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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냉 대통령, '충성스러운 군대가 쿠데타 진압해'

1일 전
베냉 국영 TV에서 발언하는 군복 차림의 군인들을 담은 화면 캡처본
BTV
지난 7일 이른 아침, 군인들은 국영 TV에 출연해 헌법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가운데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는 "현재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생방송에 나선 탈롱(67) 대통령은 침착한 모습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지켜준…우리 군대와 지도부가 보여준 사명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베냉 정부는 국영 TV에 출연해 정권 장악을 주장한 일부 군인들이 있었지만, 몇 시간 만에 쿠데타 시도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늦은 오후, 베냉 최대 도시이자 주요 정부 건물이 밀집한 코토누에서는 공습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항공기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폭발음이 들리기 직전 인접국 나이지리아에서 이륙한 항공기 3대가 베냉 영공에 진입했다가 다시 나이지리아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나이지리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자국 전투기들이 "쿠데타 음모 세력이 재집결한 베냉 국영 TV 방송국과 군사 기지에서 이들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영공 장악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베냉 쿠데타 시도 이전부터 서아프리카에서는 쿠데타가 잇따라 발생하며 지역 안보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었다.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베냉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민주 국가로 평가받아 왔지만, 탈롱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베냉은 아프리카 최대의 면화 생산국 가운데 하나이지만, 동시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베냉과 국경을 맞댄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번 쿠데타 시도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Patrice Talon on national TV
BTV
This commitment and mobilisation enabled us to defeat these opportunists and avert disaster for our country. This treachery will not go unpunished"
Patrice Talon
President of Benin

탈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충성파 군대가 "반란군이 점령한 마지막 저항 거점까지 소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헌신과 움직임 덕분에 우리는 기회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조국이 재앙으로 빠지는 길을 막아냈다. 이번 배반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상황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고, 오늘 저녁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탈롱 대통령은 "이 무모한 모험의 희생자들, 그리고 도주 중인 반란군에게 여전히 억류된 이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윌프리드 리안드르 훙베지 베냉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14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베냉의 한 기자는 BBC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 중 12명은 국영 TV 방송국 사무실에 난입했던 이들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는 과거 군에서 해고된 인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BBC에 일부 군인들이 국영 TV를 통해 헌법 효력을 정지한다고 선언한 7일 이른 아침 당시,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또 국영 방송사 소속 몇몇 기자들이 몇 시간 동안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러시아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으며, 미국 대사관은 특히 대통령궁 주변을 포함해 코토누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파스칼 티그리 중령이 이끄는 반란군은 탈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난하며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 특히 탈롱 대통령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베냉 북부 지역의 안보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 무장세력이 남하하면서 베냉군은 반군 활동이 활발한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와 맞닿은 북부 국경 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보고 있었다.

반란군은 성명에서 "전선에서 전사한 전우들, 무엇보다도 탈롱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비참한 운명에 무관심하게 방치된 그 가족들"을 언급했다.

또한 신장 투석비 지원 중단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 서비스 축소, 세금 인상, 정치 활동 제한 등도 강하게 비판했다.

서방 세계의 가까운 동맹으로 평가받는 탈롱 대통령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을 끝으로 2번째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예정이다.

'면화 왕'으로도 알려진 사업가 출신인 그는 지난 2016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3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후임자로 로뮤알드 와다니 현 재무장관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베냉에서 현행법상 대통령의 연임은 2선으로 제한된다.

탈롱 대통령은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만, 반대파들을 억압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는다.

지난 10월 베냉 선거관리위원회는 후원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주요 야당 후보의 출마를 금지했다.

지난달 베냉 의회는 상원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는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됐으나, 대통령직 3선 도전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 7일 베냉 코토누의 주요 도로에서 목격된 장갑차와 군인들
Reuters
쿠데타 시도가 좌절됐다는 정부 발표 이후 코토누의 주요 거리에서는 순찰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7일 베냉에서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지 불과 일주일 전, 서아프리카의 또 다른 국가 기니비사우에서는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기니비사우 쿠데타가 사전에 연출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몇 년간 서아프리카에서는 부르키나파소, 기니, 말리, 니제르에서도 잇따라 쿠데타가 발생하며 지역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는 이 사헬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으며,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는 서아프리카 지역 블록인 '에코와스(ECOWAS)'를 탈퇴하고 자체적으로 '사헬 국가 동맹'을 결성했다.

BBC 모니터링에 따르면, 베냉에서 발생한 이번 쿠데타 시도 소식에 친러시아 성향 SNS 계정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ECOWAS와 '아프리카 연합(AU)'은 쿠데타 시도를 규탄했다.

ECOWAS는 성명을 통해 "베냉공화국의 헌법 질서와 영토 보전을 수호하고자" 대기군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 AU 집행위원장은 "어떠한 상황이나 정당화 사유가 있더라도, 헌법에 위배되는 정권 교체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AU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베냉의 수도인 포르토노보와 주요 도시인 코토누, 이웃 국가인 토고, 나이지리아, 니제르, 부르키나파소를 담은 지도
BBC
BBC 아프리카 서비스
Getty Images/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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