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격화되는 가운데 … 이스라엘-레바논,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만나 대화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양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간의 전투를 끝내고자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대면 회담을 진행했다.
중재를 맡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이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끝낼 "역사적인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 성명에 따르면 향후 양측은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정해 직접 협상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비국가 테러 단체의 무장 해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를 지칭한다.
레바논은 휴전 및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을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양국은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마지막 고위급 직접 회담이 열린 것은 1993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인 지난달 2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작전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2000여명이 숨졌다.
14일 워싱턴DC에서 양측이 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최소 24차례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 북부 곳곳에서는 드론과 로켓포 경보가 울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목표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및 해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2023년과 2024년 가자지구 전쟁 당시에도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인 바 있다.
한편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영향력 축소를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피곳 대변인에 따르면, 레바논 측은 "휴전 및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고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 마련을 촉구했으며, 미국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회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은 이번 회담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이 노력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며 "이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회담이 "레바논 국민 전체, 특히 남부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끝내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레바논 군대가 "해당 지역의 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에 맞설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회담에 앞서 헤즈볼라의 고위 관계자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 합의된 어떤 내용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정치위원회의 와피크 사파 의원은 "우리는 저들이 합의한 내용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1982년에 창설된 헤즈볼라는 조직적으로 잘 무장된 민병대 단체로, 시아파가 다수인 레바논 남부 지역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교외 지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단체와 연계된 정치인들이 정부 내 장관급 직위 두 자리를 맡고 있다.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주요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에 참전하면서 헤즈볼라와 레바논 중앙 정부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평화 회담에서, 이란 측 협상단은 레바논도 휴전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BBC에 이번 이스라엘-레바논 회담은 파키스탄에서 이란과의 회담이 확정되기 한 달 전에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교전이 시작된 이후 2000여 명이 사망하고 약 10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