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화나게 한 미국 고용 통계… 고용 지표는 왜 악화했나?

올해 5~6월의 고용 증가 건수가 초기 예상보다 약 25만 개 더 줄어들었다는 고용 지표가 발표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는 자신의 행정부를 "나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조작된" 수치라는 주장이다.
비록 이번에 조정 폭이 평소보다 다소 크긴 했으나, 월초 발표되는 초기 수치가 이후 조정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로,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고용 데이터 집계 과정은?
전직 BLS 국장들에 따르면 국장이라고 해서 데이터 수집이나 통계 집계에 관여하지 않는다. 최종 보도 자료가 발표되기 전 검토하는 역할만 한다는 설명이다.
1993~2001년 BLS 국장직을 맡았던 캐서린 아브라함은 통계가 조작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국장에게는 통계나 수치를 다룰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BLS가 발표하는 고용 보고서는 2가지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하나는 약 가구 6만 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고용주 12만1000개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고용 증가 추정치는 이중 두 번째, 즉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한 '기관(시설)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표본 규모가 크기에 가구 조사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응답자 다수가 대기업으로, 고용 정보를 자동으로 제출하는 프로그램에 등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BLS 직원들이 나서 웹 설문조사와 전화 인터뷰도 진행한다.
BLS 측은 BBC Verify 팀과의 인터뷰에서 "비농업 취업 인구(농업을 제외한 산업에서 임금근로자)에 대한 초기 추정치는 해당 월의 상황을 우선 예비적으로 파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해당 월의 고용 시장을 빠르게 살펴보는 일종의 저해상도 스냅숏이라고 할 수 있다"는 BLS는 "이후 더 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정한 값을 발표하는데, 이는 고해상 사진과 같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수정된 결과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BLS는 초기 월간 추정치가 발표된 뒤 2달 동안 더 많은 응답이 접수됨에 따라 수치를 조정해나간다. 이에 더해 실업보험 세금 기록을 반영하고자 1년마다도 수치를 조정한다.
아브라함 교수는 "이 분야 전문가 모두가 이 데이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장이 숫자를 조작하려 든다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고, 그 사실은 외부에 알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정은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가?
최근 보고서에서 5월과 6월의 고용 증가 건수는 초기 추정치 대비 각각 12만5000건, 13만3000건씩 하향 조정되었다.
즉 2달간의 총 감소량은 25만8000건으로,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몇 달을 제외하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변동 폭이다.
그러나 수치는 매달 조정되고, 또 이러한 대규모 조정이 아예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6월 수치가 조정되리라 전망한 분석가들이 이미 많았다. 당시 학교 고용 증가가 높게 나왔는데, 이는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을 앞두고 문을 닫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또한 초깃값 발표 이후 수집된 응답은 소규모 기업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은 관세 등의 경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앞선 5월 수치는 주로 6월 수정에 따라 조정된 것이며,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과도 일치하는 흐름이다.

BLS에 따르면 1979년 이후 고용 지표의 월별 평균 조정폭(증가 또는 감소)은 평균 5만7000건 정도다.
그러나 경제 혼란기에는 수정 폭이 더 커지곤 한다.
최근 수치와 2020년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도, 2000년 이후 BLS가 월별 고용 수치를 10만 개 이상 하향 조정된 사례는 8차례 더 있었으며, 이 중 대부분은 2008년 금융 위기 시기 전후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09년 1월 고용 수치는 14만3000개 하향 조정되었다.
또한 2009년 한 해의 고용 증가 건수는 초기 추정치보다 90만2000개 더 적게 최종 집계되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간 수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4년의 고용 증가 건수도 59만8000개 하향 조정되었으나, 애초에 80만 건 이상 감소하리라 예상되었기에 생각보다는 작은 폭이었다. 그러나 이 수정 건 또한 당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아브라함 교수는 조정은 통계 작업 과정의 일부로, 5~6월값이 대규모 수정된 것에 그리 놀라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응답을 수집하기 어렵고, 새로운 통계 방법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며, 새로운 관세 등으로 인해 경제가 더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력도 부족하고, 기관들이 과거와 달리 응답 수집에 자원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마무리했다.
과거에도 통계 관련 문제가 제기된 바 있나?
응답률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곤두박질치며 해당 데이터의 신뢰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관(시설) 조사 응답률은 올해 3월 기준 43%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10년전 만해도 60%를 웃돌았다.
캐나다, 스웨덴,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노동력 조사 응답률이 약 20%까지 떨어졌다.
이에 미국에서는 응답률 하락에 맞서 웹 기반 조사 등 새로운 데이터 수집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올해 3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최근 수년간의 수치 수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양상과 대부분 일치했으며, 이는 고용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