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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원래 누운 채 출산하지 않았다?

5시간 전
만삭의 배를 감싸 안고 있는 여성
Getty Images
여성들이 뒤로 누운 자세로 출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0~400년 전 일이다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여성들은 대체로 몸을 세운 채 출산해왔다. 클레오파트라처럼 무릎을 꿇거나, 출산용 의자에 쪼그려 앉았다. 실제로 쪼그려 앉으면 골반 지름이 최소 2.5cm 이상 넓어질 뿐만 아니라, 중력의 도움으로 분만이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성 대부분은 왜 등을 대고 누운 상태로 출산할까?

영국 '액티브 버스(주도적인 출산) 센터' 설립자이자, 관련 저서를 다수 저술한 재닛 발라스카스는 "의료진과 임산부 모두가 전반적으로 출산 생리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라스카스는 1982년 '출산 주도권 선언문'을 발표했고, 이는 이 센터의 핵심 원칙이 됐다.

이 선언문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 년간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세우거나, 쪼그려 앉은 자세로 진통을 겪고 출산을 해왔다"고 말하며 "인종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 눕지 않은 상태의 출산이 보편적이었다"고 말한다.

발라스카스는 그러다 산업화를 거치며 여성들이 병원에 입원해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출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비합리적이며, 출산 과정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하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자연스러운 과정을 의료적 행위로, 진통 중인 여성을 수동적인 환자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다른 어떤 생물 종도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이토록 불리한 자세를 취하지 않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조산학과의 한나 달렌 교수는 2013년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누운 자세로 출산하는 방식은 사실 "비교적 현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임신을 '질병'으로 바라보다

여성들이 뒤로 누운 자세로 출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0~400년 전 일이다.

그 배경에는 '프랑소아 모리소'라는 프랑스 출신 남성이 있다. 모리소는 뒤로 등을 대고 누운 자세야말로 임신부는 물론 남성 의사에게도 더 편리하다고 주장했다(산파 대신 남성 외과의가 출산을 담당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모리소는 임신을 질병으로 인식했다. 그는 1668년에 출간한 저서 '임신 및 산후 여성의 질병'에서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은 침대에서의 출산이다. 이후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 하는 불편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출산 자세의 변화가 모리소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또 다른 프랑스인 남성, 바로 루이 14세 때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맥대니얼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로렌 던즈는 1987년 출산 자세의 진화에 관한 논문에서 "루이 14세는 여성의 출산을 지켜보는 것을 즐겼다고 전해지는데, 출산용 의자에서 쪼그려 앉으면 그 과정이 잘 보이지 않아 누운 자세를 새롭게 장려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삭의 배를 감싸 안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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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연구에 따르면, 분만 센터에서 분만하는 여성들은 몸을 세운 자세로 출산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어 "루이 14세의 정책이 미친 영향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왕족의 행동이 대중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 14세가 변화를 요구했다는 주장은 출산 자세가 변화한 시기와 일치하며, 하나의 요인이었을 수 있다는 거죠."

한편 등에 대고 출산하는 방식이 어떻게 생겨났든 간에, 그렇게 굳어져 갔고, 결과적으로 출산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발라스카스는 "출산이 제도화됐고, 생리학적 또는 '자연적인' 출산을 원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더 적합한 가정 출산과 같은 선택지는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증명

수천 년 동안 여성들이 몸을 세운 자세로 출산해 온 주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중력 때문이다. 아기가 산도를 통해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중력은 도움이 된다.

또한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진통 중 뒤로 기대기보다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쪼그려 앉거나,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앞으로 숙이거나, 낮은 가구에 기대게 된다.

2013년 여성 약 5200명을 상대로 한 연구 25건을 검토한 결과, 침대에 누운 자세보다 몸을 세운 상태에서 출산 시 제왕절개 위험·하반신 마취·신생아 집중 치료실 입원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이점이 많았다.

다만 연구진은 고위험군 여성의 경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직립 자세 출산 시 출혈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립 자세는 진통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달렌 교수는 "상체를 세운 자세로 출산하면 아기와 엄마에게 모두 이롭다"고 주장했다. 진통 효율이 높아지고 산모의 통증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겸자 분만이나 진공 흡입 분만, 회음절개술 비율이 낮아지고, 자궁이 대동맥을 압박하지 않아 자궁 내 산소 공급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2011년, 달렌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출산 환경이 산모의 출산 자세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진통을 겪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공이나 출산용 의자, 빈백과 같은 다양한 보조 기구가 마련된 분만 센터와 병원 침대만 있는 분만 병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분만 센터의 여성들 대부분은 진통 1, 2기 동안 몸을 주로 세우고 있었다. 분만 센터에서는 82%의 여성이 이러한 자세였으나, 분만 병동에서는 그 비율이 25%에 그쳤다.

병원침대를 앞으로 감싸안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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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대고 누워서 출산하는 방식은 1600년대부터 이어져 왔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를 불편하다고 말한다

한편 발라스카스는 서구 국가에서 현재 주도적 출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모가 진통 중 자유롭게 움직이며 본능적으로 편한 자세를 취하도록 하고, 기계와 모니터에 연결된 채 누워있는 대신 몸을 세울 수 있게 한다는 접근이다. 다만 제왕절개 비율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라스카스는 "영국의 경우 주도적 출산 운동의 영향으로 조산사 주도의 분만 센터 등이 생겨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만 센터는 일반적으로 병원 내에 위치하면서도, 산모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용하며, 출산용 수조 등 다양한 보조 수단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5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입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진통 중인 여성은 "분만 2기 진입 시, 바로 눕거나 반쯤 누운 자세 대신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는 것이 힘이다. 여성들이 출산 방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여성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에서 조산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출산에 관한 여러 논문을 저술한 조산사 출신 학자 에일린 허튼은 "출산 방식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은 언제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 문학, 텔레비전, 영화에서 묘사하는 출산 과정은 왜곡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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