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카슈미르서 관광객 향한 총격 테러로 최소 26명 사망
당국에 따르면 인도가 관할하는 카슈미르 지역의 인기 관광지에서 무장괴한들이 22일(현지시간) 오후 현지인 관광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최소 20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은 '인도의 스위스'로 불릴 정도로 히말라야의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하는 파할감에서 발생했다.
오마르 압둘라 잠무·키슈미르주 총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공격"라고 일갈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부상자가 있으며,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 전 세계 여러 지도자들이 나서 이번 사건을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서 "카슈미르에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은 인도와 함께 테러리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적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비열한 테러 공격"이라고 일갈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잔인한 범죄"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사건 발생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취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가해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 총리는 성명을 통해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겠다는 우리의 결의는 굳건하다. 오히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관광객의 인명 피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지난 30여 년간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지만, 특히 관광객을, 그것도 이 정도 규모로 크게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건 당일(22일) 아밋 샤 인도 내무장관은 카슈미르의 최대 도시인 스리나가르로 이동해 긴급 안보 회의를 개최했다.
마노지 신하 잠무·키슈미르주 총리는 부총리는 현재 사건 현장에 군과 경찰 인력이 배치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아직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주장하는 단체는 없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는 1989년 이후 오랜 기간 반군 활동이 이어졌으나, 최근 몇 년간 폭력 사태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정확한 사건 발생 장소는 파할감에서 약 5km 떨어진 산악 초원 지대인 바이사란이다.
잠무·키슈미르주 경찰 소속 비디 쿠마르 버디 감찰감은 BBC 힌디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현장의 차량 진입은 막힌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총격을 당한 무리에 속해 있던 한 관광객은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혼란이 발생했고 모두가 울고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인도 현지 매체가 공유한 영상에는 인도군이 사건 현장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무장괴한들이 비 이슬람교도를 골라냈다고 말하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겨 있는 영상도 공개되었다.
BBC가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영상에는 초원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으며, 사람들이 울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현지 경찰은 다수의 관광객이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지역은 봉쇄되었으며, 군인들이 검문소에서 차량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인도 군과 잠무·키슈미르주 경찰이 합동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인도 언론에 따르면 사건 다음 날인 23일에는 여러 시위가 예정되어 있었다.

히말라야산맥에 자리한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1990년 이후 인도 통치에 반대하는 무장 분리주의 반란이 발생해 민간인, 보안군 등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은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에서 분단되었다.
둘 다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해당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십 년 동안 2차례 전쟁 및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인도군 약 50만 명이 상시 배치되어 있다.
인도 당국은 지난 2019년 모디 총리가 카슈미르의 부분 자치권을 철회한 이후 치안 상황이 개선되고 폭력 사태가 감소했다고 주장하나, 여전히 간헐적으로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힌두교 순례자들을 태운 버스에 무장세력이 총격을 가해 9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민간인을 겨냥해 가장 최근 발생한 대규모 공격이다.
2019년에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군인 최소 46명이 숨졌으며, 이에 인도는 파키스탄 내 목표물을 공습하며 대응했다.
파할감은 국내외에서 유명 관광지로, 최근 정부는 지역 관광을 더욱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카슈미르를 찾은 관광객 수는 약 350만 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