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서 지진으로 800명 이상 숨져 … 주민들 야외에서 밤 지새워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800여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생존자들은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동안 야외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진앙과 가까운 산악 지대의 쿠나르주다. 현지 당국은 마을 단위로 전면 붕괴된 상황이기에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지원을 약속했으나, 일부 마을은 여전히 외부에서 접근이 불가능하며, 현지 의료 시설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번 재난은 아프가니스탄이 극심한 가뭄과 국제 원조 축소,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이 유례없다고 표현한 기아 위기 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현지 시각으로 8월 31일 일요일 밤 11시 47분경 발생했으며, 진앙은 아프간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시에서 동쪽으로 약 27km 떨어진 지점이다.
쿠나르 강변 아사다바드에 거주하는 파리둘라 파즐리는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잠에서 깼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강한 지진이었다. 그리고 소리도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아침이 밝을 때까지도 우리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마을 진료소로 가서 사망자와 부상자들을 구급차에 태워 낭가르하르주 남부의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도왔다는 파즐리는 "매우 무서웠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쿠나르주 누르갈시 마자르 다라 지역의 한 주민은 마을의 95%가 파괴되었으며, 각 가정마다 5~10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농경이 쉽지 않은 쿠나르 지역은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의 도로는 산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진흙 길인 경우가 많고, 주택은 주로 진흙, 돌, 흙 등으로 지어졌다.
더욱이 최근 며칠간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접근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도로가 막힌 탓에 당국의 구조 활동은 공중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헬기를 동원한 구조대는 지난 1일 아침이 되어서야 피해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나르주의 한 탈레반 관리자는 "마을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깊은 산악 지역으로 향하는 도로는 여전히 차단된 상태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잔해 속 시신을 수습하는 것보다 부상자들에게 도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잔해에 갇힌 채 수 시간 동안 구조대를 기다리다 숨진 사례도 보고되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사이드 라힘은 많은 이들이 구조되고 있으나, 여전히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라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주민들로부터 무너진 집 잔해 아래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했다.
산간 마을 주민들은 서로 힘을 모아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 사망자 및 부상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적십자사 현지 대변인인 조이 싱할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집이 무너지지 않은 생존자들도 여진의 두려움으로 인해 집안에 들어가길 꺼린다면서, (그러나) 이 지역에는 텐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인도, 영국, 스위스 등 여러 국가가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의 긴급 지원금은 "가장 피해가 큰 이들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와 긴급 물품을 제공하는 파트너 기관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랄라바드시의 주요 병원은 파키스탄에서 추방된 아프가니스탄인 수만 명이 몰려드는 지점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1일 이곳 병원은 부상자, 가족을 찾는 이들, 여전히 분주히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과 구조대원들이 뒤엉키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한 여성은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오열했으며, 정신이 혼미한 듯 말도 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노인도 있었다.
해당 병원의 한 의사는 지진 발생 이후 부상자 약 460명이 이송되었으며, 이 중 250명은 입원했고 나머지는 치료 후 퇴원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매우 제한적이기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구조 활동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8월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세력은 탈레반으로, 국제 사회에서 오직 러시아만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했다.
강경 이슬람주의 단체인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여러 구호 기관 및 비정부기구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 내 외국 원조는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으며, 1990년대 탈레반이 처음 집권했을 당시부터 이어진 국제 제재 또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인도적 구호 활동은 예외로 인정받는다.
영국의 지원금은 UN 인구 기금과 적십자사에 전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여러 단층선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지진이 잦은 나라다.
2023년에는 서부 헤라트주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여 1000여 명 이상이 숨졌으며, 2022년에는 파크티카주에서는 지진으로 약 2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지진이 특히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진원의 깊이가 불과 8km로 매우 얕았기 때문이다. 140km 떨어진 수도 카불은 물론 인접국 파키스탄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일반적으로 지표면 아래 70km 미만에서 발생할 경우 얕은 지진으로 분류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얕은 지진이 잦다. 특히 지각판들이 서로 스치듯 이동하는 히말라야산맥 기슭에서 자주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