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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열차 칼부림 사건 목격자… '손을 보니 온통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50분 전

지난 1일 런던북동부철도(LNER) 열차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11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시 승객들은 피가 묻은 좌석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병을 들고 맞섰던 긴박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부상자 중 2명은 여전히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해당 열차는 영국 중부 사우스요크셔주 돈커스터에서 출발하여 런던 킹스 크로스역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오후 8시 직전 케임브리지셔주 헌팅던에 비상 정차하였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식당칸에 숨어

알리스테어 데이는 노팅엄 포레스트 FC의 경기를 관람하고 하트포드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원래 갈아타려 했던 열차를 간발의 차로 놓친 바람에 사건이 발생한 열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한 승객이 칼을 든 괴한과 맞서 싸우는 동안 그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열차의 식당칸에 숨어 있었다.

데이는 "나는 식당칸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이상했다. 나는 객실 끝 쪽에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오길래 학생들이 장난을 치거나 헬러윈 행사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온갖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세상에, 상황이 좋지 않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팔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난동을 피우는 남자가 보였습니다. 앞에 사람들이 있어서 정확히는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뭔가 해보려 했지만, 마음을 바꿨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모든 승객은 모두 벌떡 일어나 계속 달렸지만, 저는 식당칸 옆에 있었고 그곳에 있던 승객들은 셔터를 닫으려 애쓰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우리도 들여보내달라고 소리쳤고, 그 안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갔습니다. 다 모이니 12명 정도가 되더군요."

"저는 가장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구석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눈 한 젊은 여성은 창가에 있었고, 칼을 든 괴한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때쯤엔 우리가 창문도 잠근 상태였죠."

'도망쳐요'

케임브리지셔주 헌팅던 역 플랫폼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
PA
이번 사건으로 경찰, 구급대원 등이 대거 출동했다

마찬가지로 노팅엄 포레스트 FC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경기를 보고 귀가 중이던 조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같았다고 회상했다.

런던 남동부 페컴 출신인 이 24세 청년은 "밤에 무엇을 할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객차에서 쏟아져 나오며 '도망쳐요. 도망쳐야 해요'라고 소리 질렀다"고 했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러다 급히 소지품을 내려놓고 그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키 큰 흑인 남성이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피가 낭자했습니다."

'마지막 객차까지 몰리면 어떡하지?'

이어 조는 "우리는 열차 안에서 계속 이동했다. 괴한이 우리 뒤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가장 무서웠던 건, 이 열차가 스테버니지와 킹스크로스에만 정차하고, 그 둘 사이 거리가 꽤 멀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열차에 얼마나 오래 갇혀 있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이 열차 안을 계속 달리고 있지만, 만약 마지막 객차까지 몰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열차 끝까지 도달하면 어찌해야 하나,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막막했습니다."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정말로 싸우거나 도망가야 했습니다."

'공포에 질리다'

스티브는 두 자녀를 데리고 해당 열차에 타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객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끔찍했던 악몽"이었다고 했다.

BBC 라디오 4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해당 열차에 오후 7시 10분쯤 탑승했다. 피터버러를 막 출발했을 때, 전에 들었던 적 있는 일종의 부드러운 경보음이 열차 내에 울렸다"고 회상했다.

"J 칸에서 비상경보가 작동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쪽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보였습니다 …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내 승객들이 이내 공포에 질렸습니다."

"누군가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고 외쳤고, 이에 사람들이 우리 객차 쪽을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열차의 객차 배치
BBC
사건이 발생한 열차의 객차 배치. 목격자 올리 포스터, 알리스테어 데이, 스티브는 각각 자신이 H, G, B 칸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은 J 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스티브는 "스피커를 통해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승객들은 안전하게 있어 달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듣기만 해도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기차가 정차했고, 모두 스테버니지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예정 정차역이었으니까요. 이내 사람들이 도망치듯 열차에서 쏟아져나왔습니다. 모두가 약간 당황한 상태로 역 앞마당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고, 언덕을 올라 도로로 나가보니, 그곳에 2~3명 정도의 젊은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이후 어떤 집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며 초인종을 눌렀고, 안에 들어갔습니다. 아주 친절한 중년 부부가 우리가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 머물게 해주셨습니다."

"제 아이들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아주 잘 견디고 있습니다."

위스키 병

객실 내부를 관찰 중인 과학수사관
Joe Giddens/PA

또 다른 승객 올리 포스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사람들이 '도망쳐요, 도망쳐, 누군가 사람을 찌르고 있어요'라고 소리 질렀을 때만 해도 핼러윈 장난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다 몇 분 안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지나가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기대고 있던 의자에도 "피가 사방에 묻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내려다본 자기 손도 "피로 뒤덮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포스터는 한 노인이 괴한이 젊은 여성을 찌르는 걸 "막아내며" 목과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았다.

주변 승객들이 달려들어 재킷으로 노인의 출혈을 멈추고자 애썼다.

그는 해당 객차에서 자신과 승객들이 맞설 수 있던 유일한 무기는 위스키 한 병이었다면서, 승객들은 "객차를 바라보며" 괴한이 이곳에는 들어오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회상했다.

사건은 총 10~15분간 이어졌으나, 포스터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는 "심하게 피를 흘리는 사람이 3명 정도 있었다. 한 남자는 배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배에서 나온 피가 다리 쪽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이 남성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칼에 찔렸어요'라고 외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멈춰있는 열차와 과학수사대의 모습
PA Media
사건은 지난 1일 오후 7시 42분에 발생했다. 영국 교통경찰(BTP)은 오후 6시 25분 사우스요크셔주 돈캐스터에서 출발하여 런던 킹스크로스로 향하던 LNER 열차 내에서 다수의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열차는 원래 하트퍼드셔주 스테버니지역에만 정차한 뒤 목적지인 킹스 크로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스테버니지역에 내릴 예정이었던 승객 렌 체임버스는 팔이 피투성이인 한 남성이 객차를 가로질러 달려오며 "저들은 칼을 갖고 있어, 도망쳐"라고 외치는 모습에 처음에는 이상함을 느꼈다.

체임버스와 친구는 열차 앞쪽으로 달려갔고, 바닥에 쓰러진 남성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며 "스트레스받고 꽤 무서웠지만", 다치지 않고 열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체임버스는 BBC 라디오 5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열차 안은 피투성이였다. 내 가방과 청바지에도 묻어 있었다"고 했다.

"기차가 멈추자마자 승객 대부분은 밖으로 뛰쳐나가 도망치려 했습니다. 가해자가 아직 기차 안에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한편 런던 지하철의 직원인 딘 맥팔레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오후 8시경 헌팅던역에 멈춰 선 열차에서 승객 1명이 피를 흘리며 내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열차가 비상 정차하자 여러 명이 피를 흘리며 승강장에서 도망치고 있었고, 그중 흰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고 한다.

맥팔레인은 자신은 사람들에게 역을 떠나라고 말하는 한편 공황 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승객들을 도우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사건 현장
PA Media
1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9명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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