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 '이란의 동맹국'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영국은 미국이 역내 자국 공군 기지를 "방어적"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은 과연 다른 국가들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외교, 무역, 군사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이번 전쟁을 통해 이들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이란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목소리는 크지만 제한적인 러시아의 지지
BBC 러시아어 서비스의 세르게이 고랴수코 특파원은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에 대해 목소리는 크지만 제한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란과 연대하며 함께 분노하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자 신중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란과 미국 간 대화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명백히 공세로 악화"한 것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러시아는 이란 지도부는 물론 이번 확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걸프 국가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정당하지 못한 공세"를 비난하며, 이는 주권 국가 지도자 "사냥"이자 정치적 암살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번 일은 "인간의 도덕성과 국제법에 대한 냉소적인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은 눈에 띄게 자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에 대한 미국의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사를 표하고 있다.
지난 2일, 페스코프 대변인은 어떻게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무엇보다도 그리고 가장 먼저 자국을 신뢰"하며, 자국의 이익을 수호한다고 답했다.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은 드론을 공급하고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등 러시아의 핵심 동맹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그러나 막상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대체로 수사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고랴수코 특파원은 이러한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이란은 인권보다는 국가의 권리가 더 중요시되고 각국 정부가 국내에서 광범위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다극 세계 질서 체제를 꿈꾸는 러시아의 비전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이란 정권이 몰락한다면, 이는 다극 세계 질서 모델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나 시리아 사태, 그리고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과 이란 간 벌어진 12일 전쟁 당시에도 그랬듯이, 우방국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깊이 얽혀 있다. 따라서 이 이상의 외교적 지원이나 군사 기술 협력을 제공할 의지가 없거나, 혹은 여력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7일 러시아와 이란은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으나, 이는 상호 방위 조약 수준은 아니었다. 양국은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훈련을 실시하며, "역내 안보 보장한다"고 합의했으나, 한쪽이 공격당할 시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아울러 양국은 경제 관계 역시 제한적이다. 교역량은 40억~50억달러(약 5조9000억원~7조4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양국의 군사 및 산업적 관계는 더욱 발전하고 있다. 지난 2월,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가 이란에 5억유로(약 8600억원) 상당의 자국산 '베르바' 휴대용 방공 시스템을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직 러시아가 '베르바' 시스템을 공급하기도 이전이지만, 이미 '야크-130' 경전투기와 'Mi-28' 공격용 헬기를 받은 이란은 'Su-35' 전투기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은 러시아군의 전술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는 자체 드론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며 이란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이란은 무너지기에는 너무 중요한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이란을 위해 싸워줄 만큼 중요하지도 않다. 이러한 계산이 향후 바뀔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개입이 수사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하메네이의 피살에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은 미국의 외국 정권 교체에 대해 역사적으로 반대해 온 국가이기도 하다.
BBC 월드 서비스 '글로벌 차이나 유닛'의 숀 위안 특파원은 중국과 이란의 관계 중심에는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파트너십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입국이다.
수년간 미국이 강력한 대이란 제재를 펼쳐왔음에도 중국은 허위로 등록된 '유령 (유조선) 선단'을 통해 이란산 석유를 싼 가격에 몰래 대량 구입해오며 이란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준 중국은 이란이 선적한 석유의 80% 이상을 구매했으며, 이러한 대중 수출은 이란이 서방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자국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방비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21년에 체결된 양국의 25년 전략 협정을 바탕으로 이란과 중국은 더욱 관계를 공고하게 굳혔으며, 중국은 이란의 인프라와 통신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간 갈등에 대해 중국은 역사적으로 위험 분산 전략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을 포함해 과거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도 중국은 일관되게 "자제"를 촉구하며 "외부 간섭"을 비난했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 위안 특파원은 미국의 정책을 은근히 직접적으로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하면 중국은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하거나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을 향한 UN 결의안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란의 외교적 방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도 없다.
위안 특파원은 중국의 전략은 미국을 중동 문제에 묶어 두는 동시에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역 전체의 대재앙은 막는 데 언제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는 중국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재앙과도 같은 패배다. 이란은 중국의 에너지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동 내 대표적인 미국 견제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회원국이며, 중앙아시아·코카서스·중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리적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붕괴될 경우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이 추구하는 다극 세계 메커니즘의 신뢰성이 약화할 수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면적으로 침공하지 않는 한, 이란의 정치 및 군사 구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중국은 하메네이의 후임자로 누가 들어서든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장기적인 전략"을 유지할 것이며, 러시아는 자신만의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