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친구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2025.04.12
검고 회색 머리의 중년 여성이 안경을 쓰고 머리가 짧은 남성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
Carwin Javie Molleja
카르윈과 그의 어머니 카르민은 3년 만에 재회해 축하의 밤을 보내고 있던 중 나이트클럽 참사 피해를 입었다

현지시간 8일 새벽 1시, 카르윈 하비에 몰레하는 산토도밍고의 제트셋 나이트클럽에서 어머니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그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걸 목격했다.

그는 당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은 돌 하나 떨어졌다고 천장이 무너질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8년 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주한 타악기 연주자인 그는 어머니 카르민, 친구들과 함께 메렝게 가수 루비 페레즈의 콘서트를 보러 왔었다.

32세의 카르윈과 어머니가 만난 것은 3년 만이었고, 이날은 기쁨과 축하의 밤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일 새벽, 비극이 닥쳤다.

카르윈은 "머릿속에는 비명 소리, 천장이 무너지는 굉음, 어머니가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 목소리, 내가 어머니한테 괜찮냐고 묻는 순간만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일어났어요. 아마도 저는 눈을 감았고,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안았던 것 같아요."

나이트클럽 사고 현장
Getty Images
현지시간 8일 새벽 일어난 제트셋 나이트클럽 지붕 붕괴 사고로 최소 2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대 근처에 서 있었던 카르윈과 어머니는 떨어지는 천장에 머리를 맞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

이 사고로 가수 루비 페레즈는 사망했다.

혼란 속에서 카르윈은 가까스로 문을 찾아 어머니와 함께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친구 제시카와 그의 여동생은 여전히 클럽 안에 있었고, 카르윈은 그들을 찾기 위해 다시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클럽 안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제시카의 이름을 외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돌이 너무 컸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그는 건물 밖으로 나가 구급차를 부르려 시도한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전화를 걸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전화도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죠."

짧은 머리의 안경 쓴 남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배경에는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과 멀리 위치한 무대.
Carwin Javie Molleja
참사가 일어나기 전 나이트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카르윈과 그의 어머니, 친구들

카르윈은 붕괴 직후의 상황을 "혼돈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미친듯이 돌아다녔어요. 몇몇은 부상자들을 끌어내고 있었고, 숨진 색소폰 연주자가 끌려 나오는 것도 봤습니다."

붕괴 직후 몇 분 만에 구조대가 도착했고, 구급차와 들것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카르윈은 붕괴 후 약 한 시간 반 가량 현장에 머물렀다.

그는 그 시간 동안, 잔해를 제거할 중장비는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르윈은 친구를 더 찾고 싶었지만, 통증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가야 했다.

"어머니를 집에 데려가서 진정시켜야 했어요."

사고 당일 늦은 시각, 친구 제시카와 그의 여동생은 잔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최소 22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수십 년 만에 카리브 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남았다.

카르윈은 친구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전했다.

"(친구를) 도와줄 수 없었던 게 너무 끔찍했어요. 친구 이름을 계속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정말 괴롭습니다."

추가 보도: 이사벨 카로, 앨리샤 헤르난데즈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