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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레슬러' 헐크 호건 심장마비로 사망...향년 71세

1일 전

미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스타 헐크 호건이 71세로 별세했다.

본명 테리 진 볼레아인 그는 금발 머리와 독특한 콧수염으로 상징되는 인물로 지난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는 1977년 프로레슬러로 데뷔했지만, 1983년 당시 월드 레슬링 페더레이션(WWF, 이후 WWE로 변경)에 합류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레슬링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대표적인 얼굴로 자리 잡았고, 이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VH1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 '호건 노우즈 베스트(Hogan Knows Best)'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갔다.

호건의 매니저 크리스 볼로는 호건이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근 호건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오늘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 '헐크스터'"라며 애도의 글을 남겼다. 그는 "헐크 호건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며 "강하고, 터프하고, 영리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주 강렬한 연설을 했는데, 그 순간이 이번 행사 전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호건은 지난 5월 목 수술을 받았고, 6월에는 심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건의 가족은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한 전설을 잃었다"며 "40년 넘게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의 삶에 감동을 준 그의 멋진 추억에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 그는 그리울 것이지만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10시에 응급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호건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 17분에 사망했다. 경찰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헐크 호건이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 집회에 참석했다.
Getty Images
지난해 10월, 호건은 트럼프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WWE는 성명을 통해 "WWE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헐크 호건의 사망 소식에 슬픔을 느낀다"며 애도를 표했다.

WWE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 중 한 명인 호건은 1980년대 WWE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호건의 가족과 친구, 팬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호건은 독보적인 개성과 링 위에서의 재능으로 프로레슬링을 주류 대중문화에 더욱 가깝게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WWE 챔피언십을 6회 차지했고, WWE의 대표 이벤트인 '레슬매니아'에서 8차례 메인 이벤트를 장식했다. 2005년에는 WWE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드웨인 '더 록' 존슨, '마초맨' 랜디 새비지, 앙드레 더 자이언트 등과 명승부를 펼쳤다.

레슬링 전설 릭 플레어는 호건의 사망 소식에 "정말 충격적"이라며 "호건은 놀라운 운동선수이자 탤런트, 친구, 그리고 아버지였다. 우리의 우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항상 곁에 있어줬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또 다른 전설인 언더테이커도 "레슬링계는 진정한 전설을 잃었다. 그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그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추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2024년 호건과 찍은 셀피를 올리며 "전설에게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우리 모두는 헐크 호건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980년대 어린 시절부터 지난해 선거 유세까지 그는 언제나 내게 거인이었다"고 밝혔다.

레슬링 단체 토털 논스톱 액션 레슬링(TNA)의 카를로스 실바 대표는 "호건의 이름은 프로레슬링의 대명사였고, 업계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1981년 레슬링 링에서 헐크 호건이 토니 아틀라스를 헤드록으로 잡고 있는 장면.
Getty Images
지난 1981년, 헐크 호건이 토니 아틀라스의 목을 팔로 감싸고 있다

1953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호건은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다.

'헐크'라는 별명은 당시 TV에서 방영되던 만화 속 영웅과 비교되면서 붙었고, '호건'이라는 이름은 WWF의 아일랜드계 대표 선수를 만들고자 했던 프로모터 빈스 맥마흔이 지어준 것이었다.

호건은 1979년 WWF 경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1980년대 중반에는 앙드레 더 자이언트, '라우디' 로디 파이퍼와 함께 단체의 간판 스타이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85년 뉴욕에서 열린 첫 번째 레슬매니아에서 미스터 T와 함께 파이퍼, 폴 오런도프를 꺾으며 메인 이벤트를 장식했다.

링 위에서 호건은 '전형적인 미국 영웅'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고,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은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모으며 레슬링을 거대한 수익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헐크매니아'로 불린 그의 인기는 TV와 영화로 이어져 '록키 3', '죽느냐 사느냐(No Holds Barred)', '우주에서 온 사나이(Suburban Commando)', '미스터 내니(Mr Nanny)', '산타 위드 머슬(Santa With Muscles)', '베이워치'(1996년 방영)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영화 '록키'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인스타그램에서 "호건은 정말 멋진 사람이었고, 그의 놀라운 실력 덕분에 '록키 3'가 더욱 특별해졌다"고 회상했다.

호건은 또한 'A특공대', '그렘린 2', '스파이 하드', '머펫 프롬 스페이스' 등에서 본인 역할로 등장했으며, '로봇 치킨'과 '아메리칸 대드!' 등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1985년에는 CBS에서 '헐크 호건의 록 앤 레슬링'이라는 자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2005년 캘리포니아 유니버설 시티의 깁슨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틴 초이스 어워즈 쇼에서 레슬매니아 챔피언 존 시나와 헐크 호건이 함께 서있다.
Getty Images
호건이 2005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레슬매니아 챔피언 존 시나과 함께 서있다

호건은 2005년 처음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지만 2015년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WWE와의 계약이 해지되고 명예의 전당에서도 제외됐다.

3년 전에는 가십 사이트 '고커(Gawker)'가 그의 불륜 영상을 공개했고, 호건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1억4천만 달러(약 1926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으로 고커는 2016년 파산에 이르렀다.

2018년 WWE는 "두 번째 기회를 줄 만하다"며 호건을 명예의 전당에 복귀시켰지만, 뉴 데이, 타이터스 오닐 등 일부 슈퍼스타들은 "호건의 발언을 쉽게 잊기는 어렵다"고 반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호건은 트럼프 집회와 미국 대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인 셔츠 찢기를 선보이며 '트럼프 2024'가 적힌 티셔츠를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레슬매니아에 참석한 헐크 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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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건은 길게 흘러내린 금발 머리, 콧수염, 반다나로 잘 알려져 있다

호건은 올해 1월 WWE의 간판 프로그램 '먼데이 나이트 로(Monday Night Raw)'에 출연해 자신이 출시한 맥주 브랜드를 홍보했으나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그는 오랜 선수 생활로 인해 말년에 여러 건강 문제를 겪었다. 지난해 유튜버이자 레슬러인 로건 폴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약 25번의 수술을 받았다. 허리 수술만 10번, 양쪽 무릎과 엉덩이도 모두 인공관절로 교체했고, 어깨 등 온몸을 치료 받았다"고 말했다.

호건은 세 차례 결혼했으며, 첫 번째 아내 린다와의 사이에서 두 자녀를 두었다.

WWE에서 은퇴한 스타 케인은 X에 "호건은 진정한 전설"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또 다른 레슬링 거물 제이크 '더 스네이크' 로버츠는 "테리 '헐크 호건' 볼레아가 프로레슬링과 엔터테인먼트에 남긴 의미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는 떠났지만 기억과 유산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편히 쉬길, 헐크스터"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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