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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인플루언서가 학생들 사이 여성혐오 조장' 영국 교사들의 우려

5시간 전
한 소년이 틱톡, 페이스북, 엑스(X)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앱이 표시된 아이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Getty Images

영국의 한 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학교 내 여성혐오와 성차별적 태도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NASUWT(영국교사노조)가 영국 내 교사 5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0%가 소셜미디어 사용이 학교 내 학생들의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로 여러 교사들에게 지목됐다.

영국 교육부는 이에 대해 "위험한 인플루언서들의 증가로 인해 아이들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교사노조는 이번 연례 총회에서 극우 및 포퓰리즘 운동이 소셜미디어, 메신저 앱, 온라인 게임 플랫폼 등으로 모집 수단을 옮겼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포함해 다양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앤드루 테이트를 따라 한다며 나와는 말도 안 하고 남성 보조교사에게만 이야기하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겨우 10살짜리 아이들이었다"며 충격적인 사례를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지난해 중등 영어 수업 시간에 몇몇 남학생들이 교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앤드루 테이트가 'GOAT(역대 최고)'인 이유에 대한 설득 에세이를 썼다"며 "그 글에는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테이트의 발언에 대한 찬양도 담겨 있었다. 이후 모든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학부모들 역시 경악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앤드루 테이트는 202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청소년에게 해를 끼친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나는 선한 영향력"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교사노조의 패트릭 로치 사무총장은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위험한 영향으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대학, 관련 기관들이 함께 대응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교사들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3년, 앤드루 테이트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설문에 응한 다수의 교사들이 앤드루 테이트를 지목했다

13세 소년이 같은 반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안전을 둘러싼 전국적인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이 드라마가 청소년 사이에서 온라인 여성혐오의 확산과 위험성을 다룬 가운데, 지난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중학교에서 이 시리즈를 무료로 상영할 수 있도록 한 넷플릭스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소년들이 여성혐오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걸 막는 데 단순한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영국 교육부는 영국 교사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정부는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아이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갖추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자유민주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지만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중독성 알고리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위반한 플랫폼에 부과된 벌금 일부를 '학교 내 안전한 스크린 환경 구축 프로그램'에 재투자하고, 관련 태스크포스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BBC가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중학교 교사의 3분의 1 이상이 "최근 1주일 내 학교에서 학생의 여성혐오적 행동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응답 교사의 약 40%는 "이런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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