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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동의 없이 냉동배아로 임신'...이시영의 선택이 던진 질문

25분 전
한국 배우 이시영
The Chosunilbo JNS/Getty images

배우 이시영이 혼인 관계 중 냉동 보관했던 배아를 이혼 후 이식해 둘째를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며 법적 책임과 생식 선택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시영은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둘째 아이 임신 소식을 밝히며 "배아 냉동 보관 5년의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선택을 해야 했고, 폐기 시점을 앞두고 이식 결정을 내렸다"며 "전 남편의 동의는 없었지만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엇갈렸다. 혼인 관계가 끝난 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아이를 임신한 점에 대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판과 생물학적 아버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적 혼란과 불편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일부는 "난자 채취와 시술 과정을 감내한 쪽이 여성인 만큼 배아 이식 결정권 역시 여성에게 있다"며 이 씨의 선택에 응원을 보냈다.

이 씨의 결정은 방송인 중 MC 허수경,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에 이은 3번째 '자발적 싱글맘'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존 사례가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이었다면, 이시영은 혼인 중 동의하에 생성된 배아를 이혼 이후 단독으로 이식했다는 점에서 복잡한 쟁점을 안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배아를 이식할 때 부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규정이 없어, 이 허점을 이용해 임신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이 낳은 결과라는 비판이 앞선다.

하지만 여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가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는 의견도 있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 대한 인식을 흔들어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과 생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친부 동의 없는' 배아 이식, 논란이 되는 점은?

현행 생명윤리법은 배아를 생성할 때는 부부의 서면 동의를 요구하지만, 이식 시점에 대한 별도의 동의 규정은 없다.

안성훈 변호사는 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생성된 배아를 이식하는 시점에서 전 남편의 동의가 법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배아에 대한 처분권 즉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이시영 씨의 민사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어난 아이가 법적으로 전 남편의 자녀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가사사건 전문가인 엄경천 변호사는 SNS를 통해 "이혼 이후 임신한 아이는 혼인 중 자녀로 보기 어렵다"며 혼인 외 출생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물학적 친자 관계가 명백한 만큼 아이나 보호자가 인지청구를 할 경우 법적으로 부자 관계가 성립될 수 있으며,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는 법원 판단상 인지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도 "인지 절차를 거치면 양육비, 면접교섭권, 상속권 등 모든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시영 씨의 전 남편은 초기에는 임신에 반대 입장을 취했지만, 임신 사실이 보도된 후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이혼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시술을 진행한 병원의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안성훈 변호사는 배아 생성 시 동의의 목적이나 조건에 따라 배아 이식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병원 측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험관·냉동난자…여성은 정말 '결정권'을 갖게 됐을까?

시험관 주사기에 둘러쌓인 아기
Sher Fertility Institute

배우 이시영의 선택은 최근 생식 보조 기술의 발달로 여성 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출산을 선택하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9일 BBC에 "과거에는 결혼 후 임신·출산을 통해 부부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규범적인 삶의 양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반드시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인 권김 위원은 난자를 냉동하거나 배아를 보관해 출산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진 사회적 조건 속에서 "남자 없는 출산, 남자 없는 양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난자 냉동을 통해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29세 최 모 씨는 "노산 가능성이 있다면 난자를 얼려두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며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든든하다"고 전했다.

'난자 냉동'은 최근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될 정도로 더 이상 숨겨진 이야기가 아니다.

가수 채은정은 '커플 팰리스'에서 "마흔다섯 전에 아이 낳기 위해 난자 냉동했다"고 밝혔고, '나는 솔로 24기'에 출연한 옥순은 남자 출연진에게 "누나 난자도 얼려놨다. 신선한 거"라고 말하며 이른바 '난자 플러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험관 시술(IVF) 시행 건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난임 시술은 2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약 14만6000건)과 비교해 약 36.7% 증가한 수치다. 시술 유형별로 보면 체외수정(IVF)이 전체의 83.4%인 16만687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0세 김 모 씨는 BBC에 "자연임신이 어렵다면 시술이 여성의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IVF를 고려할 것"이라며 "주변에 병원을 다니거나 시술을 준비 중인 사람이 많아 이제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단순히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대만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김 위원은 "난자 채취와 시험관 시술은 모두 여성의 몸에 상당한 신체적 부담을 주는 과정이며,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가질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야 한다'는 식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건 맞지만, 동시에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이라며 "관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윤리적 기준이나 여성의 신체적 부담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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