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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5년만에 사형수 '총살형' 예정

2025.03.07
사우스 캐롤라이나 교도소의 사형 집행실
South Carolina Department of Corrections
사우스 캐롤라이나 교도소에서는 사형 집행 시설을 새롭게 마련했다

미국에서 15년 만에 사형수의 선택에 의해 총살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법원은 사형수 브래드 시그몬이 택한 사형 방식을 승인했다.

하지만 법에 따라 참관인이 입회해야 하기에 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그몬의 변호인 측은 그가 총살형을 택하기는 했으나, 사형 방법에 대해 불가능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살로 폭력적인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정보가 부족한 독극물 주사 방식을 통해 잠재적으로 고문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한편 시그몬은 지난 2002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자택에서 전 여자친구의 부모인 글라디스와 데이비드 라크룰 야구방망이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총살형 집행 절차 방식은?

흰 머리의 나이든 백인 남성인 브래드 시그몬의 머그샷
South Carolina Department of Corrections
브래드 시그몬은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85년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사형수 약 40여 명에게 전기의자 혹은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형을 집행했다.

그러던 2021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총살형 선택도 가능하다는 법률이 통과되었다.

미국의 인권 단체인 '사형 정보 센터'에 따르면 주정부가 독극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법이 통과된 직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교정국(SCDC)'은 총살형 집행도 가능하도록 새롭게 시설을 정비했다. 이에 현재는 일명 '죽음의 방'이라 불리는 독극물 주사 사형실에서 총살도 집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교정국 측은 목격자의 입회하에 집행될 시그몬의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해당 수감자는 교도소에서 지급한 죄수복을 입고 사형장으로 호송됩니다. 수감자에게는 마지막 진술을 할 기회가 제공됩니다."

그런 다음 시그몬은 사형실 내 마련된 의자에 결박된 뒤, 머리 위로 두건을 쓰고, 심장 위에 과녁이 놓이게 된다.

"교도관이 사형 집행 명령을 읽은 후, 총살 집행대가 발포하게 집행하게 됩니다."

"발포 종료 후 의사가 수감자의 상태를 확인해, 사망을 선언하면 커튼이 내려지고 참관인들은 밖으로 안내된다"는 교정국 측은 "총살 집행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정국 직원들"이라고 덧붙였다.

참관인: '죽음의 방'에 함께 있게 될 이들은 누구?

일반적으로 언론인, 변호사, 피해자 가족 등이 일명 '죽음의 방' 바로 옆에 마련된 공간에 앉아 유리 칸막이 너머 사형 집행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들 참관인은 사망이 선언될 때까지 시그몬을 육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맥린에서 총기 훈련 학교를 운영하는 드류 스위프트는 미국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형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스위프트는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세 발의 총알이 모두 조준한 곳에 맞는다면 엄청나게 큰 구멍이 생길 것이다. 피도 엄청나게 많이 흐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비교적 밀폐된 공간인 실내에서 사형을 집행할 경우 총알이 튀어 다른 사람이나 가구에 부딪힐 위험이 있으며, 납 입자나 유독 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 또한 참관인들의 청력이 손상될 수도 있다.

NPR은 교정국 측이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교수형 올가미
Getty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된 교수형 올가미

총살형의 역사

1977년 이후 미국에서는 총살형은 3차례 집행되었으며, 모두 유타주에서 실시되었다. 가장 마지막 집행 사례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총살형은 미국에서 그 역사가 길다.

학술지 '클리블랜드 주법 리뷰'의 크리스토퍼 Q 커틀러에 따르면 남북 전쟁 당시에는 최소 185명이 총살형으로 사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마크 스미스 역사학 교수는 남북전쟁 당시 양측 모두 "대중의 볼거리 및 군기 확립을 위한 공포스러운 광경"을 만들고자 총살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교수는 "사형수가 자신의 관 위에 앉아 있거나 눈을 가리고 있으면 6~7명이 총을 쏘는데, 그중 한 명의 총기에는 공포탄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는 충격을 주고자 고안된 행사였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1608년 이후 미국에서는 민간인 사형수 최소 144명이 총살로 처형되었으며, 거의 대부분이 유타주에서 이루어졌다.

사형 집행을 하는 총살 집행대
Getty Images
미국 남북전쟁 당시 총살 현장은 대중의 구경거리였다

전 세계 사형 집행 현황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4개국에 달한다.

그러나 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총 1153건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매년 수천 명을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내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은 데이터이다.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들은 보통 교수형, 독극물 주사, 전기의자, 참수, 총살 등의 방법을 택한다.

앰네스티는 2020년에 총살을 집행한 국가는 최소 8개국이라고 밝혔는데, 중국, 이란, 북한, 오만, 카타르, 소말리아, 대만, 예멘이 이에 해당한다.

'국제 앰네스티 미국'의 저스틴 마졸라 조사국 부국장은 총살형은 "오래 전에 버려졌어야 할 형벌을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개인을 죽이는 인도적인 방법은 없다"는 마졸라 부국장은 "총살, 독극물 주사, 교수형, 질식, 전기의자 등 사형 집행 방식이 무엇이든 간에 사형은 궁극적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이며, 폭력의 징후일 뿐 해결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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