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일주일 만에 관저 떠난 윤 전 대통령... 향후 거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일주일만인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2022년 11월 7일 관저 입주로 서초동을 떠난 지 886일 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퇴거하면서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난 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면서 감사 인사를 거듭 전했다.
이날 오후 5시8분쯤 경호차량들이 관저에서 출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잠시 정문 앞에 차를 세운 뒤 내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포즈를 여러 번 취하기도 했고 차 안에서는 손을 흔들어보이기도 했다.
사저 인근 인도 곳곳엔 지지자들이 내건 '윤 어게인!(Yoon Again!), 다시 대한민국!', '다시 윤석열로 뭉쳐서 윤석열로 일어나자' 등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붙었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는 맞불 집회도 이어졌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인근에 기동대 2대 부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추후 새 사저로 이동 가능성도
앞서 대통령경호처는 약 40명 규모의 사저 경호팀 편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재임 초기 약 6개월간 거주하며 출퇴근했던 곳으로 당시 인근지역은 특별 경호구역으로 지정됐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파면되더라도 경호와 경비에 관련된 예우는 유지된다. 경호 기간은 5년으로 단축되지만 1회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다. 관저를 담당해 온 3급 경호부장이 경호팀장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면된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로 제공되는 비서관 3명에 운전기사 1명도 둘 수 없다. 현직 때 연봉의 95%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 자격, 서거 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도 박탈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일단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지만 수도권 단독주택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위나 지지자들로 인해 공동주택 특성상 같은 건물 입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비해 윤 대통령 측은 추후에 수도권 인근의 부지를 물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도 파면 이후 삼성동 사저에 머무르다 집회·시위 등 문제로 한 달 뒤 내곡동으로 옮긴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내외가 관저에서 키우던 동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반려견 반려묘 11마리도 이번에 함께 이동할 계획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2마리 '해피'와 '조이'는 대통령 파면 후 대통령기록물이 돼 거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생후 40일 정도일 때 한국에 도착했는데, 5개월 정도 윤 전 대통령과 관저에 산 후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알라바이는 몸무게가 최대 100kg까지 나가는 대형 견종이다. 해피는 키 180cm에 몸무게 52kg, 조이는 키 170cm, 46kg에 이른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 중 받은 선물은 동·식물까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직무가 종료되면 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대통령기록관은 동물 키울 여건이 없다는 되지 않는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도 같은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풍산개 두 마리는 대통령기록관이 '대여'하는 형식으로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기르고 있다.
이같은 동식물의 대통령기록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도 위탁을 계속할지 여부 결정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정식 공판의 경우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은 재판정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