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비행기보다 '특별열차'를 더 선호하는 이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위해 6년 만에 방중에 나선다.
이번에도 그는 지난 2019년 1월에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출발할 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열병식이 3일 열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은 1일 평양을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을 시작으로 네 차례 방중했다. 그 중 두 차례는 특별열차로, 나머지 두 차례는 '참매1호'로 불리는 전용기로 이동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방중할 때마다 지나갔던 단둥의 일부 호텔이 현재 외국인 예약을 일체 받고 있지 않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의 특별열차 이용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0일 밤에는 단둥역과 가까운 호텔에 경찰 차량이 정차해 사람들이 프린터 등으로 보이는 기기를 호텔로 운반했다"며 "(김정은 방중에 따른) 경계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보도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여러 외신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철로공사 역시 1일 저녁에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베이징까지 운행하는 열차 편 일부 예매를 막아놓은 상태다.
북한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0~24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7일 밤 국경을 통과해 이튿날 오전 11시경 베이징에 도착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가장 최근 해외 방문인 2023년 9월 러시아로 향했을 때도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심지어 2019년 2월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이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까지 60시간을 달렸다.
비행편을 이용한다면 한두시간 내 베이징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임에도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열차, 왜 선호하나

북한의 선로 사정은 열악한 편이다. 이로 인해 열차는 시속 40~60km 정도 밖에 속력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호'로도 불리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전용기가 항로 파악이 쉽다는 점은 김 위원장에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한 그의 전용기는 옛 소련에서 제작된 '일류신-62M'을 개조한, 40년이 넘은 낡은 기종이라 안전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거 공개됐던 김 위원장의 특별 열차에는 노트북과 모니터, 스마트폰 등이 갖춰진 집무실과 식당, 의료시설 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열차는 혹시 모를 테러 등 위협에 대비한 방탄 기능 및 박격포 무장,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BBC에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라는 이동수단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열차에서 김 위원장은 "해외에서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안정감을 느낄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또한 양 총장은 베이징으로 향하는 길목에 중국의 주요 경제 기업소를 방문하는 등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도 전용기보다는 열차 이용이 더 낫다고도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열차 자체가 북한 주민들이나 엘리트층에게 가지는 특별한 상징성도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주로 전용열차를 이용해 해외 일정을 수행했다. 즉, 전용열차는 이들 김씨 일가에게 전통성을 가진 교통수단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지도부과 과거부터 "인민들에게 우리 지도자가 이렇게 먼 거리를 힘들게 이동해 인민들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열차를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인민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외교 활동을 하는데, 우리도 더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느냐'와 같은 동기부여를 해주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보는 거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준비를 위한 선발대는 지난달 31일 오후 70인승 항공편을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 21일에는 소규모의 1차 선발대가 베이징에 도착한 바 있다.
김주애 동행할까

한편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그의 딸 김주애가 동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김주애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 부녀가 사상 처음으로 다자외교에 데뷔하게 된다.
실제로 1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주애가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중국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애는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당일 평양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을 김 위원장과 함께 방문했다. 사실상 김주애의 첫 외교 무대였다.
김주애가 후계자 내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동행을 한다면 전세계에 김주애의 후계자 낙점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내에서 여성 후계자의 등장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지 유교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왕조 체제의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수령'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김주애가 승계하게 될 경우, 5대째에 김주애의 남편 성씨로 권력이 이양되면 북한의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 중 하나인 백두혈통으로의 영구 승계 원칙을 위배하게 된다.
김씨 일가로의 세습에 대한 명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김씨 일가가 김주애의 승계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딸 주애가 아예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임을출 교수는 김주애의 동행이 "프로토콜 상으로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국제 행사에서는 부부가 동반하거나, 혹은 부부 동반을 아예 하지 않거나, 이 둘 중 하나의 케이스죠. 그런 맥락에서 딸 주애만 동행한다면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의 역할이 애매해지거든요."
양무진 총장 또한 이와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그는 "김주애의 동행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김주애가 동행했을 때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식 석상에 김주애를 동행하면 북한 입장에서도 정상 국가 이미지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백두혈통에 의한 독재 국가의 이미지만 부각되지 않을까요?"
양 총장은 또 "여전사, 여장군 등의 타이틀이 붙는다거나, 어릴 적부터 총을 잡았다거나 등의 김주애 우상화가 전혀 실시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노동신문에 김주애 이름 석 자가 단 한번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아직까진 내부적으로 김주애의 후계자 지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