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기 힘든 과정 속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는?

다음 교황은 누가 될까. 그 선택은 가톨릭교회와 전 세계 신자 14억 명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차기 교황 선출은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추기경단은 바티칸 시국 소재 시스티나 성당에서 토론을 벌이며 단 한 명의 후보로 추려질 때까지 투표하는 '콘클라베'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추기경의 80%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인사들로, 이들은 단순히 교황을 처음 선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폭넓은 글로벌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역사상 처음으로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유럽 출신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선종한 교황이 임명한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나, 추기경단을 모두 "진보적"이거나 "전통주의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누가 차기 교황으로 선출될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추기경단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출신 교황을 선출할 가능성도 있을까. 아니면 바티칸 행정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을 선호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몇몇 인물들을 살펴봤다.
피에트로 파롤린

국적: 이탈리아
나이: 70세
부드러운 말투로 유명한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교황청 국무원장 즉 교황의 주요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국무원장은 교황청의 내각인 국무원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사실상 부교황 역할을 해온 그는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파롤린 추기경이 가톨릭 교리의 순수성보다는 외교와 글로벌 시각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문제로 여기며, 지지자들은 이를 강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파롤린 추기경은 전 세계의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난 2015년 실시되어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아일랜드의 기념비적인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인류의 패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베팅 사이트에서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나 파롤린 추기경 본인 또한 '콘클라베에 교황으로 들어가면,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이탈리아의 옛 속담에 대해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교황 선출 과정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강조하는 표현이다.
지난 40년간은 없었으나, 역대 교황 266명 중 약 213명이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현재 가톨릭 교회 지도부가 이탈리아와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당분간은 이탈리아 출신 교황이 선출되지 않을 수 있다.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국적: 필리핀
나이: 67세
다음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을까.
타글레 추기경은 수십 년간 목회자로서 경험을 쌓았다. 즉 바티칸의 외교관이나 세속에서 벗어나 교회법을 연구하며 산 전문가가 아닌 실제 교회 지도자로서 신자들과 함께 해온 인물인 것이다.
타글레 추기경의 고향인 필리핀은 인구의 약 80%가 가톨릭 신자로, 교회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현재 추기경단 중 필리핀 출신은 역대 최다인 5명으로, 이들 모두가 타글레 추기경을 지지한다면 상당한 힘을 지닌 로비 세력이 될 수 있다.
한편 타글레 추기경은 가톨릭 내에서 온건파로 간주되는 인물이자, 프란치스쿄 교황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민자들에 대한 연민으로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고도 불린다.
낙태에 대해서는 "살인의 한 형태"라며 생명은 잉태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가톨릭 교회의 전반적인 입장과 일치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락사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마닐라 대주교로 봉직 중이던 지난 2015년에는 모든 사람은 연민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과거 교회의 가혹함이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상처를 입히고 이들에게 "낙인"을 찍었다고 지적하며, 교회가 동성애자,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들, 미혼모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가 선출되었던 지난 2013년 콘클라베에서도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다. 10년 전, 차기 교황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농담처럼 웃어넘긴다! 재미있다"고 답한 바 있다.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국적: 콩고민주공화국
나이: 65세
수백만 명의 신규 신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차기 교황이 나올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은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의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킨샤사 대주교로 7년간 봉직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그는 문화적 보수주의자로서 "동성 간의 결합은 문화적 규범에 어긋나며, 본질적으로 악하다"며 동성 결혼에 대한 축복을 반대한다.
비록 인구 중 다수가 기독교인인 국가이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의 기독교인들은 지하디스트 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관련 반군 등에 의해 여러 박해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암봉고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강력한 지지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20년 인터뷰에서는 "개신교 신자는 개신교 신자로, 이슬람교도는 이슬람교도로 살게 놔둬야 한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일할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자기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며 종교적 다양성을 지지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일부 추기경들은 과연 그가 가톨릭 교회의 사명, 즉 교회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목표를 온전히 수용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국적: 가나
나이: 76세
만약 동료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턱슨 추기경은 1500년 만에 최초로 탄생한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된다.
그러나 암봉고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턱슨 추기경 또한 자신은 교황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201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과연 교황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륙 내 가톨릭 교회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아프리카에서 차기 교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질문에 턱슨 추기경은 "그러한 생각은 물을 흐리는 경향이 있기에" 그런 통계를 근거로 교황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타글레 추기경처럼 턱슨 추기경 또한 약 10년 전 교황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실제로 투표 실시 이전, 베팅 사이트에서 꼽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지난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선임되며 가나 출신 최초의 추기경이 된 턱슨 추기경은 한때 펑크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으며, 에너지 넘치는 존재감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아프리카 출신의 여러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턱슨 추기경은 모국인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내 동성화 범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가나 의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을 논의하던 2023년 당시 B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턱슨 추기경은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2년에는 바티칸 주교 회의에서 유럽 내 이슬람 확산에 대해 공포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며 비난받았는데, 이에 이후 사과했다.
페테르 에르되

