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미 선거의 밤: 민주당의 반격 및 승리의 메시지 … 4가지 핵심 포인트는?

3시간 전

미국 민주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뉴욕 시장 선거 및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분명 고무적인 밤을 보냈을 것이다.

이는 지난해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와 공화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번 주요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중간 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졌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1. 기운을 되찾은 민주당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치러진 첫 주요 지방선거를 휩쓸며 핵심적인 승리를 챙겼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기쁨의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참패 이후 침울했던 분위기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공화당 출신의 현직 주지사를 꺾고 당선되었으며, 뉴저지주에서는 마이키 셰릴 의원이 주지사로 선출되었다. 두 후보 모두 56%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었다.

뉴욕시에서는 조란 맘다니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류 쿠오모를 꺾고 1969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표 이상을 얻으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맘다니 후보는 청년층과 이민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며 "유권자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그는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거둔 일련의 압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속한 정책 추진에 힘겨워하던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2024년 패배에서 반등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켄 마틴 위원장은 지난 5일 "민주당이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물론 2026년 중간선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이번 선거 결과가 재현되리라 단정할 수 없다.

2. 생활비 부담: 승리의 메시지

월세, 식료품비, 보육 부담 완화는 좌파 성향의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이었으나, 이러한 의제는 다른 지역의 비교적 온건한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승리의 열쇠로 작용했다.

뉴저지의 셰릴과 버지니아의 스팬버거 후보는 이번 주지사 선거운동에서 높은 생활비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 역시 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선거를 치른 세 지역 모두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다 꼽은 사안은 경제와 생활비 부담이었다.

특히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의 출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모두 경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은 유권자 대다수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는 내년으로 예정된 중요한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결집할 수 있는 메시지일 수 있으며, 공화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하원의원은 최근 미국 뉴스 웹사이트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들의 생계가 계속 하루하루 빠듯하다면 공화당은 하원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앤드루 코네슈스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워야 한다는 점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생활비 부담 완화 메시지는 유권자의 인구통계학적 경계를 초월하여 중요하며, 공화당의 주요 약점을 부각시킨다"고 덧붙였다.

3. 두드러진 라티노 표심 변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상대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당시, 수십 년간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라티노 유권자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라티노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2020년 대선에 비해 무려 14%p 상승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라티노 유권자들로부터 이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적도 없었다.

그리고 비록 이번 지방선거의 밤 투표용지에 대통령이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었으나, 공화당이 잠재적으로 우려할 만한 신호가 포착되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당선자들은 라티노 유권자 지지율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약 30%p 차로 크게 앞섰다.

이번 선거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흥미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라티노인 뉴저지 퍼세이익 카운티 민심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 지역에서 3%p 차로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 5일 치러진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셰릴 후보는 공화당 후보를 15%p 차로 따돌렸다.

공화당의 라티노 표심 전문 연구가인 마이크 마드리드는 생활비 및 경제 이슈가 다시 한번 핵심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간 전국에서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라티노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오직 경제"였다는 설명이다.

4. 드러난 민주당 내부 차이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맘다니는 민주 사회주의자임을 표방하며 무상 보육과 버스비 등의 정책을 실천하고자 억만장자와 기업들에 9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선거에서 더 많이 승리해 온 지역이다.

이들 주의 민주당 후보들은 당내 주류의 지지를 등에 업은 중도 성향 정치인들로, 뉴욕시 유권자들보다는 진보 색채가 옅은 유권자들에게도 호소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미니 지방선거'의 밤은 민주당 내 진보 진영과 중도파 간 차이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향후 선거와 후보 선정 시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코네슈스키는 민주당이 "일률적" 접근 대신 지역구별 유권자층의 요구를 반영하여 맞춤형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우에 따라 어느 지역에는 진보 성향이 강한 후보를, 다른 지역에는 온건파나 중도파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 뉴욕시 감사원장이자 맘다니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브래드 랜더 또한 이 점을 재차 강조하며, 나다 타우픽 BBC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미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효과적인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경선 과정에서 이렇게 진행될 수 있도록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