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영부인에서 구속 기로에 서기까지…그간의 행보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1시 21분께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검팀이 6일 김 여사를 소환조사한 지 하루 만,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36일 만이다.
특검은 영장에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여사는 전직 영부인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될 기로에 놓이게 됐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10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김 여사를 둘러싼 주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의 국정 개입 의혹 등이다.
이밖에도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국회의원 선거 개입,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의혹 등 16개에 달한다.
영부인이 되기 전부터 주목… 화려한 이미지와 의혹 공존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미술 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왔고, 각종 언론 인터뷰와 공개 행사에서 예술·철학·영성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기존 대통령 배우자들과는 다른 이력과 활동 방식으로 정치권과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교수, 교사, 시민운동가 출신이 많았던 과거 영부인들과 달리, 민간 사업체를 운영해 온 기업인 출신이었다.
패션과 스타일 면에서도 개성 있는 행보를 보여주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 배우자의 공식 역할에 앞서 개인 명의로의 활동과 발언이 활발했고, 미술계·언론계 등과의 사적인 인연도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등 전통적인 '조용한 내조' 이미지와는 다른 성격을 띠었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도 잇따랐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 김 여사가 대학과 기업 등에 제출한 이력서에 사실과 다른 경력과 수상 내역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허위 이력' 논란이 본격화됐다.
김 여사는 그동안 강의나 전시 기획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고 밝혀왔지만, 제출된 서류에는 '뉴욕대(NYU) 수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등 실제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 기관명이나 수상 내역을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여사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처음으로 국민 앞에 나선 그는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앞으로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공식 활동과 관련해 해외 순방 의전, 비선 인사 논란, 명품 수수 등 다양한 논란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이었다. 김 여사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스페인을 방문하며 공식 외교 무대에 데뷔했지만, 일부 일정과 행보가 논란이 됐다. 외교 프로토콜에 따라 정상 배우자들이 함께하는 일정 대신, 김 여사는 현지 미술관 방문, 플라멩코 공연 관람 등 단독 일정을 소화했으며, 일부 일정은 사전 공지 없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동선을 설명하지 않았고, 이후 언론을 통해 뒤늦게 김 여사의 활동이 공개되자 '사적 홍보성 일정', '비선 기획 의혹'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 무대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노출 방식, 일정 관리 투명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김 여사는 고가 명품을 수수한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또 한 차례 여론의 중심에 섰다. 해당 영상은 2022년 9월,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김 여사가 한 인사로부터 한 명품백을 직접 받는 장면을 담고 있었으며, 이를 촬영한 인물이 2023년 말 이를 언론에 제보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대통령실 차원의 해명이나 대응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은 더 커졌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해당 행위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정치권에서도 "명백한 이해충돌 행위"라는 비판과 "정치적 의도를 가진 흠집내기"라는 반론이 엇갈렸다.
해당 의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 16개 항목 중 하나로 포함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내용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이 방대한 만큼, 6일 진행될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추가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문홍주 특별검사보는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하루 만에 조사가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 조사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지난달 특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혐의별 분리 조사, 조사 일정 간 3~4일 휴식 보장,오후 6시 이전 조사 종료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 측은 별도의 조율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특검보는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지된 날짜에 출석하면 충분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김 여사 측 요청을 사실상 일축했다.
영부인 사상 첫 구속 사례 될까
한편 김건희 여사가 이번에 구속될 경우, 전직 대통령 배우자 가운데 첫 구속된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전직 영부인이 구속된 사례는 없다.
김 여사가 6일 특검의 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것도 전직 영부인으로는 최초다.
앞서 2004년에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남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사실은 당일 밤 귀가 이후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또한 2009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역시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받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