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쥐고 있는 5가지 카드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수출품에 최대 2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반격에 나섰다. 전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기업, 시장은 더 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행정부는 거듭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밝히면서도 필요하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 중국이 쥔 주요 무기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어느 정도는) 고통을 감내할 여력이 있는 중국

우선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상대적으로 관세의 여파를 견딜 여력을 갖추었다.
또한 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내수 시장은 관세로 타격을 입은 수출업체들에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물론 중국 국민들의 소비가 충분한 편은 아니기에 중국 당국은 여전히 맞는 해법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 보조금부터 은퇴자들의 여행을 위한 일명 '실버 열차'까지 다양한 소비 촉진 정책이 마련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로 인해 중국 공산당은 자국 내 소비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야 할 필요성을 더욱더 절감하고 있다.
미 워싱턴 DC 소재 '피터슨 연구소'의 미-중 무역 전문가인 메리 러블리는 이달 초 BBC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이 미국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고 보는 상황에서 굴복하지 않고자 고통도 기꺼이 감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은 권위주의 정권으로서 단기적인 여론 및 지지도에 대한 우려가 덜하기에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다. 국민 심판의 장인 선거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중국 내부적으로 부동산 위기,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만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기에 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
관세를 둘러싼 경제적 불확실성은 평생 발전하는 중국만 알고 있던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보복 관세를 정당화하고자 애국주의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관영 언론은 국민들에게 "폭풍을 함께 이겨내자"고 촉구한다.
실제로 시 주석이 이 같은 상황에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중국 당국은 도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일관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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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늘 세계의 공장으로 알려진 중국이지만, 현재는 최첨단 공장이 되고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시 주석 지도하에 중국은 미국과 기술 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재생 에너지부터 반도체, 인공지능(AI) 기술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첨단 기술 역량을 기르고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 예시로 '챗GPT'의 강력한 라이벌로 주목받았던 '딥시크',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가 된 'BYD'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애플'사는 '화웨이', '비보' 등 중국 현지 경쟁업체들에 주요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AI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자 향후 10년간 해당 분야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만큼의 인프라와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나라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단계마다 포진해 있는 중국의 제조업체들 덕에 중국은 수십 년간 경쟁 우위를 쌓아왔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렇듯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전문성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이번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강력한 적수로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부터 지금 상황에 대비해왔다고 불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교훈을 얻은 중국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이후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로 알려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글로벌 사우스(제 3세계)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이들의 무역 및 인프라 사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와의 무역 확대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일례로 한때 중국의 수입산 대두의 40%가 미국산이었으나, 현재는 20%로 내려앉았다. 1기 행정부 당시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이 자국 내 대두 재배량을 높이는 한편 브라질 등에서 기록적인 양의 대두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최대 대두 공급국은 브라질이다.
시드니 공과대학교 '호주-중국 관계 연구소'의 마리나 위에 장 부교수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선 미국의 농업 시장 장악력을 흔드는 한편 중국의 식량 안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 이상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 아니다. 이제 그 자리는 동남아시아가 차지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60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국으로, 이는 미국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2024년 말 무역흑자 1조달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중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국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구석으로 몰아넣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 행정부가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다른 나라를 압박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중국은 "우리의 이익을 해치는 거래에 응하지 말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에 이는 불가능한 선택지이다.
말레이시아의 텡쿠 자프룰 아지즈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지난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없고,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제는 트럼프가 언제 움찔하는지 알고 있는 중국

4월 초 대대적인 관세 발표 이후 주식 시장이 급락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완고하게 입장을 고수하며 자신이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치료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국채 매도세가 이어지자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한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미 국채는 이번 무역 전쟁으로 인해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관세가 "크게 낮아지겠지만 0은 아닐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 긴장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이제 국채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찔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중국은 미 국채를 700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일본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막대한 국채 보유량이 중국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현지 언론은 미국 국채 매각 혹은 추가 매입 중단이 일종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또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살아남기란 힘들 것이라 말한다. 오히려 중국이 채권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으며, 위안화 가치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부교수는 미 국채를 통해 중국의 압박에는 "일정 한계가 있다"면서 "중국이 지닌 것은 협상카드이지 금융 무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희토류라는 목줄을 쥔 중국

그러나 중국이 무기화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첨단 기술 제조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채굴 및 정련 분야에서의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풍력 터빈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제트 엔진의 내열 코팅을 제공하는 이트륨 등과 같은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된 나라다.
중국은 이미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포함한 7가지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희토류 채굴의 약 61%, 가공 분야의 92%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호주, 일본, 베트남이 희토류 채굴에 나서기는 했으나,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몰아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또 다른 주요 광물인 안티모니의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에 사재기 열풍이 불며 가격은 2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희토류 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부터 방위 산업 등 여러 산업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진저 국제 무역 및 투자'의 토마스 크뤼머 이사는 앞서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주변에 켜고 끌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는 희토류로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방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