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거울도, 에로틱한 사진도 전부 가린다 … COP30 기간 특수 노리는 '러브모텔'들
'소 프라제르('오직 쾌락'이라는 뜻)' 모텔의 객실에서는 원형 침대와 에로틱한 그림들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건물 외벽도 금강앵무새, 재규어, 왕부리새 벽화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곳 모텔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브라질 벨렘에서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온 투숙객들을 시내까지 실어 나를 미니밴이 곧 도착할 예정이다.
모텔 주인인 크리스티아누 리베이로는 이번 정상회의는 2003년 개업 이후 찾아온 최고의 사업 기회라고 했다. 개업 당시만 해도 주요 고객층은 잠시 성관계를 위한 장소를 찾던 트럭 운전사들이었다고 한다.
COP30 개최 소식에 아마존 열대우림 가장자리에 위치한 벨렘의 숙박비가 급등하면서 저소득 국가 대표단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몇 달 전 브라질 언론은 근처 호텔 스위트룸의 1박 요금이 6,500헤알(약 170만원), 아파트형 숙소의 11박 가격이 거의 100만헤알(약 2억70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몇몇 국가 대표단은 숙박비가 인하되지 않을 경우 행사 개최지를 다른 도시로 바꾸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 측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예정대로 벨렘에서 COP30에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신 저소득 국가 대표단을 위해 일부 객실을 지정된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리베이로는 "마치 고무 열풍과 같다"고 표현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열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무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급증하며 벨렘 경제의 기반을 다졌던 시기를 말한다.
그러나 COP30의 경제적 혜택은 많은 숙박업주들의 기대했던 만큼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
2023년, 벨렘 내 숙박 시설을 확충하고자 파라주 정부는 새로운 가구를 구입하는 기존 숙박업소에 면세 혜택을 제공했다.
이에 벨렘 지역 여러 모텔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객실 리모델링에 나섰고, 성적인 색채도 걷어내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모텔이란 주로 성관계를 목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객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도 사적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공간으로,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인이나 혼외 관계를 맺는 사람들, 일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찾는다. 인테리어 역시 특정 테마로 꾸며진 고급형부터 비교적 단순한 형태까지 다양하다.
리베이로는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샤워기와 변기, 매트리스 등도 모두 교체했으며, 숙박에는 적합하지 않은 원형 침대도 없앴다"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소 프라제르' 모텔은 벨렘으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변의 마리투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시내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주로 주거하는 지역으로, 관광객들을 끌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아울러 다양한 성관계 자세를 위한 소파도 치우고, 새 침대시트, 수건, 온수욕조 등도 마련했다. 리베이로는 "투숙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좀 쉴 수 있지 않겠냐"며 농담을 던졌다.
또한 청소 직원과 주방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열대 연어 샐러드' 등의 요리가 추가된 영어 메뉴판도 준비했다.
벨렘 중심부에 위치한 또 다른 모텔 '포우사다 아크로폴('아크로폴리스 여관'이라는 뜻)'은 붉은색에 '연인과 함께 오세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던 외벽을 덧칠했다.
이제 건물 외벽은 단조로운 회색으로 바뀌었고, 객실 천장에 달려 있던 거울도 모두 사라졌다.
두 모텔 모두 예약률이 높진 않았으나, 나름대로 수익을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소 프라제르는 캐나다, 핀란드, 탄자니아에서 온 손님들 덕에 스위트룸 33개가 예약되었다. 손님들은 1박에 약 1300헤알을 지불했으며, 한 객실은 무려 15일간 예약되며 2만헤알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리베이로에 따르면 이전까지 객실 요금은 시간당 100헤알 수준이었고, 온수욕조가 구비된 가장 좋은 스위트룸은 1박에 500헤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가 호텔은 아니지만 호텔같이 운영하고, 호텔같이 훌륭한 서비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우사다 아크로폴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온 손님 4명이 예약을 했지만, 이곳 사장인 알베르토 브라가에 따르면 아직도 22개 객실이 비어 있다고 했다.
'브라질 모텔 협회(ABMotéis)'의 파라 주 책임자인 리카르도 테이셰이라가 BBC에 밝힌 바에 따르면, 벨렘 지역의 모텔 객실 약 4분의 1이 COP30을 앞두고 재단장하였으나, 행사 기간 예약된 객실은 그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호텔의 경우 남은 객실이 거의 없다. '파라주 호텔협회(ABIH-PA)'에 따르면 행사 기간 벨렘 내 호텔 예약률은 97%에 달한다.
이 도시의 호텔 침대 수는 1만8000개에 불과하나, COP30 조직위원회는 정상회의 기간 총 5만3000개 침대가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 참가자 수보다 약간 많은 규모다.
이 가운데 1만4500개는 호텔과 모텔에, 2만2500개는 에어비앤비 숙소에, 1만개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한 단기 임대 숙소에, 나머지 6000개는 크루즈 선박 객실에 마련되었다.
COP30 조직위 측에 따르면 행사 개막 일주일 전인 11월 3일 기준으로 숙소를 완전히 확정한 국가는 159개국, 여전히 협의 중인 국가는 28개국이다.
브라가와 리베이로 모두 막판 예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 단위 객실 대여도 계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브라가는 "우리는 다른 분위기의, 좀 더 호텔 같은 느낌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리베이로 또한 "성적인 테마가 없는 객실, 좀 더 편안한 객실 등 모텔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따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제 모텔 산업은 집과는 뭔가 다른 환경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연인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