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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미 국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6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10일 목요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은 파란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바라보고 있다.
Getty Images

이번 주 전 세계 주식 시장은 미국 무역 관세로 촉발된 혼란 이후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 국채 시장에 쏠려 있다. 원래대로라면 큰 변동이 거의 없는 시장이다.

정부는 공공 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 말하자면 IOU(차용증)를 판매하고 그 대가로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며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이 급증하고, 국채 가격은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동성은 세계 최대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에 따라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지만, 미국 국채가 중요한 이유와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바꿀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국채란?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국채를 'Treasuries'라고 부른다.

정부는 사전에 합의된 수년 간의 기간 동안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며, 채권이 만기 될 때 최종적으로 원금을 상환하게 된다.

국채를 구매하는 투자자들은 주로 연기금이나 영란은행 같은 중앙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이다.

미국 국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투자자들은 국채를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구매한다. 특히 미국 같은 경제 대국의 경우 정부가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크지 않다.

따라서 경제가 불안정할 때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주식과 증시에서 돈을 빼서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미 정부가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초반에는 투자자들이 국채로 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관세가 실제로 발효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관련 정책을 더욱 강화하자 투자자들은 국채를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리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은 급증했다.

미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에서 4.5%로 급등했고, 30년물은 거의 5%에 육박했다. 미 국채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0.2%만 움직여도 큰 변화로 인식된다.

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갑자기 팔기 시작한 걸까? 요약하자면,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 이상 국채를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국채를 사는 대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위험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도 높아진다.

미국인들의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정부가 이자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면, 정부를 운영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예산 편성과 공공 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존 캐너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나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등 더욱 위험이 큰 대출 상품 금리도 상승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주택 소유자 대부분은 15~30년 고정금리 대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 중에서도 소규모 업체가 대출 금리의 즉각적인 변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대출을 받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

캐너번은 은행들도 대출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으며, 그 결과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첫 주택 구매자나 이사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소상공인이 자신의 주택 자산을 담보로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는 왜 신경을 쓰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 이후 국민에게 "버텨라(hang tough)"라고 강조했지만, 고용과 미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채권 시장에서의 혼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관세 인상안을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되는 10%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제 전 세계가 이를 알고 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하락은 견뎌냈지만, 국채 시장이 흔들리자 곧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많은 기업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트럼프의 결정을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미니 예산안' 사태와 비슷한가?

이번 채권 시장 반응은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악명 높은 '미니 예산안' 사태 때와 비교되고 있다. 당시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감세안이 발표되자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를 대거 매도했고, 그 결과 영란은행이 연금 기금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 채권 매입에 나섰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국채 매도세가 더 심해졌다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채권 수익률은 안정됐지만, 관세가 발효되기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미 일정 부분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나스 골터만 캐피털 이코노믹스 부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혼란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미국 국채와 달러에 위험 프리미엄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이는 2022년 영국 상황과도 유사하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단기 고정금리 비율이 높은 영국과 달리 미국인의 경우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택을 처음 구입하거나 판매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국채와 어떤 관련이 있나?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약 3조달러(약 4273조5000억원) 증가하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이 가장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미국 최대의 적인 중국이 두 번째로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가 중국의 국채 매도를 촉발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할 경우 "미국보다 중국이 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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