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중해식 리조트, 첫 러시아 관광객 맞이...숨겨진 우려는?

건설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대우로 인권 단체의 비판을 받아온 북한의 새로운 해변 리조트가 이번 주 러시아 관광객을 처음으로 맞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성대하게 치러진 원산 갈마 리조트 개장식에서 이를 "세계적인 관광 문화 휴양지"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이 폐쇄적인 만큼 해당 리조트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비밀에 싸여 있다.
BBC 검증(Verify)팀은 위성 사진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내부 계획 문서를 입수했다. 그리고 전문가 및 전직 북한 내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리조트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을 인권 침해 우려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베니도름의 흔적
김정은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원산에서 보냈으며, 새로운 리조트가 건설되기 전 이 도시는 북한 엘리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였다.
리조트 초기 계획 단계에 참여했으며 2014년 탈북한 고위 경제관료 출신 리종호 씨는 "원산 관광지가 처음 계획됐을 때...이 지역을 제한 구역으로 유지하면서 약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개방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공사가 시작되기 1년 전인 2017년, 김정은은 스페인에 실사단을 파견해 베니도름 리조트를 둘러보도록 했다.
북한 실사단을 안내한 스페인팀 일원인 마티아스 페레스 수치는 "(실사단에) 고위급 정치인들과 많은 건축가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많은 것을 메모했다"고 회상했다. 실사단은 안내에 따라 테마파크와 고층 호텔, 선착장 등을 둘러봤다.
리조트 지도가 포함된 북한 안내 책자에는 해변가를 따라 늘어선 43개의 호텔과 인공 호수에 자리한 게스트 하우스, 캠핑장 등이 표시돼 있다.
실제로 완공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검증팀은 안내 책자의 내용을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와 대조했다.

우뚝 솟은 노란색 워터 슬라이드가 있는 워터파크는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더 북쪽에 자리한 오락 구역에도 여러 건물이 있는데, 건설 계획에 따르면 극장과 레크리에이션 및 피트니스 센터, 그리고 영화관으로 파악된다.

2018년 초부터 18개월에 걸쳐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4km 길이의 해안선을 따라 수십 개의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위성사진 업체인 SI애널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말에는 리조트의 약 80%가 완공됐다.
그러나 한창 빠르게 진행되던 공사는 이후 잠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2024년 6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 이후 공사가 재개됐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북한의 휴양지를 방문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의 인적 비용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장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유엔은 북한에서 강제 노동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자들이 종종 '돌격대(shock brigades)'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 조건과 장시간 근로, 부적절한 처우를 겪는다는 것이다.
서울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제임스 히난은 "(북한이) 소위 '돌격대'를 활용해 리조트를 건설했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밝혔다.
"막판에는 노동자들이 24시간을 일하며 공사를 끝냈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이들이 돌격대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BBC는 돌격대에서 일하고 나중에는 관리자 역할까지 맡았던 한 북한 출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탈북민 조충희 씨는 원산 리조트 건설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가 관리했던 돌격대의 잔혹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돌격대의)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심지어 목숨을 잃더라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생리가 아예 멈춘 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2023년 한국으로 탈북하기 전 원산에서 일했던 강규리 씨는 사촌이 건설 현장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신뢰를 받는 시민들에게만 주어지는 수도 평양에 거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촌은 잠도 거의 못 잤다"라며 "그들은 먹을 것도 충분히 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하다가 죽는데, 그들이 쓰러지고 죽더라도 그들(당국)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강 씨는 리조트 건설 계획이 확장되면서 원산 주민들이 때로는 보상 없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강 씨의 증언에만 국한되지 않더라도, BBC 검증팀은 위성 분석을 통해 리조트와 연결되는 주요 도로 인근 건물들이 철거된 모습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현재 더 높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강 씨는 "(당국은) 모든 것을 철거하고 새로운 것을 짓는다"라며 "특히 위치가 좋으면 더 그렇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무리 부당하다고 느껴져도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항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BBC는 북한 당국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어디 있나?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관광객에게 거의 모든 문을 닫았다. 고도로 통제된 일부 관광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원산·갈마 관광지구는 북한 경제를 제재 속에서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지원 이후 강화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굳건히 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BBC 검증팀이 입수한 초기 계획 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았으며, 주요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다.

BBC는 중국과 러시아 여행사 사이트에서 새롭게 지어진 원산 갈마 리조트 여행 상품을 검색했다.
중국 여행사 중에서는 원산 리조트 상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러시아 여행사 세 곳이 원산·갈마가 포함된 투어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달 초, 첫 투어 출발(7월 7일) 일주일 전 러시아의 한 여행사에 고객으로 가장해 문의한 결과, 해당 여행사는 러시아인 12명이 상품을 예약했다고 밝혔다.
원산 리조트에서의 3일을 포함한 일주일간의 북한 여행 비용은 1800달러(약 248만원)로, 러시아 평균 월급보다 60% 더 비쌌다.
여행사 측은 8월에도 두 차례 추가 여행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다른 두 여행사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참여 인원수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러·북 관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원산·갈마가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 관광객들은 튀르키예와 이집트, 태국, 베트남 등 북한이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것보다 훨씬 나은 곳으로 쉽게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국가들은) 서비스 수준이 더 높고,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감시하지도 않습니다."
추가 취재: 야로슬라바 키류키나, 이 마, 크리스티나 쿠에바스 / 그래픽: 샐리 니콜스, 에르완 리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