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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조지아 구금사태에 한미관계까지...여야, 대정부질문서 정면 충돌

3시간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구금됐다가 풀려난 사건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여야는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날 대정부질문 첫 번째 타자로 나온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 관계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있다"며 "(최근) 300명 넘는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에서 쇠사슬에 묶이고 수용소에 갇히는 일이 있었고, 장갑차, 헬기, 마약단속국까지 나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 의원은 이어 "정부는 단순히 간신히 수습했다고 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미국 정부는 여전히 이재명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관세 협상은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고 있고, 비자 확대는 이제야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 막대한 헌납과 달콤한 말로 백악관에서 모욕적인 장면만 모면했을 뿐"이라며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미국에 있는 300여 명의 국민들이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 대규모로 미국에 구금된 사례가 있는지, 미국이 우방국 국민을 이 정도 규모로 구금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 총리는 "제가 아는 바로는 없다"고 답했다.

배준영 의원은 정부가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한국이 자동차 등에서 인하된 관세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이번 한미 관세협정의 핵심은 한국의 대미 투자금을 미국이 통제하고, 90%의 이익은 미국인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며 "한미가 입장이 다른데, 정부는 왜 협상 중이라고만 하고 대통령은 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차이를 정리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귀국만 했느냐"고 비난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9월 4일은 대한민국 외교 국치일이었다"며 "미국에 700조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고도 한미 제조업의 상징인 조지아에서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된 것도 모자라 강제 추방까지 당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일본과 EU는 관세율 15%로 인하받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25%의 고관세를 부과받고 있다"며 "그러고도 '성과가 크다, 역대급 성공'이라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 '비자 문제 해결 계기'

반면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에 있어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면서 사안의 책임은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 첫 타자로 나선 통일부 장관 출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오래 묵혀둔 비자 문제를 미측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또 우리도 강하게 이를 압박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비자 문제를 좀 잘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특히 "석방된 한국 근로자들에 대한 추방 기록은 아니더라도 불법체류 기록이 남아서 여전히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물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전혀 기록이 남지 않기로 상호 합의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미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Reuters
미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미국에 대한 인권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과정에서의 미국 당국의 위법 행위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연행자 중 일부는 적법한 비자 상태인데도 불법으로 간주해서 추방했다는 보도도 있다"며 "대한민국이 (미국에) 제일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제일 많이 만드는데 대한민국에게, 동맹에게 정말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는 우리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한국동반자법 등 취업 비자 제도 개선을 확실하게 강구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미국 의회를 방문해 관련 의원들을 면담하고 그러한 당부를 드리고 왔다"고 답했다.

이날 이인영 의원은 "제가 받은 충격은 연행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쇠사슬과 발목 수갑을 차게 한 것은 가혹행위이고 반인권적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미국도 바뀔 것은 바뀌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야당 '국정조사로 진실 규명'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미국 조지아주 강제구금 사태와 한미 관세협정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성민·강승규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김기웅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정부 간 관세협정 관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는 (조지아주) 사태의 원인과 배경, 피해 규모, 재발 방지 대책 등 어떠한 것도 제대로 밝히지 않아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건 의원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대응은 적절했는지 의문이 많다"며 "이번 국정조사가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비자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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