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예보가 자주 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진짜 이유는?

가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건네곤 한다. "지난 토요일에 바비큐 파티를 열었는데, 그 날 비가 올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날 비가 오지 않았어요. 왜 틀린 건가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맑은 날을 기대했으나 회색빛 하늘에 실망한 사람들이다. 3월의 어느 날에는 9월로 예정된 아들의 결혼식 날짜를 말해주며 그날 날씨를 미리 묻는 분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유쾌하고 친절하며, 이들과 나누는 대화 또한 내가 지난 30년간 기상 예보관이라는 직업을 사랑해 온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대화 속에서 문득 이상한 점을 느끼곤 한다.
기상 예보관으로 활동한 지난 30년간, 기상 예측의 정확도는 폭발적으로 개선되었다. 처음 내가 기상 예보를 시작한 1990년대 중반에 비해 지금 우리는 훨씬 더 높은 정확도로, 훨씬 더 세밀하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영국 리딩 대학교 기상학 교수이자 '왕립 기상학회'의 대표인 리즈 벤틀리에 따르면 일일 기상 예보의 정확도는 현재 90%를 웃돈다.
그러나 이토록 크게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대중의 신뢰와는 간극이 존재한다.
지난해 여름 시장 조사 업체 '유고브'는 영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기상 예보를 신뢰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상당수(37%)가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61%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상 예보관은 신뢰한다고 답해주었다).
기상 예보와 관련한 농담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는 1987년 영국의 기상학자인 마이클 피시가 시청자들에게 허리케인은 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자료 화면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몇 시간 후 폭풍이 들이닥쳤다.
(사실 피시의 말은 정확했다. 허리케인급 바람이 그날밤 남동부 잉글랜드 지역을 강타하긴 했으나, 기술적으로 허리케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은 기상 예보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지식이 쌓이고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날씨 예보를 신뢰하지 않을까. 예보가 정말 틀린 것일까, 혹은 예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더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높은 정확도 그리고 높은 기대
사실 기상 예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대감이다. 24시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기대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온도를 조절하거나, 차량의 문제를 몇 초 만에 진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동네에 비가 올지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까. 분명히 더 쉬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말이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그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요약하고 또 전달하는지이다.
기상학은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그리고 이를 간결하게 TV나 앱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축약하기란 쉽지 않다. 즉, 예측 기술 자체는 정확했더라도 일부 시청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결책 또한 복잡하다는 기상학의 본질에서 찾을 수 있다.
기상학은 섬세한 과학으로, 데이터에 작은 오류가 나면 예측이 왜곡되거나 완전히 빗나갈 수 있다.

영국 전역의 예보관들은 매일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상 관측소 200여 곳을 통해 기온이나 풍속과 같은 다양한 관측값(데이터)을 수집한다. 이후 슈퍼컴퓨터의 수학적 모델에 이러한 데이터를 입력한다.
올해 초 영국 기상청은 기존의 물리적 장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슈퍼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새로운 장비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전 세계 기후 연구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느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완전하지는 않다.
카오스 이론: 날씨가 이상해질 때
대기는 '카오스(혼돈)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즉 관측 초깃값에서의 0.01°C와 같은 미세한 오차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벤틀리 교수는 이를 '카오스 이론'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또는 나비효과라고도 합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이면, 그 영향이 6일 후 북유럽의 대기 흐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좁은 지역의 날씨를 예측하기란 특히 어렵다.

1990년대에는 기상 현상이 최소 약 161km는 되어야 완전히 관측할 수 있었으나, 벤틀리 교수에 따르면 현재 영국 기상청이 사용하는 전국 단위의 기상 모델은 약 3km 규모의 기상 현상까지도 포착해 지도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좁은 지역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1km 정도의 좁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짙은 안개와 같은 기상 현상은 특히 예측하기 까다롭다.
아울러 기상 과학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오류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매우 드물긴 하다.
일례로 지난해 가을, BBC 날씨 웹사이트는 런던 지역의 풍속을 시속 2만1000km라는 불가능한 속도로, 노팅엄 지역의 기온을 404°C로 표시한 바 있다.
당시 BBC는 "기상 예보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일부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데이터 축약의 난제
그러나 아마도 내 직업상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해 정해진 짧은 TV 방송 시간 내 맞추어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앨런 튜링 연구소'의 스콧 호스킹 환경 예측 담당자는 "일반 대중에게 검증되고 평가받는 과학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핵융합 물리학만큼 복잡하지만, (핵융합의 경우)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운 기술은 아니기에 그 과학을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죠."

