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는 누구인가? … TV 뉴스 진행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장관까지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미국의 현 국방장관은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며 자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야욕을 꺾고자 벌인 '에픽 퓨리(거대한 분노' 작전을 전개한지 2주가 지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작전에 대해 "겁쟁이 테러리스트"인 "적을 짓누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45세로 미국 역사상 2번째로 젊은 국방장관인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제기된 비위 의혹과 민간 메신저 앱에서 예멘 공습 관련 세부 내용을 기자에게 실수로 공개한 사건 등 여러 논란을 겪어왔다.
그렇다면 피트 헤그세스는 누구이며,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그는 어떻게 미국 국방장관 자리에 오르게 됐을까.
거침없이 말하는 청년
헤그세스는 1980년 6월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에서 세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브라이언은 고교 농구 코치였고, 전통적인 기독교 가정 출신의 어머니 페넬로페 "페니" 헤그세스는 진로 상담가로 일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해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교내 보수 신문인 '프린스턴 토리'에 글을 쓰며 활동했다. 당시에도 거침없이 말하는 청년 공화당원이었던 헤그세스는 '더 랜트'라는 칼럼을 통해 낙태, 동성애, 다양성 등 여러 사회 현안을 두고 페미니스트와 LGBTQ 단체들과 대립했다.
대학 시절, 그는 체력 단련과 군사 훈련에 더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육군 사관후보생으로 지원해 ROTC에 가입했는데, 이는 훗날 그의 진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추진하는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을 열렬히 지지하던 그는 2003년 대학 졸업 후 미 육군 보병 장교로 변신해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에서 복무했는데, 그곳에서 동성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도 파병돼 대반군 작전 교관으로 근무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잠시 참전군인 관련 자선단체 2곳을 이끌었다. 그러나 '뉴요커'지가 입수한 내부 고발자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동료들은 헤그세스가 사내 행사에서 종종 술에 취해 폭력적인 언사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논란 많은 TV 진행자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뒤로 단정하게 넘긴 머리와 말끔한 정장 차림의 헤그세스는 폭스뉴스에서 익숙한 얼굴이 됐다.
2014년 폭스뉴스에 입사한 뒤 처음에는 기고자로 활동하다가 이후에는 프로그램 진행자를 맡았다. 그는 방송을 통해 전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군인들을 지지하는 등 군인과 참전용사 관련 사안을 종종 조명했다.
이곳에서 그는 사랑도 찾았다. 2019년 토크쇼 '폭스 앤 프렌즈'의 프로듀서인 제니퍼 라우쳇과 결혼했는데, 이는 그의 3번째 결혼이었다.
그는 이전에 2차례 결혼한 바 있는데,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결혼은 헤그세스가 잦은 외도를 인정하며 2009년 파경을 맞았다. 이후 재혼한 2번째 아내와는 세 자녀를 두었다. 다만 혼인 기간 중 그는 이후 결혼하게 되는 라우쳇과의 사이에서도 아이를 낳았다.
두 번째 아내와의 험악한 이혼 소송 과정에서 헤그세스의 어머니가 아들을 "여성 학대자"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어머니는 2번째 이메일을 통해 아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펜타곤 입성
8년간 '폭스 앤 프렌즈' 주말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로서 활동하며 그는 한 고정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바로 도널드 트럼프이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를 불러들여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2025년 1월, 헤그세스는 상원에서 아슬아슬한 표차로 인준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
그의 인준 청문회는 성폭행 및 지나친 음주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는데, 그는 모두 부인하며 이는 음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신앙 관점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비평가들은 그의 몸에 새겨진 십자군 시대 상징 문신이 극우 극단주의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그는 그저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거의 1조달러(약 1490조원) 규모로, 미국 정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예산과 300만 명의 인력을 거느린 국방부를 운영할 경험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취임 직후 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관료의 실수로 미군 차원의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논의하고 있던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한 언론인이 추가된 것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의원들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은 그가 미군 장병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헤그세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편 그는 자신이 "깨어있음(Woke) 쓰레기"라고 부르는 요소를 군에서 없애버리고자 개인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그는 다양성 정책이 미국의 전투 역량을 약화시켰다고도 주장한다.
헤그세스는 다양성 프로그램을 이유로 여러 군부대 이름을 변경하고, 대학들과의 국방 협력 관계를 끊었는데, 여기에는 그가 석사 과정을 밟았던 하버드대학도 포함된다.
또한 그의 지휘 아래 국방부는 언론 관련 규칙을 개정해 취재 및 보도 제한을 강화했으며, 헤그세스가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 국방장관은 미군에 대한 자신의 구상처럼, 자신은 절대 싸움에서 물러서는 인물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하는 듯 하다.
거리낌 없는 프론트맨
현재 중동에서의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어느 초등학교를 덮친 공격에 미국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점점 더 많은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2일,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이 공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란 당국은 당시 공습으로 어린이 약 110명을 포함해 168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보도에 따르면, 미군 조사관들은 이스라엘과의 합동 작전 초기에 미군이 실수로 해당 학교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방부는 상원 의원들에게 직접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BBC의 질문에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만약 미국의 공습이었음이 확인된다면, 이는 지난 수십 년간의 중동 내 미국 분쟁 중 단일 사건으로는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중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벌인 최대 규모의 군사 행동의 대외적 얼굴로서, 헤그세스 장관의 미디어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보다 신중하게 조율된 발언을 해왔던 전임자들과 달리, 그는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의 거리낌 없는 대변인으로 자신을 내세운다.
지난해 '전쟁부'로 개칭한 국방부의 '전쟁 장관'으로서 그는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과 함께 자신이 말하는 '전사 정신'을 강조한다.
싱크탱크 '미국 안보 프로젝트'의 매튜 월링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말투에는 어느 정도 마초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는 그가 대중에게 보여주려는 이미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헤그세스 장관의 자신감과 강한 확신이 "확실성을 원하는"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