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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찾아낸 트럼프의 약점, '희토류'

5시간 전
중국 한 항구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흙더미를 운반하는 차량의 모습
Reuters

지난주 중국 상무부는 '2025년 제62호 공고'라는 문서를 발표했다.

이건 단순한 행정 서한이 아니었다. 이미 위태로웠던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휴전 상태를 뒤흔든 조치였다.

해당 공문에는 희토류 수출에 대한 대대적인 새로운 제한 조치가 담겨 있었다. 이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이로써 중국은 현재의 무역 전쟁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는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상기시켰다.

스마트폰에서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가공 분야에서 중국은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새 조치에 따라 이제 외국 기업들은 극미량일지라도 희토류가 함유된 제품을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용 목적도 신고해야 한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예고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는 중국 대 세계의 대결이다. 저들은 자유세계 전체의 공급망과 산업 기반을 향해 대포를 겨누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중국 측은 미국이 이번 희토류 제한 조치를 두고 "고의로 불필요한 오해와 공포를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규정에 맞게 수출 허가 자격을 신청하고, 상업 용도일 경우 승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 1, 2위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이번 주 서로의 선박에 새로운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 5월 미-중 고위급 관리들이 잠시 휴전에 들어간 이후 수개월간 이어졌던 비교적 평온했던 시기는 끝이 나고, 미-중 무역 전쟁의 불꽃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BBC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이번 희토류 제한 조치가 중국에 유리한 카드라고 분석했다.

호주 에디스코완대학에서 국제 비즈니스학을 가르치는 노이즈 맥도너 교수는 중국의 이번 제한 조치는 미국 공급망의 취약점을 정조준하기에 "시스템에 충격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시점상, 미국이 원했던 협상 일정과 흐름이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했다.

미 해병대 미라마 공군 기지에서 열린 '아메리카 에어쇼'에 전시된 'F-35' 전투기
Getty Images
희토류는 F-35와 같은 전투기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희토류는 태양광 패널, 전기차, 군사 장비 등 무척 다양한 기술제품 생산에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스텔스 코팅, 모터, 레이더 등의 부품 제작에 모두 필요하기에 F-35 전투기 1대를 제작하는 데만 희토류 400kg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소재 컨설팅 그룹 '뉴랜드 글로벌 그룹'의 나타샤 자 바스카르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는 전 세계 전기자동차 모터용 자석 제작에 필요한 금속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시드니 공과대학의 핵심광물 전문가인 마리나 장 연구원은 해당 분야에서 방대한 인재 풀을 양성하는 등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가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설명하며, 현재 중국의 연구개발 네트워크는 경쟁국보다 몇 년이나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할 희토류 공급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중에서도 호주는 대규모 희토류 매장량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할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장 연구원은 호주는 생산 시설 기반이 아직 미흡하여 가공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미국의 모든 동맹국이 희토류 가공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해도 중국을 따라잡는 데는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신규 제한 조치는 지난 4월 중국 당국이 발표했던 조치를 확대하는 것으로, 당시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공급난이 초래되었으나 이후 유럽 및 미국과의 일련의 협정을 통해 개선되었다.

한편 중국의 최신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핵심 광물 수출은 9월 기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출 감소에 중국 경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피아 칼란차코스 뉴욕대학교 교수는 "희토류는 연간 18조7000억달러(약 2경6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 GDP에서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희토류 수출액은 중국 GDP의 0.1% 미만이다.

칼란차코스 교수는 이렇듯 희토류의 경제적 가치는 미미할 수 있으나, "그 전략적 가치는 엄청나다"면서, 미국과의 협상 시 중국에 유리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배신"했다며 비난하면서도, "나는 중국이 논의에 열려 있다고 믿으며, 긴장이 완화되리라 낙관한다"면서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또한 지난 16일 미국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의 회동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왕 부장은 "양국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참여하여 적절하게 차이를 좁히고,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미-중 관계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행보에 대해 칼란차코스 교수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앞두고 "준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스카르 연구원 또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는 중국이 협상 시 유리한 형세를 만들고자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즉각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Getty Images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싱가포르경영대학의 지아오 양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긴 하나, 미국에도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아오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관세 인하를 제한할 수 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자국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중국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의 경제는 제조업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 최근 공식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1년 전 대비 27% 감소했다.

또한 맥도너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저지하고자 추가적인 무역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을 막음으로써 중국의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직접 겨냥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

맥도너 교수는 "중국의 기술 산업을 겨냥한 조치는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으나,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최근 경제 전략을 통해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수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비용이 훨씬 늘어나더라도 중국은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차단한다면 이는 실제로 모든 국가의 산업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게 큰 차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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