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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사기 범죄 의혹' 캄보디아 조직 단속 과정서 20조원 규모 비트코인 압류

4시간 전
비트코인 이미지
Reuters

미국과 영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감금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며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 범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캄보디아의 '프린스 그룹'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해당 그룹의 약 14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압수하는 한편, 창립자인 천 즈 회장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영국 및 캄보디아 국적자인 천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텔레뱅킹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되었다.

천 회장의 기업들도 이번 공동 작전의 일환으로 양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었다.

또한 영국 정부는 런던 내 부동산 19채 등 천 회장 네트워크와 관련된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중 한 채는 약 1억파운드(약 19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BBC는 프린스 그룹 측에 입장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 검찰은 압수한 비트코인이 약 12만7271개(약 20조원)에 달한다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 단속 중 하나이자 사상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압수 사례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여전히 도주 중인 천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다국적 기업 '프린스 그룹'을 통해 "거대하게 퍼진 사이버 사기 제국"을 운영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캄보디아에 본사를 둔 이 그룹의 공식 웹사이트는 부동산 개발, 금융 및 소비자 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해당 그룹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범죄 조직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은밀히 접근하여 투자 수익을 거짓으로 약속한 뒤 암호화폐 송금을 유도했다.

BBC가 입수한 10월 8일 자 법원 문서에 따르면 검찰 측은 천 회장의 지시 아래 해당 기업이 캄보디아 전역에 최소 10곳의 사기 시설을 짓고 운영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고자 설계된 이러한 시설들을 총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해당 법원 문서에 따르면 공범들은 전화번호 수백만 개를 확보한 뒤 일명 "휴대전화 농장"을 세워 콜센터 사기 범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기 시설 중 2곳에는 약 7만6000개의 SNS 계정을 관리하는 휴대전화 1250대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프린스 그룹의 명의로 된 문서에는 "너무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은 프로필로 사용하지 말 것 등 피해자의 의심을 피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구체적인 팁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존 아이젠버그 미 법무부 국가안보국 차관보는 프린스 그룹은 "인간의 고통 위에 세워진 범죄 조직"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해당 기업이 인신매매를 자행하고, 피해자들을 감옥과도 같은 시설에 가둔 뒤 전 세계 수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기 범죄를 벌이도록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천 회장과 공범들은 이러한 범죄 수익금으로 호화로운 여행과 환락의 삶을 즐겼으며, 뉴욕 경매소에서 구입한 피카소 작품을 포함해 시계, 개인 전용기, 희귀 미술품 등 "사치스러운" 물품도 구매했다.

유죄 판결 시, 천 회장은 최대 4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천 회장과 공범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다수의 회사를 설립하고, 영국 내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외무부의 14일 발표에 따르면 이들 관련 네트워크가 소유한 자산으로는 런던 중심부에 자리한 1억파운드(약 1900억원) 상당의 사무실 빌딩, 런던 북부의 1200만파운드 규모의 저택, 런던 내 아파트 17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영 당국의 이번 공동 작전으로 천 회장은 제재 대상에 오르며 현재는 영국 금융 시스템에서도 완전히 차단되었다. 프린스 그룹은 미국에서도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범죄 조직으로 지정되었다.

이벳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그들은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자금을 저장해두고자 런던 내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인 미국과 함께 이 (범죄) 네트워크로 인해 증가하는 국제적인 위협에 맞서고자 단호하게 나서고 있다. 인권을 수호하고, 영국 국민들을 지키며, 우리 거리에서 더러운 돈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는 천 회장과 프린스 그룹이 사기 센터로 사용되는 카지노와 건물 단지를 건설하고, 자금은 세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프린스 그룹 외에 진 베이 그룹, 골든 포춘 리조트 월드, 바이엑스 거래소 등 이번 사기 의혹에 연루된 다른 기업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진베이 그룹과 골든 포춘 리조트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기 센터 2곳은 캄보디아 사기 센터 내 강제 노동 및 고문에 관한 '국제 앰네스티'의 올해 초 보고서에 언급된 바 있다.

외무부에 따르면 사기 센터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합법적인 일자리 약속을 믿고 건너온 외국인들도 있으며, 이들은 위협을 당하며 사기를 벌이도록 강요당한다.

영국 외무부는 이 범죄자들이 영국 등 여러 지역에서 "산업적인 규모"의 활동을 벌이며, 로맨스 사기 등 여러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다고 전했다.

영국 내무부에서 사기 범죄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핸슨 부장관은 "사기 범죄자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이 평생 모은 돈을 훔치고, 신뢰를 무너뜨리며, 삶을 파괴하며 이용한다.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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