불리는 '갈매기'는 베트남 상륙 전 이미 필리핀에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우선 최소 114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인구 밀집지이자 유명 관광지인 세부를 포함한 중부 지역에서는 차량이 거리를 따라 쓸려 내려가는 등 피해 규모가 컸다.

'갈매기'로 인해 24시간 만에 한 달 치에 달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산비탈을 따라 진흙과 잔해가 도시 지역으로 밀려들었다. 높은 지대로 피신한 주민들은 버스들과 컨테이너들이 거센 홍수로 휩쓸려 가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태풍으로 부실한 건축 자재로 지어진 빈곤 지역의 주택가가 통째로 떠내려가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세부 탈리지시의 주민인 멜리 사베론은 잔해 더미로 변한 집터를 절망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베론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에겐 집이 없다. 집에서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토록 많은 비와 바람이 몰아칠 줄 몰랐습니다. 태풍은 익숙하지만, 이번 건 달랐습니다."

현재 주민들은 두꺼운 진흙층을 걷어내며 청소하고, 잔해 속에서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등의 고된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6일 이른 아침,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 선포 기준에는 대규모 사상자, 중대한 재산 피해,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계 수단 및 일상생활의 붕괴 등이 포함된다.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
EPA
지난 6일 필리핀 세부에서는 전날 홍수로 주택이 망가진 주민들이 대피소로 피신했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 일주일간 홍수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강둑이 무너지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후에와 역사적 명소 호이안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 일부가 침수되었다. 호아이강이 범람하며 주민들이 나무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태국 또한 이번 태풍의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돌발 홍수, 산사태, 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태풍 갈매기가 상륙하기 직전 바다의 모습
EPA
지난 6일 베트남 중부 다낭의 끄어다이 해변에 파도가 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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