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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의 심장을 캐는 땅, 콩고 광산을 가다

1일 전
루바야 광산에서는 만 명이 넘는 인원이 콜탄 광석을 캐며 일하고 있다
Hassan Lali / BBC
루바야 광산에서는 만 명이 넘는 인원이 콜탄 광석을 캐며 일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동부를 장악한 M23 반군이 최근 BBC에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대규모 광산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 광산은 전 세계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인 콜탄이 채굴되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광산 현장에는 단 한 사람도 가만히 있는 이가 없었다.

수천 명의 광부들이 구덩이와 터널로 뒤덮인 풍경 속에 흩어져 있었다. 일부는 지하 깊은 곳에서 삽으로 광석을 캐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콜탄이 함유된 암석을 자루에 담아 어깨에 짊어졌다. 이들은 자루를 작업장까지 옮긴 뒤, 또 다른 이들이 그것을 삽이나 손으로 씻고 걸러내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일합니다."

M23 반군이 지난해 4월 루바야 광산을 점령한 뒤 현장을 관리해온 파트리스 무사피리가 BBC에 말했다.

이곳은 걷는 것조차 쉽지 않은 험난한 지형이다. BBC 취재팀은 파트리스 무사피리의 안내와 지팡이의 도움 없이는 쉽게 발을 헛디딜 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부들에게는 이곳이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고되고 위험한 일이지만, 그래도 소소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광산 깊숙이 들어가면 온도가 매우 높습니다. 광물을 캐는 작업도 정말 힘들고요… 유해 가스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광부 피터 오시아시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가끔 찬 공기를 안으로 넣어줘야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는 광산에서 일한 지난 5년 동안 조금씩 돈을 모아 혼례 자금을 마련했고, 지금은 결혼해 자녀도 있다고 말했다.

"제 인생이 정말 달라졌습니다. 광산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광부들이 캐고 있는 황금빛 흙으로 뒤덮인 이 땅은, 콩고 북키부주 마시시 언덕 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마 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이곳은 세계 콜탄 매장량의 15%, 콩고 전체 매장량의 절반이 묻혀 있는 핵심 지역이다.

이곳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광산은 수년간 군을 포함한 여러 무장 세력들이 차례로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챙겨온 곳이기도 하다.

루바야 광산의 현장 책임자는 이 광활한 작업장에 무장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Hassan Lali / BBC
루바야 광산의 현장 책임자는 이 광활한 작업장에 무장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BBC 취재진이 광산에 도착한 것은, DR콩고와 르완다가 워싱턴에서 휴전 합의에 서명한 며칠 뒤였다. 이 합의는 지난 수십 년간 DR콩고 동부 지역의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이다. 해당 광산은 루바야 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DR콩고 동부의 불안정은 그 뿌리가 매우 복잡하다.

민족 간 갈등이 얽혀 있으며,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과 연계된 후투계 민병대를 포함해 여러 반군 세력이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르완다 정부는 이들 세력이 DR콩고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6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에서, 자신들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무장세력들을 해체하고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양측 모두 그러한 세력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른바 '대리세력'을 포기하겠다는 합의는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M23 반군이 포함되지 않았다. 주로 투치족이 주도하는 M23은 DR콩고 동부의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올해 1월 이후로 고마, 부카부, 그리고 두 개의 공항까지 점령한 상태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르완다가 M23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르완다 정부는 군사적 또는 재정적 지원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이번 평화 중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배경에는 DR콩고의 막대한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정 체결에 앞서 "미국은 DR콩고로부터 많은 광물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바야 광산 현장에서는 일부 여성들이 광부들에게 음식과 물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Hassan Lali / BBC
루바야 광산 현장에서는 일부 여성들이 광부들에게 음식과 물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약 45분 동안 이뤄진 짧은 방문 동안, 현장에서 지휘 체계가 바뀔 조짐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M23 측이 임명한 현장 관리자 파트리스 무사피리는 지난 1년간 루바야 광산이 어떻게 재정비됐는지, 또 반군이 어떻게 광산의 치안을 확보해 광부들이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했는지를 강조해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장에는 무장한 인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무사피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광산 내 안전 문제를 규제·감독하고 내부 분쟁을 조정하는 '광산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터널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인명 사고를 피하기 위해 즉시 작업자들에게 철수 명령이 내려집니다. 또 서로 다른 집단 출신의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 와서 채굴을 하고, 다른 이들은 이 광물을 사 갑니다. 지금은 고마에 이곳에서 산 광물을 되파는 큰 시장도 형성돼 있습니다."

콜탄 광석은 구매자들에게 넘기기 전에 반드시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후 이 광석에서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탄탈럼이 추출된다
Hassan Lali / BBC
콜탄 광석은 구매자들에게 넘기기 전에 반드시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후 이 광석에서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탄탈럼이 추출된다

유엔 전문가들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M23 반군은 콜탄 채굴에 세금을 부과해 매달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상당량이 르완다로 직접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M23과 르완다 정부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작업 허가증을 구매한 광부들이 청바지, 스웨터, 장화를 착용한 채 일하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피터 오시아시는 "과거에 비해 작업 환경이 나아졌다"며 "이곳에서는 사업이 꽤 잘 돌아간다. 최소한 어느 정도 평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금이 매우 낮아, 받는 돈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와 함께 M23은 DR콩고 북키부주와 남키부주의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콩고군은 굴욕적인 후퇴를 겪었다.

정치 분석가 아크람 툼시푸는 DR콩고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얻기 위해 자국의 막대한 광물 자원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콩고 당국의 가장 큰 기대는 현재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광산업에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루바야 광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노리고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바야 광산의 현장 책임자인 파트리스 무사피리는 BBC에 "외국인 투자 자체는 환영하지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와 학교, 병원 등 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고, 광부들의 일당을 올릴 수 있는 투자라면 누구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천연 자원을 보유한 DR콩고지만, 정작 대부분의 광산 지역은 도로 등 기본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광산으로 향하는 길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정치 분석가 아크람 툼시푸는 미국 투자자들의 존재 자체가 "새로운 무력 충돌이나 타 무장 세력의 부활을 억제하는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M23이 여전히 동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편, 카타르가 중재하는 별도의 평화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에는 DR콩고 정부와 무장 세력 간의 직접 대화가 포함돼 있으며, 향후 몇 달 안에 더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23은 DR콩고 내 여러 무장 세력의 연합체인 '콩고강 동맹'의 일원으로, 워싱턴에서 중재한 평화 합의는 오랜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M23은 자신들이 소수 투치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세력들이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평화안을 주장하는 가운데, 루바야 광산을 비롯한 DR콩고 동부 주민들의 바람은 단 하나다. 수십만 명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하루빨리 끝나는 것이다.

광부 피터 오시아시는 "우리 젊은이들과 지도자들이 지금의 평화를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삽을 들고 다시 작업장으로 향하던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광산 주인들께도 호소하고 싶습니다. 지금 받는 돈이 너무 적어요. 임금을 좀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취재: BBC 로버트 킵투, 하산 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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