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파면'...앞으로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8년 만에,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됐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라며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12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111일 만이며, 2월25일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지 39일 만이다.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1060일 만에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관저 떠날 예정...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직 상실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김건희 여사와 함께 떠나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누릴 수 있는 부분은 신변 보호를 위한 경호와 경비로 한정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관련 경호 대책이 갖춰져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관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호 문제에 따라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인 2017년 3월 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로 제공되는 비서관 3명에 운전기사 1명도 둘 수 없다.
현직 때 연봉의 95%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 자격, 서거 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도 박탈된다.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만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탄핵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전적 때문에 경호와 경비 지원만 받고 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필요한 경호·경비를 제외한 교통·통신·의료·사무실 등 지원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 기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행직을 유지한다.
탄핵 정국에서 대선 모드로
대통령 궐위로 인해 한국은 향후 대선을 치러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 선고 10일 이내에 대선일을 공고해야 한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었으므로 차기 대선은 오는 6월 3일이 유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에도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60일 뒤에 대선이 치러졌다.
헌재의 파면 선고와 동시에 여야 정치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두 달 내로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고, 지역별 대선 공약 마련과 대선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6월 3일에 치러진다고 한다면, 양당은 선거일 23일 전인 5월 11일까지는 대통령 후보를 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
탄핵 인용으로부터 약 5주 이내에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여야 지지자 충돌 등 소요 사태 가능성도 있지만,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면 국민적 관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물론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과 중진 의원들도 경선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로 이 대표의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과 동시에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외에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김영록 전남지사, 전재수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내란 혐의' 형사재판은 진행 중
한편, 헌재의 판결과는 별개로 윤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수사를 이어가게 된다.
윤석열 측은 앞서 내란 혐의와 관련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적법절차를 위배해 위법하고,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으며, 증거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가 4일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를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내란죄 형사 재판에도 윤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될 관측이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군·경을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시킨 행위를 인정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 국가긴급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 인사의 체포 지시는 없었고, 질서 유지를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으며, 선관위를 장악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는 부분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들어간다. 첫 증인으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채택됐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도 사라져 그동안 윤석열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 수사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