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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주민의 3분의 1이 며칠째 굶고 있어'...UN 기아 사태 경고

1일 전
가자의 한 자선 급식소 앞에서 검은 옷을 입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두 여성이 군중 맨 앞에 서서 냄비를 내밀고 있다
Reuters
가자지구에 굶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자 주민 약 3명 중 1명이 며칠씩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가 경고했다.

WFP는 성명에서 "영양실조가 급증하고 있으며, 9만 명의 여성과 아동이 긴급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주 가자지구의 기아 경고는 한층 고조됐다.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영양실조로 9명이 추가로 사망해, 전쟁 발발 이후 같은 원인으로 숨진 사람은 총 122명으로 늘었다.

가자에 들어오는 모든 물자의 반입을 통제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구호물자가 해당 지역에 들어가는 데 어떠한 제한도 없다고 주장하며, 영양실조의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한 안보 당국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앞으로 며칠 내 가자지구로의 구호 물자 공중투하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구호단체들이 이전에 가자에 물자를 들여보내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경고해 온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이 이번 공중투하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요르단의 한 고위 당국자는 BBC에 자국 군이 이를 위한 이스라엘의 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 조치를 이스라엘 정부의 "무행동에 대한 방해(distraction to inaction)"라고 묘사했다.

이 조치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5일, 독일, 프랑스, 영국은 이스라엘에 해당 지역으로 들어가는 구호 물자의 흐름에 대한 "제한을 즉각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가 가자에서 목격하고 있는 인도적 참사를 즉각 끝내고" 전쟁 자체도 끝낼 것을 요구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인도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인에게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성명은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보이는 "무관심과 무행동의 수준 - 연민의 결여, 진실의 결여, 인간성의 결여"를 자신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 글로벌 총회 연설에서 5월 27일(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 인도주의재단(GHF)이 유엔 주도의 시스템을 대체해 물자를 배포하기 시작한 날) 이후 음식에 접근하려다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10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2025년 5월과 6월 GHF에서 근무한 한 미국인 보안 계약자는 지난 25일 BBC에 당시 자신이 "의심의 여지 없이… 전쟁범죄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아길라르는 식량 배급소에서 민간인들을 향해 실탄, 대포, 박격포탄, 전차 포격을 사용하는 이스라엘군(IDF)과 미국 계약자들을 봤다고 밝혔다.

퇴역 군인인 그는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자에서 IDF와 미국 계약자들의 손에 의해 민간인 집단을 상대로 이처럼 잔혹하고 무차별적이며 불필요한 폭력이 사용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HF는 "한 달 전 비위로 해고된 불만을 품은 전 계약자의 주장"이라며, 해당 주장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새로운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를 위한 협상의 향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카타르에서 협상단을 철수하면서 여전히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가 "실제로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죽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미국의 발언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마스의 한 고위 관계자는 BBC 가자지구 특파원에게 중재자들이 협상이 결렬되지 않았다고 알렸으며, 이스라엘 협상단이 다음 주 도하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남부 이스라엘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힌 데 대응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그 이후 가자지구에서 5만9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3월 초 구호물자 전달을 전면 차단하고 2주 뒤 하마스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재개해, 두 달간 유지되던 휴전이 붕괴됐다. 이스라엘은 남아 있는 자국 인질들의 석방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세계 전문가들이 기근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내놓자 봉쇄는 두 달 가까이 지난 후 일부 완화됐지만, 식량, 의약품, 연료 부족은 오히려 악화됐다.

가자 주민 대부분은 여러 차례 강제 이주를 겪었고, 가옥의 90% 이상이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오는 9월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그 주요 동맹국인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루 뒤 영국 의원 3분의 1 이상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영국도 이에 동참하라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조치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궁극적으로 양국 해법을 실현하는 더 넓은 계획"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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