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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선고 D-1, '안국역 일대는 당분간 기피지역... 매출 반토막 나'

1일 전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
BBC
안국역 인근에는 탄핵 선고가 나오는 4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일부 가게들이 있다

"안국역이나 창덕궁으로 가는 승객들 계신가요? 이 버스는 안국역으로 진입하지 않고 종로로 우회할 예정이니 참고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기존 안국역 방향 노선의 서울 시내버스들도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가 모두 통제되며 안국역으로 진입하지 않고 우회 운행됐다.

이에 따라 안국역 근처의 상인들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취재진은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인 3일 안국역을 찾았다. 평소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나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로 가득한 인근 골목에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 일부 직장인들만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큰 대로변에는 차가 다닐 수 없도록 경찰 버스가 벽을 치고 있고, 촘촘히 세워진 바리케이드 사이로 간신히 '한 줄 서기'를 해야만 지나다닐 수 있는 거리도 있었다.

경찰들이 거리 곳곳에 서서 사람들을 주시했고, 일부 좁은 거리에서는 정치색을 강하게 띤 소품이나 옷을 입고 있으면 진입할 수 없도록 통제됐다.

"지금 거리 상태가 이렇잖아요. 손님들은 이미 절반 이상 줄었죠."

안국역 근처에서 감자튀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승열 씨는 경찰 버스가 빽빽하게 들어선 거리를 보며 토로했다.

'여기는 지금 기피지역'

안국역에서 감자튀김 가게를 운영하는 최승열씨
BBC
안국역 근처 감자튀김 가게를 운영하는 최승열 씨는 "손님들 수가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최승열 씨는 BBC 코리아에 "(시위로 인한 도로 통제가) 이미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래 여긴 외국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데이트하러 오는 젊은 커플들도 많은 곳이에요. 그런데 인근에 시위가 시작되면서 주변 교통을 통제하니까 일단 한국인 손님들은 거의 없는 수준이죠."

최 씨의 가게 앞으로는 현재 경찰 기동대 버스 수십 대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도로 통제를 위해 추가 투입되는 기동대 버스가 최 씨 가게 쪽으로 진입하며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 통제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장사는 해야죠… 손님이 없다고 영업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판결이 나오는) 금요일에도 문은 열 생각입니다."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주말이 되면 손님은 더 없는 수준"이라며 이 상황이 벌써 두 달째라고 말했다.

"원래는 한복 입고 외국인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지금 밖을 보세요. 보시다시피 지금 거리가 이 모양이잖아요. 전부 기동대 경찰분들, 시위하는 사람들뿐이에요.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죠."

백승훈 씨가 운영하는 횟집
BBC
점심시간이지만 식사하는 손님이 적어 한산한 백승훈 씨의 가게. 손님들은 "원래 사람 많은 집"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며 넓은 거리가 작은 골목이 되어버린 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백승훈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백 씨의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던 한 손님은 "이 가게 원래 이 시간에 사람 엄청 많은 곳인데…"하며 씁쓸함을 내보였다.

오후 12시 반이 조금 넘어가는 점심시간인데도 가게에 식사를 하는 테이블은 네 테이블 뿐이었다.

"밤에는 더 심하죠. 퇴근하고 나면 사람들이 시위대로 더 몰려와요. 그래서 저녁엔 손님이 더 없죠. 2월에 이 지역에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로부터는 쭉 이 상탭니다."

단순히 도로 통제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 시위대들의 과격한 행위로 이 지역이 소위 '기피 지역'이 됐다는 설명이다.

"시끄럽게 욕하면서 소리 지르는 시위대에게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인상 찌푸리거나 시끄럽다고 얘기하면 더 크게 욕을 하면서 반응해요. 그렇다고 경찰들도 그 사람들을 잡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냥 기피 지역이 된 거죠."

백 씨는 몇 주 전 인근 디저트 가게가 과도한 소음을 내던 시위대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권고한 뒤 주변 시위대로부터 "'빨갱이' 가게"라고 질타를 받는 모습을 보며 불만이 있더라도 참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예약도 줄줄이 취소

예약 취소를 표시한 달력
BBC
백 씨는 손님들의 안전 우려로 인해 4월 첫째 주에 잡혀 있던 예약 건 다수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몇 달째 이어지는 매출 감소는 백 씨의 큰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저는 원래 인근 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그 주차장 쪽까지 통제하면서 차가 진입할 수가 없어서, 거의 두 달째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어요."

백 씨가 앉아 있는 계산대 옆에 달려 있는 달력은 평소 예약이 들어오면 기록을 해두는 용이다. 4월 첫 주의 예약 건들에는 빨간 줄들이 가득 쳐져 있다.

"다 예약 취소된 거예요. 이 동네가 뉴스에도 나오고 하니까 여기 불안해서 못 오겠다, 하고 취소하신 거죠."

"저희는 경험이 있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이랬어요. 탄핵 선고날 손님이 한 명도 없었어요. 저는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 쭉 닫을 예정입니다."

경찰들이 통제하는 안국역 인근 도로
BBC
안국역 사거리가 경찰 기동대 버스 차벽에 둘러싸여 통제됐다

헌법재판소 인근으로는 경찰과 방호 인력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만 거리가 조금 떨어진 안국역 근처에서는 탄핵 찬반 진영이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3일 오후 7시 안국역에서 '끝장대회'를 열고 경복궁에서 종각역, 안국동을 거쳐 헌재까지 행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통일당 등 탄핵 반대 진영도 오후 1시와 2시, 8시에 종로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광화문 등 곳곳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부로 서울에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했으며, 서울 도심에는 기동대 110개 부대 약 7천 명이 투입됐다.

선고 당일에는 경찰력 100% 동원이 가능한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비상'을 전국에 발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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