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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의 승자는 어느 국가가 될까?

6시간 전
지난 3월 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에서 ‘유니트리 로보틱스’사의 G1 로봇이 한 참석자와 악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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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사의 G1 로봇은 박람회 참석자들을 매료시켰다

독일 하노버에서 맞이한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나는 로봇을 만나러 향했다.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 중 하나인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만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G1'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키가 130cm 정도 되는 G1은 시중의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몸집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다. 게다가 동작 범위도 매우 유연하고 재주도 있어, 춤을 추거나 무술을 선보이는 영상이 입소문을 탔을 정도다.

이날 G1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세일즈 담당자인 페드로 정이 원격으로 제어했다.

정에 따르면 자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G1을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이 드넓은 전시장에 마련된 대부분의 기계와는 달리 G1 앞에서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멈춰서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사람들은 로봇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거나 악수를 청하고, 갑작스러운 동작으로 그 반응을 시험해 보기도 했다. G1이 손을 흔들거나 몸을 뒤로 젖히면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실수로 로봇과 부딪히면 사과도 했다.

비록 약간은 이질적이긴 하나, 인간을 닮은 외형이 이상하리만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다.

유니트리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업 수십 곳이 달려들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그 잠재력은 엄청나다. 우선 사업장 입장에서는 휴일을 챙겨주지도, 임금을 올려줄 필요도 없는 인력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가정용 기기가 될 수도 있다. 집에서 빨래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는 기계를 원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로봇 팔이나 이동식 로봇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공장이나 물류창고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조건을 통제하기도 수월하고, 작업자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식당이나 가정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여러모로 활용되려면 휴머노이드의 힘이 강해야 하겠지만, 자칫 넘어지며 사고로 이어지는 등 잠재적인 위험성도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유니트리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아직 돌파구 같은 순간을 맞이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오늘날 로봇 AI에는 복잡한 작업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완수하는 기본적인 논리와 추론조차도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G1은 유니트리의 오픈 소스 개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연구 기관 및 기술 회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기업가들은 창고와 공장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이다. 그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다.

올해 1월,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 "수천 대"를 제작할 예정이며, 이들이 테슬라 공장에서 "유용한 존재"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독일의 'BMW'는 최근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했으며,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인수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로봇 수만 대를 주문했다.

한편 리서치 업체 'STIQ'의 설립자인 토마스 앤더슨은 두 팔과 다리를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기업 49곳의 성과를 추적하고 있다. 두 팔은 있으나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까지 포함하면 100곳 이상을 살펴보고 있다.

앤더슨은 중국 기업이 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로봇 공급망과 생태계는 매우 방대하며, 개발과 연구를 반복해서 수행하기 수월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트리 또한 G1의 광고 가격이 1만6000달러(약 2290만원)로 (로봇치고는)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앤더슨은 현재 관련 투자가 아시아 국가들에 더 유리하다고 했다.

STIQ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전체 투자금의 거의 60%가 아시아에서 조달되었으며, 나머지는 미국이 대부분을 유치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은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이라는 추가적인 혜택도 누린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로봇 훈련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수십 대가 작업 수행 능력을 훈련받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중국의 한 박람회에서 걸어가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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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의 로봇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업가 브렌 피어스는 로봇 업체 3곳을 설립한 인물로, 최근 그중 하나인 '키니시 로보틱스'를 통해 KR1 로봇을 출시했다.

KR1은 영국에서 설계 및 개발되었으나, 아시아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유럽이나 미국 기업들은 애초에 중국에서 모든 하위 부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따라서 모터, 배터리, 저항기 등의 필요한 부품을 구입한 뒤, 전 세계 반 바퀴를 돌아 배송받아 (유럽이나 미국에서) 조립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이 모든 부품을 원산지인 아시아에서 조립하면 더 쉬운걸요."

한편 아시아에서의 제조 외에 완전한 휴머노이드 형태를 추구하지 않는 것도 피어슨이 비용을 아끼는 방식이다. KR1은 창고 및 공장용 로봇으로, 다리가 없다.

"공장이나 창고 같은 장소들의 바닥은 모두 평평하다. 그런데 왜 (다리같은) 복잡한 부분을 만들어 비용을 높이겠는가" … 이동형 발판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키니시 측은 KR1 제작 시 가능한 한 대량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고자 한다. 일례로 바퀴는 일반적인 전기 스쿠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피어슨은 "내 철학은 최대한 기성품을 많이 사용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모터, 배터리, 컴퓨터, 카메라 모두 상업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량 생산된 부품을 사용한다"고 했다.

유니트리와 같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피어스 또한 진정한 "비법 소스"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다.

"다수의 기업이 최첨단 로봇을 출시하고 있으나, 막상 그러한 로봇을 설치하고 작동시키려면 로봇공학 박사 학위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설계하는 로봇은 일반적인 창고 혹은 공작 작업자도 몇 시간 만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는 설명이다.

피어슨에 따르면 KR1은 사람이 20~30번 가이드 역할만 해주면 곧바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KR1은 올해 시범 고객에게 전달되어 테스트 될 예정이다.

KR1 로봇과 브렌 피어스
Kinisi
영국 '키니시 로보틱스'의 브렌 피어스는 자사 로봇은 사용법이 간단하다고 주장했다

그럼 언젠가 로봇은 실제로 공장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들어오게 될까. 낙관적인 피어스조차도 그런 날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피어스는 "지난 20년간 내 장기적인 꿈이 바로 만능 로봇을 만드는 일이었다. 박사 과정에서도 이 주제로 연구했다"면서 "그게 최종 목표이지만, 매우 복잡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언젠가는 실현되리라 믿습니다만, 적어도 앞으로 10~15년은 더 걸릴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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