국적: 헝가리
나이: 72세
51세에 추기경으로 서임된 페테르 에르되는 2006~2016년 2차례 유럽주교평의회를 이끌며 유럽 가톨릭 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르되 추기경은 아프리카 추기경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간 관계 증진 활동에도 전념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부다페스트 대주교이자 헝가리 수석주교로, 절충안 같은 후보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에르되 추기경은 2021년과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2차례 헝가리 방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에도 참여했다.
그의 가족상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는 교회 내 일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주도하는 '비자유 민주주의' 체제에도 잘 대처했다.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당시에는 마치 인신매매와 다를 바가 없다며 교회가 난민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안젤로 스콜라

국적: 이탈리아
나이: 83세
80세 미만의 추기경만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지니나,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밀라노 대주교 출신인 그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될 당시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으나, '콘클라베에 교황으로 들어가면,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속담이 또한번 증명되었다.
그런데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스콜라 추기경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이번 주 출간한 노년에 관한 저서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무언가의 시작"이라며 이 책의 서문을 직접 작성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글이 스콜라 추기경을 아끼는 마음을 잘 보여주기는 하나, 추기경단은 노년에 대한 그의 관심이 새 교황이 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국적: 독일
나이: 71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독일 최고의 가톨릭 성직자이자 바티칸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뮌헨-프라이징 대주교인 그는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당시 보좌관으로 임명되어 10년간 교회 개혁 등에 대한 조언을 했다. 지금도 바티칸 재정 개혁을 감독하고 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가톨릭 교리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포용적인 접근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2021년에 독일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 학대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임을 수용하지 않았다.
2년 전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황의 핵심 자문기구인 추기경협의회에서 물러났는데, 독일 내에서는 가톨릭 교회 내 그의 입지가 약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마크 오울렛

국적: 캐나다
나이: 80세
오울렛 추기경은 2005년과 2013년 2차례 이미 교황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는 수년 간 전 세계의 주교 후보를 심사하는 교황청 내 부서인 주교성을 이끌며 미래 가톨릭 교계의 구성과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미 80대에 접어들었기에 콘클라베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선출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오울렛 추기경은 사제독신제 유지를 강하게 지지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관점을 겸비한 인물로 여겨진다.
여성의 사제 서품에는 반대하나, "그리스도는 남성이고, 교회는 여성"이라며 교회 내 여성 리더십 확대를 지지한다.
로버트 프리보스트

국적: 미국
나이: 69세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을까.
시카고 태생의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교황직 수행에 필요한 여러 필수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울렛 추기경의 후임으로 프리보스트 추기경을 바티칸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해 차세대 주교들을 선발하는 책임을 맡겼다.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페루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페루에서 대주교로 임명되었다. 그는 단순히 아메리카 대륙 출신임을 넘어 주교성 산하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개혁파로 분류되지만, 69세라는 나이는 교황직에 오르기에는 다소 젊다고 여겨질 수 있다.
아울러 페루에서 대주교로 봉직하던 시절 성추문 은폐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해당 교구는 이를 부인했다.
로버트 사라

국적: 기니
나이: 79세
교회 내 보수층이 선호하는 인물인 로버트 사라 추기경은 교리와 전통적인 전례를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과 대척점에 선 인물로 종종 여겨졌다.
과수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기니 수도 코나크리 대주교로 임명되며, 34세의 나이에 최연소 대주교가 되었다.
그는 2021년까지 가톨릭 교회의 전례 의식을 감독하는 경신성사성 장관으로 봉직 하는 등 오랫동안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사라 추기경은 현재 유력한 교황 후보는 아니나, 보수적인 추기경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국적: 이탈리아
나이: 60세
25세에 이탈리아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피자발라 추기경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예루살렘으로 이주한 뒤 현재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피자발라는 예루살렘은 "이 세계 생명의 심장"이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5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이 지역 라틴 총대주교로 임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현재 진행 중인 가자 지구 전쟁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은 동료 추기경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추기경으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교회의 방향 전환을 원하는 일부 추기경들은 그가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웠던 점에 머뭇거릴 수도 있다.
마이클 체르니
국적: 캐나다
나이: 78세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으로 임명한 체르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자선 및 선교 활동으로 유명한 수도회인 예수회 소속이다.
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두루두루 활동했는데, '아프리카 예수회 에이즈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케냐에서는 선교사로 봉직했다.
현재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인 체르니 추기경은 교회 내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긴 하나, 추기경단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연이어 예수회 출신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