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처럼 느껴졌어요 …'계엄령 혼란'으로 우려하는 국민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자 대대적인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몇 시간 만에 철회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걱정과 충격, 혼란함 등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TV 연설을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자 계엄령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신속히 국회가 나서 군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일부 한국인들은 이 같은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3일 늦은 밤 서울 소재 자택 위를 지나는 헬기 소리를 들었다는 라지수 씨도 그렇다.
라 씨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연설 직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쿠데타가 이곳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걱정된다”고 했다.
게다가 경찰인 친구가 긴급 동원 명령을 받고 경찰서로 달려갔다는 소식에 더욱더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 직후 군은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여의도 국회 밖에 경찰 인력이 대거 배치된 모습, 의원들이 결의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발을 내딛기 전 시위대와 경찰 간 난투극이 벌어지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유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대한 대응이라는 의견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윤 대통령이 “정부에 대해 우려하고 판단할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자 시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또 다른 북한으로 변하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서울 시민인 김미림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악화할 때를 대비해 서둘러 비상 물품을 챙겼다고 했다. 김 씨는 과거 계엄령이 선포됐을 당시 사람들이 체포되고 투옥됐다고 말했다.
한편 BBC는 현재 긴밀히 움직이고 있는 서울 주재 기자들에게 계엄령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모든 언론과 출판 활동이 정부의 엄격한 통제 속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이번 정치적 혼란의 여파로 의도치 않게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장신구를 만드는 영세 사업자인 강돈중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부주의하게 변덕스럽게 행동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자영업자로서 정말 사업에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원화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 원자재 수입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한편 이날(3일) 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의원과 국민들에게 국회의사당 밖에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차 수십 대와 기동대 버스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국회 밖에 모여든 시위대는 “계엄령 반대”, “독재 타도” 등을 외쳤다.
4일 새벽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공개됐으며, 대통령의 계엄령 철회 소식에 시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대학생인 홍주예 씨는 사건이 극적으로 전개되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 모두 “이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미친 듯이 서로 문자를 보냈다”면서 “정말 악몽 속에 내던져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명확하지 않은 초기 발표로 인해 “더욱 스트레스받았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서울 주요 지역에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와 내 친구들은 과연 내일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인지, 원화 가치 하락과 환율 상승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청년 남성들이 징집될지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