또한 우리는 날씨 예보는 결국 '예측'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한다.
수년간 우리는 이 "불확실성을 전달하는" 이 미묘한 기술을 점점 더 발전시켜왔다. 현재 기상학자들은 '앙상블 예측' 방식을 이용한다. 미세하게 다른 조건으로 50개 정도의 여러 모델을 수행하는 것이다.
모든 시나리오가 비슷한 결과를 가리킨다면 예측의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고, 반면 결과가 서로 다르다면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날씨 앱에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비가 내릴 확률이 10%라는 수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상 예보 방식을 재고해야 할 때일까
기상 예보관들은 '어떻게 날씨 정보를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이 난제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지난 주 BBC는 영국 기상청과의 새로운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 두 기관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8년만이다. (2018년부터 BBC는 네덜란드의 '메테오그룹'사로부터 날씨 데이터를 제공받았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이번 협약은 두 기관의 전문성이 결합하여 "과학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목표를 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 예보 시 더 많은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호스킹 박사는 기상 예보관들이 강수 확률을 %(퍼센트)로 표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라인 접근법'을 도입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관측되는 상황은 (모두가 기억하는) 00년 전 특정 사건 때와 유사합니다'와 같이 이야기로 풀어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안에서 영감을 얻어 영국 기상청은 지난 2015년부터 폭풍에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벤틀리 교수는 숫자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든 곳에" %(퍼센트)를 사용하는 미국의 기상 예보 시스템을 예시로 들었다. 미국에서는 비가 올 확률은 물론 기온 변동 범위까지 모든 정보를 숫자로 전달받는다는 것이다.
벤틀리 교수는 "그리고 대중들도 이에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아마도 이런 식의 정보를 자주 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상 예보 기술
한편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기상 예보 분야도 크게 변할 수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머신러닝(ML) 기술을 활용한 예측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기상 예보관들 사이에서는 흔히 24시간 내 날씨 예측 정확도가 10년마다 발전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영국 기상청은 7일 전에 미리 기상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호스킹 박사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모델을 이용하면 무려 15일 전에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올해 초,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은 100% AI 기반의 기상 예측 프로그램인 '아드바크('땅돼지'라는 뜻) 날씨'를 공개했다. 해당 결과는 '네이처'지에도 게재되었다.
기존에는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수 시간 동안 실행해야 했던 일을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데스크톱 컴퓨터로도 몇 분 만에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존보다 연산 자원도 "수천 배" 줄일 수 있으며, 더 세분화된 정확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빈곤 지역 내 기상 예측 정확도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최신 예보 모델은 주로 유럽과 미국을 대상으로 설계되었다.)
해당 모델 설계에 참여한 리처드 터너 케임브리지대 머신러닝학 교수는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말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하지만 벤틀리 교수는 AI 기반 기상 예측 프로그램의 약점을 지적했다. 바로 과거의 데이터를 입력받아 패턴을 인식하는 형태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벤틀리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새로운 기상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영국의 기온이 41°C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항상 과거만 돌아보는 방식이라면 한 번도 오지 않은 이러한 현상을 예측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터너 교수는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포함해 AI 모델이 지닌 한계임을 인정하며, 관련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어떤 영향인지'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상 예보 정확도 또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비가 온다고 예측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비가 여행이나 정원 가꾸기 같은 시민들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려주는 것이다.
벤틀리 교수는 이를 '그래서 뭐 (어떤 영향인지)' 요소라고 표현했다.
"앞으로는 (날씨 앱에) '바비큐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면 점심시간에 하세요. 오후에는 비로 망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될지도 모르죠."
이는 내가 기상 예보관으로 활동하며 느낀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점점 더 날씨와 그 이면의 과학적 원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폭염 여부에만 관심이 있지 않다. 이제는 왜 폭염 현상이 발생하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우리가 오로라의 물리적 원리를 설명하거나, 기후 변화로 우박 크기가 커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이유다.
AI로 정확도가 향상될 수도 있으나, 시청자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가 전달될 위험성도 있다.
호스킹 박사는 AI는 민첩하게 날씨 모델을 조정할 수 있기에 사용자들은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기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더 지엽적인' 정보 또한 얻게 되리라는 설명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단순히 동네를 넘어 여러분의 뒷마당 날씨에 대한 데이터도 얻을 수 있게 되리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앱 사용자들에게는 압도적인 양의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는 날씨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인간 기상 예보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장점도 분명 있다. 특히 장기적인 예보의 정확성이 향상될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6개월 후 치러질 아들의 결혼식 날 날씨를 예측해 달라고 묻는 말에 조금 더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가 보도: 루크 민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