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협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미국과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무역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뉴스 헤드라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간의 무역 협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행동은 협상 진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제이슨 랑그리쉬는 전 캐나다 무역 협상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무역 협상장 분위기가 뚜렷이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관계가 국수주의, 민족주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무역 협상은 더욱 방어적이며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랑그리쉬는 캐나다가 EU 및 인도와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데 기여를 한 인물이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무역 협상의 양상이 과거 합의가 이루어지던 방식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무역 협상은 두 국가 사이에 효과가 있는 합의안을 가지고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을 들었다. 양국은 현재 8월 1일 마감 시한까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방어적 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가 이러한 협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협상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칼 팔켄버그는 수년간 EU를 대표해 협상을 진행했던 전직 무역 협상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켄버그가 칭찬의 의미로 이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이를 칭찬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역 협상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협상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랑그리쉬는 "우선 양측에 각각 수석 협상가가 지정된다"고 말했다.
"주제 테이블 별로 협상 팀이 구성되는데 주제로는 관세, 규제, 정부 조달 등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각 주제 테이블마다 담당 협상자가 별도로 지정되곤 합니다."
그는 하지만 "이것은 레이스의 출발점"이라며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팔켄버그에 따르면 전형적인 협상의 하루 일정은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그는 "새벽 5시에 협상장을 나왔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 오랜 시간 협상 테이블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 가장 오래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시간은 24시간이었습니다."
TV에 나오는 정치 드라마에서 종종 협상의 갈등을 자극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실제 협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전략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이뤄진다고 말한다.
팔켄버그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협상가로서 상대방과 함께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에 신뢰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는 지난 27년 동안 미국 무역대표부 협상가로 일했다. 나는 그에게 국가를 대표해 무역 협상가로 일하던 과정에서 호의적인 역할 또는 적대적인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지 물었다.
커틀러는 웃으며 "다양한 역할을 모두 해봤다"면서도 "어떤 역할이 가장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커틀러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협상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 나온 양측이 각자 자국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과 비공식적으로 제안을 공유했을 때, 그 내용이 언론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성공적인 결론을 찾기가 더 쉬워집니다."
랑그리쉬는 협상장 내부의 역학 관계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종종 협상을 성사시키거나 깨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결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제 부문이나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집단 등 협상의 타결을 반대하는 세력도 있다고 말했다.
"무역 협상에 대해 진전을 바라는 국민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역 협상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과 산업 부문이 있을 수 있고, 이들 중에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정치적 측면이 일을 더디게 할 수도 있습니다."

커틀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국가들과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새로운 합의를 빠르게 이끌어내길 원한다는 점이 미국 협상팀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백악관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미국이 "90일 안에 90개의 협상을 성사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을 예로 들었다.
커틀러는 "90일 동안 90건의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인 목표였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래 현재까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과 합의를 발표했고, 중국과도 부분적으로 합의를 한 상태다.
커틀러는 "나는 처음부터 미국 정부가 모든 국가와 만나고 협상해야 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때때로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공개적인 태도는 협상 진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양측을 고립시키고 대중의 긴장을 고조시켜 양측이 물러서기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의 관세가 지속적이면서 혼란스럽게 오르내리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무역 부문 변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상법 로펌 '페이그레 드링커'의 파트너인 몰리 싯코프스키는 수출입을 위해 지불해야 할 관세나 비용을 확인하려는 기업들이 무역 전문 변호사들을 찾고 있다며 "지금이 나의 커리어에서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