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문한 트럼프, 국빈 만찬서 '특별한 관계' 강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빈 만찬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들의 해법을 찾으려는 개인적 헌신"을 보여왔다고 평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간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며 "'특별하다'는 말만으로는 그 관계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찰스 국왕은 이날 윈저성에서 160명의 하객을 초대한 성대한 만찬에서 두 나라의 깊은 연대와 문화, 무역, 군사적 유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 함께 싸우고 목숨을 바쳐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국빈 방문 일정은 18일(현지시간)에도 이어지며, 카밀라 왕비와 웨일스 공주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하는 행사도 포함돼 있다.
행사는 왕실 의전에서 정치적인 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만나 회담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국빈 만찬은 하루 종일 이어진 화려한 의전과 정치적 행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왕과 왕비, 그리고 주요 왕족들의 영접을 받으며 윈저성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성 안쪽의 경관이 아름다운 중정에 마련된 화려한 마차에서 내린 뒤, 정갈하게 정비된 잔디밭에서 줄지어 선 병사들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는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빈도 참석해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으며, 이후 대통령 부부와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만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 왕세자에 대해 "미래에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거둘 인물"이라고 칭찬했고, 케이트 왕세자빈을 "빛나고 건강하며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역사적인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은 국왕과의 좋은 관계를 보여주었으며, 의장대 사열을 함께 지켜보는 자리에서는 우호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국왕은 행진하던 병사의 칼에 주의하라는 듯 농담을 던지며 대통령을 웃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 세인트 조지 예배당을 둘러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정말 대단한 곳이다"고 감탄했고 미국 독립과 관련된 왕실 소장 사료들을 보며 "진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오래도록 존경해왔다. 그는 여왕의 무덤에 화환을 바치며 경의를 표했다.
양측은 공식 선물을 교환했는데, 영국은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 버킹엄궁에 걸려 있었던 깃발을 선물했다.
국빈 방문은 중요한 국제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왕실의 환대를 활용하는 '소프트 파워 외교'의 일환으로, 미국만큼 중요한 대상은 없다.
이번 만찬에는 유명 인사보다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더 많이 참석했다. 애플의 팀 쿡,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이 자리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1500억 파운드(약 282조 원)규모의 대영 투자도 발표됐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220억 파운드(약 41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만찬에 참석해 모건 맥스위니 총리 보좌관 옆자리에 앉았다. 이날 만찬의 메인 요리는 노퍽 지방의 유기농 닭 요리였다.
국왕은 미·영 파트너십의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후세를 위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지키고 회복할 소중한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만찬은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의전은 압도적일 만큼 화려하게 펼쳐졌다.
영국 육군·해군·공군에서 1300명의 장병이 참여한 이번 국빈 방문 경호는 영국에서 열린 국빈 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열이었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병력이 동원된 것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 달라는 영국 정부의 메시지였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윈저 상공을 비행한 공군 특수비행팀 '레드 애로우스'의 에어쇼를 지켜봤다. 다만 F-35 전투기 편대 비행은 기상 악화로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고 말하며, 왕실의 화려한 의전이 큰 인상을 남긴 듯했다.

하지만 최근 다른 국빈 방문과 달리 이번에는 일반 대중이 볼 수 있는 장면은 없었다. 모든 행사는 윈저 영지 안이나 총리의 별장 체커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런던에서는 국빈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윈저에도 트럼프 반대 피켓이 있었지만 미국 측 방문객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했다.
시위대에는 군주제 반대 단체 '리퍼블릭'도 포함됐다. 이 단체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우리 민주주의를 바로잡고, 찰스든 트럼프든 민주적 권리를 훼손하려는 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