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성추행당한 멕시코 대통령, 법적 조치 착수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공개 행사 중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을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면은 현지시간 4일, 멕시코시티 국립궁전 인근에서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시민의 휴대전화에 촬영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뒤에서 다가오더니 대통령의 목에 입을 맞추려 하고, 몸에 손을 대려는 장면이 담겼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곧바로 몸을 피했고, 수행원이 즉시 그 남성을 막았으나 그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남성은 현재 체포된 상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다음 날인 5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고소하지 않는다면 다른 멕시코 여성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대통령에게조차 이런 행동을 한다면, 이 나라 여성들에게는 무엇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제가 여성으로서 겪은 일이며, 우리 여성 모두가 이 나라에서 겪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아니었을 때도, 학생이었을 때도 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용의자가 현장에 있던 다른 여성들에게도 비슷한 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며 고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인권 단체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이번 사건이 멕시코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마초 문화'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여성 대통령에게조차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멕시코는 여성 살해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성별 기반 살인 사건의 약 98%가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강력 범죄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경호 문제와 정치인 전반의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의 속에서 발생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종종 경호팀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번 일 이후에도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은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초아칸주 우루아판 시에서 '죽은 이들의 날' 행사 도중 카를로스 만소 시장이 피격·살해된 지 며칠 뒤 벌어진 일이다.
만소 시장은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추가 지원을 꾸준히 요청해온 인물이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총선 기간에도 후보자 약 35명이 선거 과정에서 살해되는 등 근래 들어 가장 폭력적인 선거로 기록된 바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후 전반적인 치안 상황 개선에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제기해온 펜타닐 밀매 조직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