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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5%, EU 20% … 트럼프의 관세, 어떻게 계산되었나

2025.04.04
새로운 관세 계획을 발표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새로운 관세 계획을 발표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자국이 상품을 수입하는 국가 대부분에 대해 관세 10%를 부과하는 한편, "최악의 침해국(위반자)"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번 관세(본질적으로 수입품에 매겨지는 세금)는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BBC Verify 팀은 이 숫자 이면의 계산법에 대해 살펴봤다.

계산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주요 국가별 새로운 관세를 표기한 커다란 차트를 들고나왔을 때만 해도 기존 관세와 기타 무역 장벽(규제 등)을 조합해 계산한 것이라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백악관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일 법한 관세 계산식을 발표했다.

백악관에서 관세 계산에 사용한 공식 화면
White House
백악관에서 관세 계산식이라고 공개한 내용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간단한 수학이다. 우선 미국이 특정 국가와의 무역에서 기록한 무역 적자를 미국의 해당 국가로부터의 총 수입액으로 나눈다. 그렇게 나온 숫자를 2로 나누는 방식이다.

무역 적자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구매(수입)하는 물리적 제품 규모가 해당 국가에 판매(수출)하는 규모보다 더 많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대중국 무역에서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더 크기에 무역 적자가 2950억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총액은 4400억 달러이다.

295를 440으로 나누면 67%가 되고, 이를 2로 나누고 반올림하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는 34%가 된다.

해당 계산법을 미-EU 무역에 적용해 보면 대EU 관세는 20%가 된다.

트럼프의 관세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보여주는 그래픽
BBC

트럼프 관세는 '상호주의적'인가?

그러나 이번 관세가 상호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상호주의적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이미 미국에 부과한 기존 관세와 비관세 장벽(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규제 등)을 바탕으로 산출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방법론 문서는 이번에 자신들이 관세를 부과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이를 계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신 이번 관세율은 각 국가에 대한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 해소를 기준으로 계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파는 양보다 사는 양이 더 많은 국가들에도 세금을 부과하면서 이 계산법에서 벗어났다.

예를 들어 영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은 상품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영국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되었다.

이번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국가들은 100개국이 넘는다.

'광범위한 영향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무역에서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점에서 다른 국가들은 미국에 값싼 물건을 마구 들여와 미국 기업과 일자리에 손해를 끼쳤다. 그러면서도 이들 국가는 장벽을 세워 미국산 제품의 해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자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트럼프의 관세 설명 연설에 참석한 남성. 야구모자를 쓰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동차 업계 노동자’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
Reuters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흥을 열망하는 미국 내 제조업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새로운 관세 제도는 과연 그가 바라는 결과로 이어질까.

BBC Verify 팀은 여러 경제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압도적인 수의 전문가들이 관세가 미국과 개별 국가 간 상품 무역 수지 적자를 줄일 수는 있으나, 미국과 전 세계 나머지 국가 간 전체 적자를 줄이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인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조나단 포르테스 교수는 "그렇다. 미국의 양자 간 무역 적자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산에 포착되지 않는 더 광범위한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했다.

왜냐하면 미국이 현재 기록 중인 전반적인 무역 적자는 단순히 무역 장벽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인들은 버는 수입보다 지출하거나 투자하는 규모가 더 크다. 그 격차는 미국이 전 세계에 판매하는 양보다 더 많이 사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미국은 무역 파트너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

아울러 일부 무역 적자에는 관세뿐만 아니라 여러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일례로 특정 국가의 기후로 인해 해당 국가에서 더 생산하기 쉽거나 저렴한 식품이 존재할 수 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토마스 샘슨 경제학부 부교수는 "이 계산법은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역설계된 것"이라면서 "이는 경제적 근거가 없으며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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