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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헌재 선고 후 현장 반응은

2025.04.04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로 인용한 이후 선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날 오전,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는 윤 대통령 반대 세력과 지지 세력이 모두 집회를 열었다. 바쁜 평일 오전이지만, 대략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관저를 중심으로 위쪽 도로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아래쪽 도로로는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집회가 열렸지만 충돌을 우려해 역대 최대 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면서 두 집회 참가자들이 충돌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세력 제압하자' 등의 슬로건을 든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이미영(59) 씨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인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오히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가슴 졸일 일이 아니잖아요. (계엄은) 전 국민이 지켜본 거고, 내란죄에 해당되는 건데…헌재 재판관의 판결에 국가 운명이 걸려 있고, '재판관들이 (인용 말고) 다른 결정을 내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마음 졸였어요."

이 씨는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자주 집회에 나갔다며 "만약 (조기 대선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이들도 우리가 계속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힘들긴 하지만 시민들이 계속 감시하고 보고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낭독할수록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일부 사람들은 크게 한숨을 쉬거나 도중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큰 탄식과 욕설, 울음소리가 들렸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원복실(64) 씨는 선고 후 눈물을 흘리며 "너무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원 씨는 "윤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라며 파면 후에도 지지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유튜브 '라희 아빠'를 운영한다는 한 40대 남성은 "암울하다"라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오늘로써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결정은 인정하며,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맞서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가 많이 나지만 이 상황을 인정해야 합니다. 애국시민들은 법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일각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판결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긴 합니다. 그게 만약 합법적인 범주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범위라면 같이 움직일 생각입니다."

선고 직후 각 집회 지지자들은 비교적 빠르게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저녁을 비롯해 오는 주말까지 윤 대통령 파면을 환영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크고 작은 집회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찬성 단체는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시청역 인근에서, 자유통일당은 오는 5일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영상: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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