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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 부과'...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영향은?

3일 전
SK하이틱스 반도체 전시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도 긴장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6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가 부과 대상"이라며 다만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도체 관세가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부과 될지는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한국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반도체 부문에 최혜국 대우 보장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날 제시한 관세율이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과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한국의 3대 수출품으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 (14조7000억원)이었다.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어떤 위기 예상되나

삼성 반도체 전시를 보고 있는 사람들
Getty Images
현재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이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물량 중에서 미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370억 달러 (약 51조원)을 투입해 같은 주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주에 38억7000만 달러 (약 5조4000억 원)을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지었다. 해당 공장은 2028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 내 '빅테크 기업'의 AI 반도체, 서버 등에 탑재되고 있다. 실제로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지역 매출 비중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약 63%,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은 약 5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 대통령실은 7일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약속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00%든 200%든 간에 어떤 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면, 우리 반도체나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최혜국 대우를 받더라도, 반도체 공급망은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타 국가가 높은 관세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가 한국과 대만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설계의 경우 미국이, 후공정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한국이 낮은 세율을 적용받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높은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면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실성 높지 않아'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Getty Images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더 두고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경우,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소비 기업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소비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들여올 때 고관세로 피해를 입게 된다면 현지 공급 가격 및 소비자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BBC에 "관세는 결국 미국 기업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한 이유로 그동안 미국 기업이 반도체 관세 부과에 대해 반대를 해왔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도 미국 기업이 극심히 반대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100% 관세 부과를 한다면 미국 기업이 더 힘들지 않겠어요? 현실화 되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100%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안 전무는 "그야말로 미국에 투자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을 달았잖아요. '미국에 투자를 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은 예외'라고요.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언급한 반도체 100% 관세 부과에는 해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 1분을 기해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도 15% 상호관세가 부과되었으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계 각국의 제품에는 최저 10%에서 많게는 41%에 달하는 상호관세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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