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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투숙객을 밖으로 내보내는 이유

8시간 전

수영장을 따라 늘어선 바와 24시간 이용가능한 해변 등으로 대표되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가 달라지고 있다. 그 저변에 팬데믹 이후 달라진 여행객의 기대치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가 완화되고 해외여행이 재개된 2022년. 도미니카 '포트 영 호텔 앤 다이브 리조트'의 소유주인 그레고르 나시프도 많은 사람들이 '보복 여행'의 시대라고 부르는 흐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는 모든 편의 시설을 다 갖춰 투숙객이 밖에 나갈 필요가 없는 올인클루시브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시기였기에, 나시프 역시 숙소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휴가 상품을 출시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는 "카리브해에 있는 자연의 섬"으로 불리는 도미니카가 일반적인 해변가 휴양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시프는 "도미니카를 찾는 여행자들은 해변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플라이 앤 플롭(fly-and-flop)'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도미니카를 탐험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섬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면, 올인클루시브 상품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시프의 깨달음은 리조트 여행 추세에 나타난 변화의 한 부분이다. 수영장 옆으로 늘어선 바와 뷔페, 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해변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이제 팬데믹 이후 달라진 여행자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날 많은 여행자는 편안함과 모험을 동시에 추구한다. 또한 편리한 숙박과 더불어 현지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 가이드가 인솔하는 하이킹과 문화 탐방, 호텔 외부의 현지 레스토랑 저녁 식사, 직접 운전하는 여행 등 올인클루시브 모델은 여행지에 있는 다양한 요소를 여행 상품에 포함하고 있다. 2022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5성급 리조트의 안락함 속에서 연결성과 진정성, 탐험을 추구하는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2025년에도 계속 진화할 전망이다.

2022년 1월에 출시된 나시프의 아일랜드 인클루시브 패키지 역시 일정 내 모든 식사 및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교통편을 제공한다. 여행자들은 '트라팔가 폭포' 트레킹이나 활기찬 로소 시장 가이드 투어 등 매일 육상 또는 해상 단체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5박 예약과 상당한 추가 요금(아일랜드 인클루시브 패키지는 2인 1실 기준 1박당 456달러로 약 65만원, 객실 전용 요금은 1박당 302달러로 약 43만원)이 필요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현재 호텔 올인클루시브 상품 예약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닐라에 사는 변호사 카트리나 사사드-타메시스는 최근 인기가 높은 필리핀 남동부 시아르가오 섬에 있는 '나이 팔라드 하이드어웨이'에서 운영하는 비슷한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 1박당 900달러(약 128만원)부터 시작하는 이 럭셔리 리조트의 숙박 상품에는 주문을 받아 요리해주는 식사와 마사지, 서핑 클래스, 인근 맹그로브 숲을 따라 패들보드를 타거나 그림 같은 마푸풍코 바위 웅덩이 탐험 같은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사사드-타메시스는 "일단 리조트에 가기만 하면, 가격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며 더 많은 리조트가 숙박에 외부 여행을 포함하는 유사한 상품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사드-타메시스는 이런 패키지는 보다 적극적으로 여행지를 즐기는 여행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리조트에서 모든 것을 계획해 주기 때문에, 여행자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액티비티를 계획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사드-타메시스는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건 때때로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며, "리조트 상품에 이미 액티비티가 포함되어 있으면 참여하기가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편안함과 참여가 결합한 여행은 이미 많은 여행자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포라 트래블'에서 가족 여행 및 신혼여행을 담당하는 아릴 토마스는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이용하는 고객 중 절반이 리조트를 나가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찾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는 "이런 여행자들은 단순한 휴가를 원하지 않는다"며 "현지인과 교류하고 및 여행지와 교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이러한 변화가 고객 경험 재해석의 시기이자, 훌륭한 해변가 리조트와 모험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행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리조트 업계는 오랫동안 투숙객을 외부로 내보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리조트 여행 상품은 아직 블루 오션"이라고 말했다. "리조트 숙박객에게 치첸이트사를 방문할 수 있도록 교통편과 가이드를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완전히 다른 가치이기 때문에 해변에만 앉아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상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상품에 포함된 모험이 꼭 유적지 방문이나 섬 호핑 투어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다. 식사 한 끼를 위한 풍경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샌들이 2022년 '샌즈 로얄 큐라소'에서 아일랜드 인클루시브 다이닝 프로그램을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부 객실 등급 투숙객을 대상으로 현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교통편과 250달러(약 36만원) 상당의 식사 크레딧을 제공한다. 샌들의 호텔에서 최고 경험 책임자로 일하는 제시카 섀넌에 따르면, 이 혜택은 자격을 갖춘 대다수의 고객이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다. 그 때문에 샌들이 운영하는 17개 리조트 모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코스 섬과 역사 도시 마르베야 등 지중해 명소에서 7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이코스 리조트'의 로컬 디스커버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도 리조트 외부에서 즐기는 식사를 포함하고 있다. 2015년에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추가 비용 없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을 탐험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선술집이나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스타 델 솔이나 마요르카 등 언덕이 많은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도록 차량도 빌려준다. '컬처 패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코스 투숙객은 코르푸의 아시아 미술관, 마르베야의 파블로 피카소 박물관, 코스에 있는 아크라니 와이너리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파라디수스 바이 멜리아'는 2023년 멕시코의 로스 카보스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푼타 카나, 스페인의 그란 카나리아 등 여러 리조트에서 운영 중인 패키지에 리조트 밖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추가한 상위 등급 객실 투숙객 전용 '데스티네이션 인클루시브 컨셉'을 출시했다. '파라디수스 팔마 레알 골프 & 스파 리조트'에서는 투숙객이 범선을 타고 자연 그대로의 해변으로 가서 요가를 연습할 수 있다. '파라디수스 바이 멜리아 그란 카나리아'에서는 슈페리어 룸 투숙객에게 로케 누블로 주변에서 가이드가 이끄는 하이킹이나 바나나 박물관 방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파라디수스 팔마 레알의 총지배인 폴라 포레로에 따르면, 호텔리어들은 팬데믹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여행자들의 기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오늘날 여행자들은 휴가지와 관련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서 본 여행지의 풍경과 소리를 향유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찾는다.

포레로는 "과거에는 여행자들이 호텔에서 7일 동안 쉬고, 즐기고, 먹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닙니다. 여행객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호기심도 더 커졌습니다. 더 많은 경험과 더 큰 모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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